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미션,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 찾기. 만 50세 이하의 연령대로서 자기 세계의 구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축가. 인천의 건축디자인 기반이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작지만 강한’ 건축의 소망을 인천에 새기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인물을 찾아다니는 것은 희망을 짓는 일이기에 매회 즐거움이 더한다.

이번호에 만나는 건축가는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그의 이름은 어느새 전국구가 되어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이 그의 존재감을 견인하고 있는 터다.

황순우(49·바인건축사사무소 대표). 토요일 낮, 그와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모처럼의 주말, 날씨는 제법 겨울 맛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매웠다. 아침까지 만해도 바람에, 빗방울이 보였는데 다행히 비는 그쳤다. 바람은 여전히 드셌지만 덕분에 건축물 투어 하기는 적격의 날씨를 보였다. 미팅 장소에 먼저 도착하여 한숨을 돌리고 있으려니 그가 들어섰다. 털모자에 목에는 올이 굵은 스카프를 둘러맨 작업복 차림이 수상하다.

애인 집고치기 현장에서 오는 길이에요. 다니고 있는 교회의 실업인선교회 주관으로 1년에 두 번 사회봉사활동을 추진키로 하고, 첫 삽을 뜨게 되었죠. 오전부터 시작해서 하루종일 두 군데의 장애인 집을 수리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잠시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나왔어요.”

집고치기 일정을 깜빡한 채 필자와의 약속을 해놓은 탓에 남모르게 했어야 할 일이 드러나게 되었다며 겸연쩍어한다. 집고치기 봉사활동에서 그의 역할은 재정지원 일부와 설계도면을 만들고,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론을 연구, 보급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해체 현장에서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여 쓸만한 자재들을 모아놓기도 했다. 이것들을 집고치기에 재활용하는 것도 그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전, 그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한 큰 시련을 맞았다. 건강에는 늘 자신 있어 했던 그에게 적신호가 울린 것이다. 다행히 5년간의 집중적인 몸 관리로 인해 위험단계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그때 이후로 그의 건축인생에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평소에 관심을 두어왔던 장애인 복지시설 관련한 건축설계의 이론과 제도적 기반조성의 지원을 넘어 그들을 위한 여러 각도에서의 지원책을 마련코자 했던 것이다. 그의 건축설계에 늘 도입되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출발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다.

니버셜 디자인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의미합니다. 정상인뿐만 아니라 일시적 장애를 포함한 모든 장애를 취급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체적인 능력의 부족함만이 아니라, 상황이나 연령에 따라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정부분의 핸디캡 모두를 장애의 개념으로 보고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라고 하면 상실된 신체 기능의 일부를 보완해주는 것과 환경을 특별하게 만들거나 혹은 장애물을 제거해 보다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니버셜 디자인은 이러한 양 측면을 통합해 보다 폭넓은 시각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공간에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구분된 동선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에서 그들의 존재감이 희석될 수 있는 디자인수법을 그가 즐겨 활용하는 배경의 설명이다.

대표는 인하사대부고와 홍익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동문 선배 강철희 대표가 이끄는 서울의 이상건축에서 건축실무를 익혔다. 93년 건축사를 취득하고 일시 공동대표로 재직했던 이상건축과는 95년 독립 후 현재까지 협업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그는 인천시 건축위원회 위원, 시 예산결산 검사위원, 시 학술용역심의위원 등으로 활약하는 등 건축사의 활동무대를 확대시킨 공로가 크다. 건축사의 전문영역이 단지 설계도면 위에만 묶여있어서는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실천을 통해 증명해보였다.

그는 올해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의 MA(책임건축가)로 활약한 바 있고, 청라시티타워 PA(총괄계획가)로 활약하는 등 인천 내에서 벌어지는 굵직한 프로젝트의 대표성을 갖춘 젊은 건축가로 주목되고 있다.

“기회가 좋았을 뿐이죠. 한 가지 덧붙인다면 뒷짐지고 물러서 있기 보단, 적극적으로 관과 부딪혔습니다. 구체적인 안을 가지고 뛰었죠. 그러다보니 주위에서 같은 마음으로 뛰어주는 학계, 정계 선후배들의 응원이 더해졌어요. 그 분들과의 협력관계로 인해 건진 일들이 많아요. 아트플랫폼도 그랬고, 작은 극장 돌체도 그런 경우죠.”

천지역 건축가 중에서 문화시설뿐 아니라 사회복지시설, 병원건축과 함께 교회건축에서 그의 디자인은 특화된 활동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종교시설에 대한 그만의 디자인 노하우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예증이다. 최근 남동구가 선정하여 발표한 2009년도 ‘아름다운 건축물’ 최우수상을 수상한 하나비전교회는 그의 건축관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수작으로 꼽을 수 있다. 교회 투어를 하는 동안 휠체어를 탄 채 1층의 카페테리아에서 즐겁게 환담하는 신자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공간의 주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이었다. 건물 내 어느 곳도 문턱과 개구부의 크기로 인해 그들의 동선을 방해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었고, 지하층부터 지상10층의 옥상정원까지 그들이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비장애인들과 공유하는 폭과 디테일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한 곳도 일부러 장애인을 위해 연출된 장면이라고는 할 수 없는, 대기 중에 스며든 유니버셜 디자인의 모범사례라 할만 했다.

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지요. 건축은 사람을 쉽게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건축가는 끈기의 천재가 되어야한다고 말하는 그는 올 겨울부터 사무실 직원들의 복지에도 눈을 돌렸다. 후배들이 장차 멋진 건축가로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깃들어 있음이다. “12월 말일 당장, 1팀이 3박4일 일정으로 일본 동경으로 출발합니다. 내년에는 북경과 상해로 기획하고 있지요. 동기부여는 제가 하지만 전적으로 직원들의 자율의지에 맡겼어요. 체계적인 건축여행을 통해서 자기계발은 물론 꿈의 실체에 한발 더 나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사무실이 추구하는 ‘순수, 지혜, 열정, 협력’의 주체로서 건축가의 길을 공유하게 될 도반을 위한 장치를 그가 마련한 이유다.

전진삼(건축비평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인· 광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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