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반세기 전이라서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겠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가까운 시간이다.

그때 필자가 소년이었을 때 학교에서나 책에서나 많이 듣고 읽은 것은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tious!)라는 말이었다.

야망 또는 야심이라고 하면 부도덕한 열망을 연상케 되지만 꼭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큰 소망을 뜻하는 좋은 의미로도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반세기 전의 한국인의 개인소득은 100달러도 안되었다. 거기에다 6·25전쟁이 가져온 정신적 황폐가 겹쳤고 구렁텅이에 빠진 나라를 이끌 정부는 솔선하여 부정 부패를 일삼았다.

4·19는 학생들이 선두에 섰지만 주동자는 자유당과 정부인 셈이었다.

우리가 가난한 아시아 중에서도 가난한 나라에 속하다가 1만달러가 넘는 중진국에 올라선 것은 그야말로 기적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 기적은 하늘에서 준 것이 아니다.

우리시대의 영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문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고 온갖 고난을 마다 않고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인천에서 트럭 한 대 몰던 사람이 세계 유수의 항공사와 해운회사를 만들고 쌀가게 짐꾼은 세계 제일의 조선소와 건설회사, 자동차회사의 주인이 되었다.

좀 여유가 있었다는 사람도 국수공장부터 시작해 일류의 거대 그룹을 일궈 놓았다.

그들은 분명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 성공한 사람들이다.

필자는 최근 젊은이들을 보면서 우리의 미래에 대해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과거 세대에 비해 의욕에서 뒤지고 더욱 나쁜 것은 현재상태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감지 된다는 것이다.

아다시피 도전정신, 창의력, 불굴의 의지같은 적극적인 정신자세는 진보의 기본 조건이다.

이미 소득 1만달러시대가 됐으니 ‘좀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스며들었을지도 모르고 또 절대빈곤시대에 있었던 감투정신이 오늘에까지 지속되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숫자 그대로 1만달러 소득의 중진국이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우는 나라들의 소득은 3만달러가 넘는다. 3만달러가 선망의 대상이기에 선진국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그래도 세계 문명에 기여하고 지구촌의 여론에 한몫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제력을 갖춰야 하고 또 그 정도의 경제력을 갖추려면 사회체계 전체가 세련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에 가시적인 경제 얘기부터 꺼내는 것이다.

자유경제사회라는 것은 ‘누구나 왕이 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가 있다.

실제 철강왕 카네기, 자동차왕 포드, 석유왕 록펠러라는 호칭도 있지 않은가.

요즘도 흔히 대기업의 오너를 타이쿤이라고 쓰는데 이것은 막부시대 일본의 영주인 대명(大名)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의 왕이나 다름없는 호칭이다.

기업이란 쉬운 말로 장사이고 장사는 이윤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익을 남기고 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갖 머리를 짜내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야 한다.

그러므로 비리도 상대적으로 많기 쉽다.

그러나 기업은 고용을 낳고 소득을 높인다. 일본의 사무라이였던 어떤 사람이 명치유신 뒤 기업인이 됐다.

그가 실업(實業)이란 말의 창조자이다. 왜 그가 실업이란 말을 만들었을까. 짐작컨대 칼차고 거들먹거리며 농민이나 수탈하는 무사생활에 비해 기업이야말로 나와 남의 이익에 직접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정치가니 무사니 하는 것은 허업(虛業)자들로 여겨졌음직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른바 ‘쁘띠 부르즈아’의 상태에 주저앉지 말기를 주문하고 싶다.

‘그랑 부르즈아’가 되고 자기의 기업왕국을 세우겠다는 의지의 젊은이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정부는 이런 창업자 정신을 북돋우는 제도 개선에 힘쓰고 모든 행정체계가 기업의 지원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을 전 공무원에 심어 줘야 할 것이다.

10여년 전에 한 경제인은 말했다. “박정희 시대 이외에는 모두 기업하기에 나쁜 정권이었다.”

우리가 또다시 부작용 많은 권위주의 정권을 들어서게 해서도 안되지만 그 시대에 대한 향수가 일부에서 일고 있다는 사실은 대단한 주목거리이다.

민주적이되 기업하기 좋은 정부는 이상이 아니다. 이것도 의지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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