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립박물관의 2009년 세 번째 기획특별전으로 마련된 ‘그릇, 근대를 담다 - 근대산업도자기’전이 지난 10일부터 80일간 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장기 전시에 들어갔다.

월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부터 일반에 공개될 이번 전시는 근대 도자기를 통해 본 문화의 변천사와 도자기가 담고 있는 때론 소박하고 때론 멋스러운 선조들의 일상들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신문은 시립박물관과 함께 근대 산업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과 의미들을 전문가의 해설과 함께 매주 문화면을 통해 소개한다.

역사의 흐름에 있어 ‘근대’라는 시기는 ‘변화’를 떠올리게 한다. 정체되어 있던 전근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활발한 변화가 있었으며,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 변화는 자본주의, 산업화 등으로 규정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근대가 가져온 수많은 사회경제적 변화상 중 도자 산업의 변화에 주목하여 기획한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도자기의 제작도 근대기를 거치면서 산업화, 자본화되었다. 개항 이후 외국에서 유입된 도자기들은 이전의 시기에 비해 보다 화려해졌으며, 그 양도 눈에 띠게 증가하였다. 당시 유입된 외국 도자기들은 왕실 납품용 고급 도자기를 생산하였던 분원(국가 운영의 도자기 가마)의 민영화를 촉진시켰고, 이러한 변화는 도자 산업의 근대화에 단초가 되었다.

이 도자기들은 황실과 일부 고위층을 중심으로 소비되었으며, 주로 유럽과 일본에서 생산된 것들이었다. 특히 일본 도자기 회사들은 일제강점이라는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소비계층을 서민층까지 확산하면서 도자기의 제작 기술과 자본 등을 동원한 근대 산업의 형태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였다.

이렇듯 근대기 일본으로 대표되는 외국 자본과 기술에 의해 침체일로에 있던 국내 도자 산업에서도 서서히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으니 근대 산업의 형태를 띤 산업화, 자본화된 도자기 회사들의 출현이 그것이다. 일제강점기 말 등장한 몇몇 국내 도자회사들은 우리나라 도자 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그 가능성은 보다 발전된 현대 도자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11월10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시립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되는 기획특별전 ‘그릇, 근대를 담다-근대산업도자기’전은 그동안 주류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던, 혹은 부정적 시각이 강했던 우리나라 근대기의 도자기를 재조명하는데 의의가 있다.

그간 근대 도자기에 대한 전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 전시는 그 중에서도 산업화된 도자기를 중심으로 꾸며졌다는 점에서 그와 대별될 수 있을 것이다. 산업화는 곧 대량생산을 의미하고, 대량생산은 소비층의 다변화, 대중화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 시대의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일부 계층만을 위한 사치품, 예술품으로서의 도자기보다는 대중화된 생활용품으로서의 도자기의 멋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며, 그 이면에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며 현대 도자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한국 근대 도자기의 위치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시립박물관 소장 근대도자기와 함께 경기도자박물관을 비롯한 8개 기관과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 140여점이 출품되었다.

전시유물로는 분원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산했던 백자류와 개항이후 유입된 외국 도자기, 그리고 일본 자본에 의해 생산된 산업 도자기 및 초창기 우리의 산업 도자기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다양한 용도와 형태의 도자기를 통해 산업화·자본화된 근대, 그 중에서도 암울했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던 우리의 근대를 읽어본다. 배성수 시립박물관 전시교육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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