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지구촌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유엔 인구기금(UNFPA)과 인구 보건복지 협회가 함께 발표한 2009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 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은 1.22명으로 지난해(1.2명)에 이어 세계에서 출산율이 제일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1.22명은 세계 평균(2.54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선진국 평균인 1.64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올해 우리나라 인구는 4천830만명으로 세계 26위지만 지금처럼 저출산이 계속된다면 2050년 우리나라 인구는 4천410만명으로 400여만명이 감소해 세계 41위로 밀려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한 국가가 인구감소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출산력인 대체 출산율 2.1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 가입국의 평균 출산율 1.6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인구가 줄어들어 고대 로마처럼 나라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은 지금 이같은 저출산 신드롬의 한가운데 서 있다. 따라서 인구가 줄어드는 속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선진국을 웃도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우리나라 남성의 경우 평균 수명은 76.2세로 186개국 중 32위, 여성의 평균수명은 82.8세로 17위였다. 이는 세계 평균수명(남성65.8세 여성70.2세)은 물론 선진국 평균수명(남성73.9세 여성80.8세)보다 높은 수치이다.

얼마 전 인구학회가 발표한 950년 후 한국인구 멸종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 출산율 1.2명이 지속될 경우 현재 4천846만명인 한국의 인구는 2015년 4천900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고 있다. 35년 후인 2040년에는 4천287만명, 50년 후인 2055년에는 3천448만명, 2300년에는 31만4262명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구학회가 가정한 이 시기에 인구 성장률을 적용해 계산을 연장할 경우 한국은 2954년이 되면 단 한명도 남지 않는 멸종 국가가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결혼한 사람 가운데 아이를 낮지 않겠다는 사람이 25~29세의 경우 26%, 30~34세의 경우 무려 50% 된다. 이는 임신에서 출산 양육과정 모두가 여성의 몫으로 돼있는 사회구조와 무관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는 남녀평등을 지나 오히려 남성보다 여권신장이 앞서가는 추세로 진행 되고 있다. 여기에 맞춰 선진국 처럼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동등하게 줘 양육의 공동책임을 갖도록 해야 한다. 여성에게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

저출산에 따른 젊은 인구의 감소는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노인 수는 늘어나고 젊은이는 줄어들어 젊은이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저 출산은 ‘노동력부족, 노동 재생산성 감소, 소비와 저축의 감소, 경제 성장률 둔화’를 갖고 온다. 이는 결국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경제의 악순환의 첫 고리가 될 것이다.

선진국 중 유일하게 1.88명의 높은 출산율을 유치하고 있는 프랑스의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가족 수당제도가 눈에 띤다. 18세 미만 자녀가 2명 이상인 모든 가정에 가족수당이 제공된다. 그 것도 두 자녀 부부 기준으로 프랑스 평균 남성 임금의 9.5%에 달하는 넉넉한 지원을 해줘 항상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게 하는 한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프랑스는 셋째 아이부터 황금덩어리다. 임신과 출산에 드는 모든 비용은 국가가 지원한다. 특히 셋째 아이를 낳는 가정에는 130만원 가량의 추가 보조금에다 교통수단이나 식당, 옷가게, 신발가게 등에서 물건을 살 때 25%의 할인 혜택을 준다. 프랑스는 앞으로 40년 뒤에는 인구가 7천500만명으로, 지금보다 1천100만명이 늘어나면서 유럽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전망이다. 인구가 국력이란 말이 실감되는 대목이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