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제가 민, 관, 기업의 협치조직인 만큼 조속히 행정이 참여하기를 바랍니다.”

계양의제21 공동대표로 선임된 이세영(56) 선생의 입술은 오랫동안 부르터 있었다. 지난 해부터 예산 등 의제와 관련된 논란을 심하게 겪었기 때문에 그도 그럴 것처럼 보였다. 행정에선 법에 따른 조치라고 일관했지만, 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는 오히려 지원을 강화했다. 전국 초유의 일로 비화되기도 했다.

이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계양의제를 살리는 데 동분서주했다. ‘어떻게 만들어진 의제인데…’라며 탄식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의제’하면 생소한 측면도 있지만, 주민·행정·기업이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등 의제의 취지까지 져버리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는 신념에 가득찼다.

왜 그렇게 의제에 집착(?)했을까? 그가 살아온 길을 보면 이해할 법 하다. 평생 교직만이 천직인줄 알았다. 지금도 부평디자인과학고등학교에서 교편생활을 하고 있는 이세영 대표에게 선인학원 사태는 새로운 전환이었다.

선화여중에 재직하면서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여기저기서 나서야 한다고 그에게 권했다. 당시 시민모임 준비위원장을 맡았던 인하대 최원식 교수의 딸을 가르쳤다는 인연도 있었다. 지식인계, 시민사회계 등이 모이면서 교사 이세영은 범선인학원정상화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후 인천참여자치연대에서 의정감시단장, 공동대표를 맡았고, 동시에 지역문제도 챙겼나갔다. 계양산 화약고설치반대 구민대책위와 계산지역 러브호텔 및 퇴폐영업소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에서 각각 집행위원장과 상임대표를 맡는 등 계양구의 현안의 중심에 서 지역사회를 이끌기도 했다.

“갈등은 민주화시대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인데, 이를 조절하고 중재하는 능력이 바로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낸다.”

이세영 대표는 2000년 무렵부터 인천의제와 계양의제에 줄곧 참여하면서 의제가 제대로 자리할 때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외유내강형 인물로 평가받는 그가 검도를 한 지 20년이 됐고, 이때문에 ‘사단법인 무예24기보존회’ 이사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혹독한 논란을 겪었던 만큼 의제를 다시 추스려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그의 각오에 대해 행정이 어떻게 뒷받침할지 관심이 모아지는 한편 협치나 합의와 같은 절차의 소중함이 퍼저나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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