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맞은 영화공간주안의 12월 주민시네마테크 주제는 가족이다.

영화속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한 아버지는 가족의 가업과 같은 일을 아들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돈을 모은다. 죽음의 공포 속에 있는 부자는 비극적인 상황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여기며 슬기롭게 위기를 넘긴다.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를 정리해고해야 하는 아들의 고뇌도 볼 수 있다.

가장의 죽음 이후 벌어진 상황을 통해 가족애를 생각하게 하거나 그리스라는 특정 민족이 갖고 있는 전통 가치관을 통해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는 작품도 있다.

주민시네마테크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 3시 영화공간주안 3관에서 에서 상영된다. 입장료는 무료다. ☎032-427-6777

# 빌리 엘리어트

(감독 스티븐 달드리·110분·12세 이상 관람가)

11살 소년, 빌리가 런던 로얄발레스쿨에 입학하기까지 과정을 그린 웃음과 감동의 드라마다. 동심의 눈으로 1980년대 영국에서 일어난 광산 파업을 표현해 좌우익 평론가 모두에게 극찬을 받았다.

권투를 배우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빌리는 자신에게 발레리노로서 소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발레 선생, 윌킨슨 부인의 도움을 받아 운동을 그만 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빌리를 말리지만 그의 춤을 본 이후 아들을 탄광촌에서 벗어나게 하고자 갖고 있는 모든 돈을 모은다.

영국 광산 파업을 잘 모르는 지금의 젊은이들도 쉽게 볼 수 있어 교육적인 영화로 인정받았다. 에딘버러 영화제에서 상영될 당시 큰 호응을 얻어 웨스트엔드상을 수상했다.

# 사랑의 추억

(감독 프랑소와 오종·95분·18세 이상 관람가)

엽기적이면서도 자극적인 프랑소와 오종의 전작들에 비해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된 영화다. 현실과 추억, 집착과 환상 속에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주인공 샬롯 램프링의 지적이며서도 완숙한 연기가 돋보이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장가 마리아는 해변으로 둘만의 여름 휴가를 떠난다.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잠시, 수영하고 우겠다던 남편 장은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휴가는 단지 악몽이었을까? 일상으로 돌아온 마리아의 곁에는 남편이 함께 한다.

단지 이상한 것은 남편의 신용카드가 정지됐고 유부녀인 그녀에게 친구들이 남자를 소개시켜 주려고 한다는 사실이다. 마리아는 가까이서 장의 손길을 느끼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가 보이지 않는다.

# 8명의 여인들(감독 프랑소와 오종·100분·15세 이상 관람가)

프랑스 유명 여배우들이 총출동한 프랑수아 오종의 미스터리 뮤지컬 코미디 영화다.

1950년대 프랑스 한 시골 저택. 눈 내리는 겨울밤이라 저택은 고립된 상태다. 그러나 이 날, 이 집의 가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은 8명의 여인 중 하나. 누구도 살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영화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살해된 남자의 아내와 딸부터 하녀와 정부, 장모에 이르기까지 집안 여인들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살해 동기와 비밀을 그렸다. 특히 폭설로 고립된 저택을 배경으로 해 추리극 형식을 따르고 있으며 이야기 중간 중간에 인물들의 안무와 노래를 넣었다.

# 인력자원부

(감독 로랑 캉테·100분·15세 이상 관람가)

로랑 캉테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다. 개봉 당시 르몽드지의 자크 만델바움은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영화에서 소설적 환상과 현실의 냉혹함을 잘 결합하고 있다”고 평했다. 실제로 이 작품은 프랑스 사회의 이슈 중 하나였던 ‘주당 35시간 근무제’와 많은 부분이 대비돼 관심을 끌었다.

상경계 그랑제꼴 출신인 프랭크는 아버지가 30년간 몸 바쳐온 공장 인사부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몇 년을 가족과 같이 지내지 못한 탓에 이번에 아버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 한다. 그러나 프랭크는 아버지를 정리해고 시킬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힌다.

# 나의 그리스식 웨딩

(감독 조엘 즈윅·96분·12세 이상 관람가)

미국에서 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의 전통을 소재로 한 영화다. 감독은 혼기가 찬 어느 그리스 처녀의 요란한 결혼식 과정을 보여주며 이들이 지닌 가치관을 그리고 있다.

30세의 그리스 출신 여성 톨라는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 ‘댄싱 조르바’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들은 그녀의 수고를 알아주지 않은 체 빨리 좋은 그리스인을 만나 시집가라고 성화다. 결국 톨라는 식당을 그만두고 컴퓨터를 배워 새 직장에 취업한다. 그리고 이상형의 남자를 만나 연애도 한다. 그러나 부모님은 톨라의 남자친구가 그리스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들의 결혼은 막으려고 하는데.

# 안개 속의 풍경

(감독 테오 앙겔로폴로스·121분·15세 이상 관람가)

테오 앙겔로폴로스 감독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지만 그리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이다.

이번에 영화공간주안에서 상영할 이 영화는 1989년 베니스영화제 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로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볼라와 알렉산더 두 남매는 역에 나가 아버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오지 않자 둘은 아버지가 있다는 독일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그러나 무임승차였던 이들은 곧 쫓겨나고 삼촌의 공장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삼촌과 경찰의 대화를 듣는 중 아버지가 독일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공허함, 절망감, 좌절감을 보여준다는 평을 얻었다.

# 인생은 아름다워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122분·12세 이상 관람가)

나치의 유태 말살 정책을 코미디로 다뤄 비인간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어린 아이를 통해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라는 희망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았다.

약혼자가 있는 도라는 유태인인 귀도의 순수하고 맑은 인생관과 꾸밈없는 유머에 이끌려 그와 결혼해 아들 조슈아를 얻는다. 그러나 평화로운 이 가족에게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닥쳐 귀도와 조슈아가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 간다.

귀도는 수용소에 도착한 순간부터 조슈아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하나의 신나는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속인다. 귀도는 아들에게 1천점을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고 설명한다. 최미경기자 mkchoi333@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