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인천시장이 선거공략으로 내건 ‘인천종합문예회관 개방형 관장 시행’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03년 12월 ‘민간인 전문계약직 채용’으로 시 직제규칙을 개정한 후 오랜 동면에 들어가 있던 조례가 드디어 빛을 본다는 점에서 문화예술계 관심이 어느때 보다도 크다.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시설 인천종합문예회관이 연간 150억여원이라는 예산을 쓰면서도 여전히 낮은 재정자립도에 전문성마저 결여, 운영체제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 한참이나 지났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최근의 논의는 개방형 관장제 시행 여부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세종문화회관에 이어 경기도 예술의전당이 재단법인으로 탈바꿈, 여러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 주목한다. 한편에서는 인천문화재단이 회관을 위탁운영하는 방안도 고개를 들고 있다.

▲왜 개방형 관장제인가

‘개장형 관장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3년 초다.

시 직영체제하 공무원 순환보직제로는 산하 예술단운영과 공연기획에 이르기까지 책임운영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 시는 적극적인 검토에 나섰다.

그해 말 조례규칙심의회를 열고 ‘관장을 개방형직위제로 지정해 민간인 전문계약직을 채용하고 홍보, 마케팅, 전시 및 기획공연 담당을 전문계약직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듬해 예술단원 평정문제로 내홍을 겪으면서 노조가 결성되자 시는 조직 안정화를 위해 후임 관장으로 다시금 공무원을 내려보냈다.

그 와중에 개방형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이를 끄집어낸 것이 올 봄 안 시장이 내건 선거공약이다.

▲성과 거두려면…

개방형 관장제는 외부전문가에 의한 효율경영과 전문운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시 직영체제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그러나 인사권과 예산권이 자치단체장에 귀속돼 있는 데다 대부분 인력이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체제운영시 전제돼야할 조건이 따른다.

우선, 관장을 보좌할 수 있는 전문직 인력 채용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의 인력 구조에서 관장 1인만 뽑을 경우 효율적 운영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관장이 소신껏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별도의 기획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계약직 관장이 시로부터 예산을 따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를 수 밖에 없으므로 고정된 재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김성배 문화비평가는 “개방형으로 갈 경우 관장 한 사람만 바꾸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전문인력과 예산 확보 등 제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전문인을 뽑되, 어떤 인물이 적합한가 하는 문제다. 즉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느냐 혹은 전문경영인을 데려오느냐에 대한 고민이다.

문화예술인 출신으로는 국립중앙극장이 책임경영체제로 가면서 1대, 2대 사장을 역임한 김명곤 현 문광부장관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최근엔 사회 각 분야에서 경영마인드가 강조되면서 문화예술계에도 경영인 출신 수장이 나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 CEO 출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재단법인으로 탈바꿈한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우리증권 이팔성 대표가 취임했는가 하면, 12월엔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김주성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선임되기도 했다.

이들 전문경영인이 예술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영을 접붙일 수 있을 지 시험을 받고 있는 중이다.

개방형직위에서 한걸음 나가 책임운영체계로 가자는 제안도 일부에서 일고 있다.

민간인 관장을 선임하되, 인사권과 예산권 일부를 관장에게 부여하는 방식이다. 문광부 소속 국립중앙극장이 2002년 1월1일을 기해 책임운영기관으로 재출발, 그 결과 △재정의 경제성 제고 △서비스 수준의 향상 △경영·운영 합리화 △고객만족도 제고 △책임경영을 위한 노력이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첫 개방형도입 대구 문예회관

개방형 관장직의 대표적 운영사례로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들 수 있다. 지난 1995년 지자체에서 처음으로 개방형직위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3명의 전문관장이 거쳐 갔고 현재 4대 관장을 공모중이다.

주목할 것은 출발 단계에서 전체기획을 담당할 실무자로 전문인 출신을 뽑았다는 점이다. 신분도 계약직이 아닌 학예연구사 직책으로 공식발령을 냈다. 이에 따라 기획공연이 양과 질적으로 크게 상향됐다는 평가다.

초기부터 기획을 담당해 온 여상법 학예사는 “계약직 관장이 홀로 부임할 경우 행정직 공무원을 컨트롤 하는데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최소한 관장 직속 실무담당자로 전문인을 뽑는 것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관장 인물론에서는 평가가 엊갈린다. 초대 예술인 관장을 거쳐, 2·3대는 언론인 출신이 수장으로 왔다.

음악을 전공한 초대 관장은 예술단 운영에 있어 음악쪽에 편향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언론인 출신은 경영과 예술 양쪽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부적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단법인 3년차 경기도 예술의 전당

개방형에서 성큼 나가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하자는 논의도 술술 나오고 있다.

회관이 재단법인체가 될 경우 전문가 영입도 쉬워지는 데다가 민간으로부터 재원을 확보할 수 있어 경영효율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개방형직제가 재단법인으로 가는 징검다리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아예 건너뛰고 일찌감치 준비하자는 의견이다.

경기도 예술의 전당을 들여다보면 들어맞는다.

경기도 문예회관은 1999년 개방형 직위제를 도입, 정동극장장을 지낸 홍사종씨를 관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2004년 6월 재단법인으로 전환, 명칭을 바꾸고 초대 사장으로 홍 관장을 재선임했다.

이후 성과는 괄목할만하다. 읍, 면, 동 단위 주민에게 문화를 전파한다는 ‘모세혈관 문화운동’에 나서 연간 600회에 달하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또 산하 4개 예술단 인력 활용, 소외지역 초등학교에서 강습하는 ‘멘토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더불어 공연 제작비도 대폭 확대했다.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재정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김동빈 인천종합문예회관 관장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재단법인으로 가기 위해선 별도의 이사회 운영, 조직 확대 등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므로 현재 시 입장으로선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고 짚는다.

한해 예산규모가 20조원에 달하는 시울과 경기도는 별도 운영이 가능하지만 그의 4분의 1수준인 인천으로서는 양립이 버거울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적인 지적이 이에 의견을 더한다.

▲인천문화재단과 통합법인

인천문화재단이 종합문예회관을 위탁하거나 흡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한편에서는 인천문화재단 출범 목적이 문화예술 정책 발굴, 문화예술인 지원, 교육 및 학술 진작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회관 위탁운영은 지양되야 한다고 푼다.

다른 한편에서는 회관이 별도 법인으로 독립할 경우 행정비용의 중복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통합을 고려해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김성배 문화비평가는 “재단은 이미 확실한 운영 목적을 갖고 있는데다, 현실적으로 회관의 예산·인력이 재단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통합은 불합리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사무처장은 가장 모범답안은 회관의 별도 법인화라고 전제, “그럼에도 재단 기금출연마저 제때 못하고 있는 시 입장에서 볼때 통합법인은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대신, 이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위탁운영을 위한 적정인력 산출과 관리·기획 예산규모 산정 등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만일 재단이 회관을 운영하는 쪽으로 방향이 결정될 경우 정책결정자가 그 시행 시점을 명시해야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준비가 가능하다”고 풀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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