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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15일 일간지 재창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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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윤정
두 번째 미션, 지역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건축가 찾기. 만 50세 이하의 연령대로서 자기 세계의 구현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건축가. 생업의 최전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들을 지면 안으로 불러 세우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지역 기반의 건축디자인 생산 환경이 척박한 이유로 인해 소위 ‘작품’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대상이 많지 않다는 이유가 하나이고, 사무소 운영 면에서 일을 가려가며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 오는 열패감이 인천의 젊은 건축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아픔인 탓이다. 정황상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본 지면에 등장하는 젊은 그들은 오늘도 ‘작지만 강한’ 건축의 소망을 인천에 새기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이윤정(44·현일건축사사무소 대표). 여성건축가. 전국적으로 건축사 면허증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여성건축가들의 숫자가 남성대비 전체의 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보건대 이 같은 통계자료는 인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건축설계 일이 고되다는 것과 자본을 지배하는 클라이언트(건축주) 속성이 남성사회의 전유물처럼 치부되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 등으로 이 계에서 여성이 자기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통념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이제껏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힘들지 않았나?


“전혀. 한 번도 나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에 건축설계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불편하다거나, 불이익을 당했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오히려 정반대라고 해야 할 겁니다.”


이 대표는 술을 잘한다거나, 골프를 잘 친다거나 등등의 세속적인 비즈니스 유형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건축주들과의 술자리를 피해갈 수는 없지요. 그렇다고 건축가가 술을 잘해야 한다는 법칙도 없는 것 아닌가요? 여성도 다르지 않아요.”


이 대표는 저간에 만난 건축주 대부분이 일을 통해 만나서, 신뢰하는 인간관계로 포개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한번 맺은 건축주와는 10년 넘게 일을 수수하는 관계로 유지하고 있다고.




1984년 인일여고를 졸업하고 인하공업전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인천 출신으로, 이력서 상 아주 평범한 과정을 거치며 건축가의 길을 걷는다. 지금의 현일건축을 설립하기 전에 그녀는 서울의 무림건축 및 의전건축에서 건축실무를 익혔다. 어지간히 배짱 두둑한 남성 건축가들도 설계사무소로 개업할 엄두를 내기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가능했나?


“건축사 면허증을 딴 상태에서 이전에 다니고 있던 설계사무소에서 알게 된 작은 시공업체 사장님의 주선으로 첫 일을 하게 되었죠. 아주 우연한 계기였는데 그 분의 일을 옆에서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날까지 일이 이어지고 있어요.” 여성건축가라는 특이점은 그녀만의 독특한 사무소 운영 스타일에서도 묻어난다. “직원들과 출퇴근시간을 맞추죠.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칼 퇴근해요. 일이 넘치면 그대로 싸들고 집으로 들어가요. 주 5일제 근무를 꼭 지켜요. 그런 방식이 몸에 배니까 저도 그렇고 동료 직원들도 일단은 몸이 편해요. 건축설계사무소의 특성상 불안정한 생활리듬에서 오는 갈등들이 심하거든요.” 올해는 ‘고시원’(2종 근린생활시설) 프로젝트를 소화하느라고 눈코 뜰 새가 없었다고 한다.




필자가 이 대표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 배경은 2008∼2009 인천건축문화제 조직위원회의에서 였다. 대학교수 외에는 좀처럼 지역의 여성건축인이 조직위에 참여하는 경우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등장한 것이다. 자기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들어주는 역할에 능한 그녀였기에 2009 건축문화제에선 지역 내 건축사작품전 프로그래머(준비위원)로 참여한 바 있다. “너무 힘들었어요. 건축문화제 조직위 준비위원으로서 지역 건축사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한다는 것이 처음엔 무에 그리 어려울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전화 한 통화부터 작품 수거와 전시, 반출, 배송에 이르기까지 거의 까무러치는 줄 알았어요.” 그만큼 매년 인천시건축사회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동참하여 운영해오고 있는 인천건축문화제가 저들의 생업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힘든 과정의 소산이라는 의미다. 그러하기에 조직위의 준비위원으로 동참했다는 개인 이력을 살피는 것은 지역에서의 건축봉사활동의 척도를 재는 무척 중요한 전거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안내를 받아 남구 학익동에 소재한 상가건물을 돌아봤다. 간판과 전깃줄로 뒤덮인 건물의 외관이 건축가의 마음을 쓸어내리고 있는 듯했다. ㄱ자형의 돌출프레임 창호 외부 디테일과 강렬한 칼라의 면성(面性)이 눈길을 끌었다. “작은 건물이지만 건물 4면 전체를 디자인하려고 노력했어요. 다행히 건축주가 수용해 주었죠. 건축비가 풍족하지 못해 외부마감을 드라이비트로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디자인 의지를 놓고 싶지는 않았어요.” 안타까운 것은 이 건물이 위치한 동네 전체가 재개발구역으로 묶여 현재는 하나둘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1∼2년 내에 이 건물도 철거될 운명에 놓여 있다. 기분이 어때요? “내가 설계한 건물일지라도 관리가 잘 되어 보존상태가 좋다면 두고두고 보고 싶겠지만, 마음이 많이 떠나 있는 게 사실이에요.” 정든 건물과의 이별연습을 하고 있는 눈치가 역력했다.




다시 방향을 틀어 남동구 구월동으로 향했다. 인천시청직장어린이집은 구월동 시청 부지 안에 있었다. 외부로부터의 시선이 차단된 입지 조건 때문인지 이 건물엔 그 흔한 간판의 어지러움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건축이 오롯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취학 전후 어린이들의 소중한 보금자리인 만큼 건물의 색상은 원색의 활달함을 앞세우고 있다. 두루미에서 착상했다는 건물의 서쪽 외부 입면형태와 1층 바닥 하부를 낮은 천장의 필로티로 공간 구성하여 어린아이들의 외부 놀이장소로 제공한 것, 그리고 비스듬하게 박힌 기둥들까지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해 이 대표가 기울인 정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시공된 상태가 흡족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녀의 건축디자인 취향을 확인받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인천의 건축 풍토에 쓴 소리 한 마디를 요구했다. “건축공부를 안 하는 풍조? 유행을 타듯 건물 하나하나에 쓰여지는 재료들이 동어 반복적으로 등장하기 일쑤죠.” 그녀는 요즘 바쁘다. 인천 도시건축의 발전을 위하여 여성 건축인들의 힘이 모아져야 한다는 공동의지를 확인한 까닭이다. 오래지 않아 그녀들이 벌이는 아름다운 반란이 인천에서 등장할 예감이다. 건축은 개인의 소유이지만 그것이 놓이는 도시에서는 개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공동성의 의식을 강조하는 그녀, 매일매일 ‘10㎝의 전쟁’을 치루는 것이 ‘현장의 건축사’라며 여성들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다.


전진삼(건축비평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인, 광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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