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한 미소에 단정한 몸가짐까지 보는 사람마저 편안하게 만드는 이가 있다.

모든 일을 깐깐하게 처리하지만 특유의 웃음은 ‘까탈스럽다’는 편견도 씻게 만드는 남다른 재주도 그의 특징이다.

인천은 처음이라지만 어느새 이곳에 정이 들어버렸다는 그는 어느 누구보다 지역을 위한 사업 발굴에 여념이 없다.

주인공은 바로 송권면(54) 인천보훈지청장.

그저 시간을 채우고 떠나면 그만일 수도 있겠지만 송 지청장은 오자마자 이것 저것 벌이고 또 벌인다.

마치 오랫만에 고향을 찾은 반가운 사람처럼 챙겨주기에 바쁜 모습이다.

보훈지청이란 곳이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대민 서비스를 하는 곳은 아니지만 국가 유공자 한분 한분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송 지청장의 신념 때문이다.

“보훈청이 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물질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유공자가 주위 사람들로 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는 풍토를 만들어가는 곳이지요. 보훈이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부지런히 발로 뛰어야 하는 일입니다.”

이런 저런 업무에도 불구, 그는 지역 유공자들을 많이 찾아다니려 애쓴다. 가정형편이 어려우신 분에게는 작은 성금이라도 챙기고, 부모를 방문하는 아들처럼 케이크 한 상자도 선물로 마련한다.

지난 5월23일 부임해 인천의 보훈업무를 총괄하게 된 송 지청장은 새로운 마음을 갖자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허브 인천, 3SB운동’을 직원들과 함께 벌이고 있습니다. 가족처럼 편안한 미소를 짓는 보훈, 시원하고 빠른 보훈, 흐뭇하고 기분 좋은 보훈 서비스를 선보이자는 의미죠. 인천보훈지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기돈을 들여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벌이는 이들도 많건만, 그는 어찌 보면 자신의 직업이 천직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장애를 얻으신 분들이나 희생자들, 남편의 사망으로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된 분들에게 영예라도 안겨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보훈청에서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취업알선이나 주택지원, 생활기반 지원 등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들과 함께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신 여러분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고마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사실 과거 보훈처 공무원은 기피 부서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런 사명감에 보훈 공무원도 기피부서라는 인식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만 18세에 공무원에 뛰어든 그는 벌써 공직생활만도 35년째를 맞고 있다.

교사이신 아버지, 5남매의 장남이다 보니 생계에 도움이 되고자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선택한 길이었다.

열심히 일했지만 그래도 고졸이라는 학력이 자신에게는 컴플렉스였다는 송 지청장은 이제 대학 강의를 나가면서 과감하게 떨쳐낼 수 있었다. 늦었지만 부인 안진희(51)씨의 지원으로 다방면의 공부를 마칠 수 있었다.

“지난 92년 한국방송통신대학 행정학과 졸업을 시작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했습니다.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 중어중문학과, 일본어학과 까지 마쳤으니까요. 공부와 일을 병행하다보니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회사에서 한달 동안을 생활해야 한 적도 있었습니다.”

특히 그가 중국어를 시작한 것은 바로 업무 처리를 위해서였다. 독립유공자의 포상을 심사하는 공훈 심사과에서 일하던 시절, 독립 운동가 대부분이 중국에서 활동해 관련 자료들이 모두 중국어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송 지청장은 서울시립대학에서 복지행정 석사과정을 마치고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 박사과정에 돌입, 올 2월에 박사학위를 수여받는 기쁨도 맛봤다.

“9월부터는 서울시립대에서 ‘조직관리’ 과목 시간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얻은 것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성공으로 이끈다’는 그의 소신에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다.

이런 송 지청장의 사무실에는 어김없이 침낭이 준비돼 있다. 인천 보훈업무의 책임자로 있는 만큼 공부할 때와 같은 정열로 일을 처리하고 싶다는 욕심의 표현인 셈이다.

바쁜 일정에도 지역 국가유공자들을 일일이 만나며 얻어낸 ‘인상이 좋다’ ‘편안하다’ ‘가족처럼, 부모처럼 대한다’는 칭찬들은 공짜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보훈서비스는 바로 재가복지 시스템 강화로 나가야 합니다. 현재 활동중인 ‘보훈도우미’와 시·군·구 재가 복지시스템을 결합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죠. 단순한 행사성 이벤트가 아니라 체계적인 복지서비스 확립을 위해서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인천보훈병원 유치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할 방침이다.

“인천지역 보훈병원 유치 타당성 조사가 지난 8월 의뢰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타 시도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인천에 유치될 가능성이 보다 큰 상황이죠. 내년 상반기에는 윤곽이 드러나는 만큼 지역 보훈지청장으로써 할 수 있는 노력을 할 겁니다.”

인천에서 100일 조금 넘는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 도시보다 활력이 느껴진다는 송 지청장.

“여러 모임에 참석해 인천의 정체성을 찾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인천은 더 이상 서울의 변두리 도시는 아닙니다. 인천이 동북아시아의 허브도시인 만큼 보훈 서비스에서도 허브 지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 영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남은 공직생활을 고스란히 기여하겠다는 그의 각오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