인천문화재단이 해야할 일 중에는 지역예술인들을 위한 지원도 있지만 더 크게는 시민들에게 문화적 컨텐츠를 제공해 주고 지역내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인천문화재단 심갑섭(67) 대표이사.

그는 지난 2년간 대표이사를 맡으며 성과를 위한 욕심보다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노력헤 왔고 이제 그 주춧돌이 깔렸으니 후배들이 이곳에 와서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일만 남았다고 털어놓는다. 재단은 지난 2년간 인천문화지표조사를 통해 인천문화를 연구해 왔고 문화예술진흥기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한 체제를 갖춘 만큼 올해 인천문화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본격적인 인천문화만들기에 돌입할 생각이다.

경인년 새해를 맞아 심대표에게 인천문화의 중심으로 자리매김 할 문화재단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물었다.



-인천문화재단이 지난해 창립 5주년을 맞았다. 재단 스스로에게 자체평가를 한다면 어떤 성적을 주고 싶은가?

▲아직 재단을 잘 했다, 잘 못했다 평가할 단계는 아니다. 대표이사로 온 후 가장 중점적으로 한 일은 재단의 미숙한 행정을 안정시키고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일이었다. 때문에 취임 후 비전, 규칙 같은 것을 발표하지 못했다. 이제 어느 누가 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한다고 하더라도 조직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내가 닦아 놓은 기반을 바탕으로 성과를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종종 외부에서는 아무 성과없는 인천문화재단을 향해 비난의 시선을 보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재단은 이제 걸음마를 배우고 일어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경인년 새해 재단이 가장 주력할 사업은?

▲취임 이후 2년간 인천문화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인천문화지표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계획수립이 거의 마무리단계에 왔다. 오는 2~3월쯤 단기, 중기, 장기 계획으로 나누어 인천문화기본계획을 발표할 생각이다. 이를 중심으로 재단이 운영된다면 50년, 100년 후에는 인천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다.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피부에 와 닿는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성과가 당장 있는 것보다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더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데 더 주력하고 싶다.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도 계속 이어나간다. 총서발간을 비롯한 ‘인천문화예술연감발간’, ‘인천문화예술DB구축’, ‘인천문화예술대표인물조명’, ‘동아시아지역교류’ 등이 그 예다.

신규사업으로 ‘문화예술자료체계화사업Ⅰ’과 ‘인천문화예술서포터즈 운영’이 추가된다. ‘문화예술자료체계화사업Ⅰ’은 지원사업 수행에 필요한 문화예술인·단체와 심의위원의 DB를 전산시스템으로 구축해 정보공유를 활성화시키는 일이다. ‘인천문화예술서포터즈 운영’은 지역 문화예술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는 시민홍보그룹을 운영을 통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수용자를 육성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인천 문화예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지역문화발전을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재단은 이전까지 인천의 어떤 문화단체도 시도하지 못한 창조적인 일들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아트플랫폼을 개관하며 선보였던 ‘미디어아트쇼’와 문화의 달을 맞아 인천종합문예회관에서 연 ‘인천미술초석전’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많은 예술인들에게 재단을 시에서 위탁받은 지원금을 집행하는 대행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예술인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문화예술진흥기관이다. 동시에 인천의 문화 정체성을 찾고 사라져가는 인천 문화를 찾아 기록,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재단은 ‘인천문화예술연감’ 발간 사업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역 문화예술에 공헌한 원로 예술인들을 찾아 그들의 업적을 기리는 것 역시 우리가 할 일이다. 또 성장 가능성 있는 신진예술인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이들을 끌어주고 밀어주며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싶다.

-일부 지역 예술인들이 눈높이를 맞추자는 제안도 있는데 문화서비스 측면의 새로운 구상이 있는가?

▲일부 예술인 중에는 2년 연속 지원을 받은 후 그 다음해 지원 대상자에서 탈락하면 재단을 향해 권위적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있다. 문화예술인들은 자기 나름대로 자존심과 고집을 갖고 있지만 이런 것이 지나치면 문제가 된다. 재단은 수백명의 예술인 중 한 사람만을 지원할 수 없다. 많은 예술인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을 지켜가고 있는 능력있는 예술가를 도울 길이 막힐 수도 있다.

문화는 예술인들만이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시민들도 문화를 누릴 자유가 있다. 그동안 예술인지원사업이 지원금을 분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능력있는 몇몇 단체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지원은 일반 시민문화를 성장시켜 나가는데 쓸 것이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목요토론회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 기업들과 문화단체를 연결시켜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은행을 하고 있는데 성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은행은 시행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성과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계속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쌓아 나아가야 하는 단계다.

재단이 이 사업을 하게 된 데에는 지역 내 기업 중 창사기념을 맞아 체육대회와 회식 외에 뜻있는 행사를 하길 원하는 수요자들과 자신들의 문화콘텐츠를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기 원하는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을 위해서다. 기업의 경우 실내악단을 초청하거나 극단을 초청해 공연을 올리고 싶어하지만 문화예술프로그램과 비용에 관한 정보가 없어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문화예술단체들은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지만 무대가 없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재단이 시행하는 이 일은 기업 메세나 운동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재단의 역할은 문화예술품의 창조자와 실질적인 수요자 사이에 연결고리다. 이를 통해 재단은 지역 문화 저변을 확대하고자 한다. 지역 예술단체 역시 이 사업을 통해 지금보다 상황이 윤택해지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것이다. 이는 곧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을 탄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재단이 갈 곳 없어 더부살이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지역본부가 새해 1월 31일에 만료되는 임대계약을 연장하지 않아 인천 아트플랫폼으로 임시거쳐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트플랫폼 복도에 칸막이를 설치해 공간을 만들고, 본래 작가지원실·교육실 용도로 사용되는 공간을 고쳐 직원 35명이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게 할 예정이다.

재단이 독립된 공간 없이 계속 더부살이를 해야 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청사를 마련하기 전까지 반드시 감수해야 될 일 중에 하나라고 본다. 가장 이상적인 재단의 공간은 복합문화공간이다. 사무실과 함께 문화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 공연장이 있고 지역 문화단체가 싼 값에 임대해 들어와 거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좋겠다.

이번 일이 생기기 전까지 시는 재단의 독립청사에 필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시와 재단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본다.

-내년까지 시에서는 1천억원의 재단 적립기금을 마련해줘야 한다. 앞으로 기금마련에 필요한 과제가 있다면?

▲현재 480여억원이 적립됐다. 시에서 해준다고 했으니 어떤 방식이던 언젠가 해줄 것이다. 그러나 시 역시 예산 문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시에 무리한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또 기금이 모두 갖춰진다 하더라도 이자만으로 재단을 운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기금을 함부로 돌려 무얼 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자체건물을 사서 임대사업을 한다든지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 역시 문화재단의 과제가 될 것이다. 대담=이원구 문화체육부장·정리=최미경기자 mkchoi333@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심갑섭 이사는

1942년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 출생

▲ 학 력

1954년 인천 부평동 초등학교 졸업
1957년 서울중학교 졸업
1960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68년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사회학과 졸업
2002년 연세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졸업

▲ 경 력

1967년 예비역 육군하사 전역
1993년 한국방송공사 편성실장
1994년 한국방송공사 KBS홀 운영국장
1995년 한국방송공사 KBS광주방송총국장
1997년 한국방송공사 KBS대구방송총국장
2000년 한국방송공사 KBS정년퇴임
2002년 부평풍물축제위원회 위원장
2005년 대경대학 학장
2006년 경북 영상위원회 이사
2007년 12월 ~ 현재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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