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경부운하’라는 새로운 히든카드를 꺼내들었다.

개발세력의 부활을 예고하며 그 특유의 저돌성과 카리스마를 내세워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하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왜 다시 경부운하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는지나 개인적인 정치적 목적 따위는 제쳐두고서, 경부운하에 대한 경제적, 환경적인 타당성만 냉정히 판단해보고자 한다.

경부운하 추진측의 핵심 내용은 경부운하 건설로 물류비를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요약 할 수 있다.

즉, 현재 서울 부산 간의 물류비를 3분의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으며 부수적으로 관광과 레저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제시하고 있으며 공사과정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함으로써 국내경기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부운하에 관한 타당성은 1998년에 수자원 공사의 의뢰로 국토개발연구원에서 이미 충분히 검토한 바 있다.

그 당시 검토결과를 보면 경부운하 총길이는 540㎞, 수로폭 47~55m, 수심4m이다.

이 수로에 배가 다닐 수 있기 위해서는 총 16개의 댐과 20여개의 갑문이 새로 만들어져야 하고, 여기에 터널1개, 터미널 5개 등이 설치되어야 하는 총10조원이 들어가는 대공사가 될 것이다.

반면 서울~부산간의 총물동량 중에서 경부운하로 유입되는 것은 3.3%정도일 것으로 추정되며, 오히려 수송시간이 60.6시간이 걸리는 등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학계 안팎에서 결론이 난 사업이다.

물론 그 당시에는 환경적인 비용은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

수로확보를 위해 기존의 강바닥을 완전히 긁어내고 쪽 곧은 직강하천으로 만들 때의 생태계 파괴는 누구나 예상 할 수 있는 일이다.

물속에 산소를 공급하는 여울이 없어지고 물 흐름이 느려져 자정작용 약하게 하고 부영양화를 가속하여 수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전 국민 절반 이상이 먹는 상수원의 수질 악화를 의미한다. 또한 일정 수심 유지를 위해 정기적으로 바닥을 파내는 준설비용과 부영양화 방지에 들어가는 환경적 비용 역시 만만치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한반도가 생긴 이래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면 그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누구도 예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성을 더 할 것이다.

이런 종류의 환경 훼손은 우리 국토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적인 대재앙으로 우리에게 돌아 올 것이다.

물류 혁신의 획기적인 대안이며 대한민국이 다시 웅비할 기회라는 경부운하에 대해서 조금만 깊이있는 내용검토를 하다보면 이건 단순히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환경적인 재앙을 불러오는 사업이다.

오로지 개발과정에서 엄청난 이득을 챙길 개발 업자와 일부 떡고물을 나눌 정치인들이 낙동강과 한강유역 지역민들을 볼모로 하는 투기 행태로 밖에 이해 할 수 없다.

정부 투자기관조차도 사업적 타당성이 전무하다는 경부운하를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들고 나오는 것은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국민적 인기만을 위해 영달하는 정치인의 모습으로 비춰져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경부운하에 비하면 훨씬 작은 규모인 경인운하 건설에 대한 논란으로 인천지역이 찬반양론으로 나눠지고 불신과 대결이 조장된 현실을 만든 것은 정부였다.

또다시 경부운하로 국민적인 분열만 야기 시키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경제적 손실만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상황인식을 외면하는 것은 지난 10년간의 경인운하 논쟁 과정에서 운하사업을 표류하게 만든 사실관계를 애써 무시하는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상황인식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 것이다.

환경을 무시하고 개발 지상주의로의 회귀를 꿈꾸는 개발주의자들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국민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보다는 이룰 수 없는 환상을 심어주는 정치적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는 국민적인 강력한 경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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