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는 성별을 따지지 않습니다. 오로지 사람만이 따질 뿐이죠.”

올해로 인천지하철 전동차 운전 6년차인 김현정(28)씨는 여성 기관사라는 이유로 관심이 집중 되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여자이기 때문에 섬세할 거라 생각하지만, 모든 여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철도라는 것이 군대 물품 이송을 위해 처음 만들어지다 보니 군대식 표현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합니다. ‘엄중문책’ ‘지시전달’ ‘점호’ 등의 말들이 난무하다보니 오히려 여성특유의 기질을 살리기가 어렵죠.”

3년 전 결혼한 그는 남편 역시 철도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른바 기관사 부부다. 20세 때 같은 학교 과 선후배로 만나 5년 동안 사랑을 키워왔다.

김씨에게 기관사라는 직업은 마치 소중한 생명을 치료하는 의사와 같다.

“자신이 돌보는 환자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치료하는 의사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기관사도 마찬가지죠.

내가 운전하고 있는 차량의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려야 한다는 마음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어요.

또 누가 제 차량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면 하나 하나가 조심스럽습니다.”

맨 처음 거대한 차량을 움직인다는 신기함이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사명감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지하철을 운행할 때 보이는 거라곤 터널속의 형광등, 젓가락 같은 철로 뿐이어서 가끔 피로가 몰려오기도 합니다.

남들에게는 그저 오가는 길이겠지만 어둠속을 내내 달리는 것은 쉽지 않죠. 역에 정차하고 출발할 때 꼼꼼하게 승객들을 살피는 등 일하는 내내 신경 쓰이는 일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기관사중 여자 보다 남자들이 더 많으니 불편한 점도 많을 터.

“일하면서 남성화돼가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성별을 떠나 같은 기관사로서 생각하는 점들이 같아지고 있기 때문이겠죠.

가끔 기관사들을 위한 화장실이 있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아무리 운전하는 중이지만 생리현상은 참기가 힘이 드니까요.”

그는 또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제도가 여성들의 취업을 가로 막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이것에 굴복하고 말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겠죠.

이것을 깨기 위해서는 남성이 할 수 있는 일과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편견을 깨야 할 겁니다.”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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