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란 뛰어난 물건이나 작품을 의미한다. 물론 물건이나 작품만 명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비유컨대 개인도 명품이 될 수 있고 사회나 국가도 명품의 개념대로 이해하자면 뛰어난 여건을 갖추면 명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으며 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도시는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이른바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개인이 명품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이 경제적인 부담과 수술의 부작용과 후유증의 위험성을 각오하고 성형에 집착하는 이유도 한국 사회에서 얼굴은 자신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전국적으로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 등으로 도시 성형이 한창 진행중이며, 특히 인천은 전국에서 도시개발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 외양은 그 대상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적극적인 기준이 되고 있으며 이에 편승하여 도시에 대한 가치도 건물의 규모와 도로의 넓이와 공원의 크기로 결정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겉모습만 가꾸거나 바꾸어 도시가 명품이 되기는 어렵다. 세계의 유명도시들이 고층 빌딩이 많거나 도시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명품도시가 된 것은 아니다. 아무리 야심찬 계획으로 획기적인 도시를 건설해도 이 형식을 감당해 낼 만한 내용이 구비되지 않고는 이른바 뛰어난 도시 건설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인천이 명품도시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내실을 갖추어야 할까?

자긍심은 자기 긍정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의 원동력이자 그 긍정을 유지하고 지속시키는 힘의 원천이다. 인간은 이러한 감정으로 세상과 맞서며 자신을 지키고 현재의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자긍심이야말로 명품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그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도시민들이 갖추고 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자 감정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에서 지역 발전을 위한 의지도 생기며 이러한 자세가 지역 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인천은 전국에서 서울에 대해 열등감과 패배 의식을 강하게 지니고 있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누구나, 어느 지역이나 서울을 지향하며 따라서 서울은 지방민들에게 동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방민은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 또한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방도시는 이 균형된 감각 위에서 자기 지역의 정체성을 토대로 서울과 견주기도 하고 서울을 발전 모델로 삼기도 하면서 발전과 변화를 꾀한다. 따라서 인천에도 시민들이 인천에 대해서 애향심을 느끼고 인천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여건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한편 명문가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생겨날 수 없듯이 명품도시 또한 성급하게 졸속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명품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짧지 않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며 이 시간 동안 외적 발전뿐만 아니라 자신을 내적으로 성숙시키고 다듬는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철저하게 계획해서 도시를 건설하더라도 여기에 그 지역의 역사적 시간을 입혀야만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송도 신도시 도로명에는 역사적으로 인천을 대표하거나 상징하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명칭을 마구잡이로 붙여놓고 있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야 명품이 된다는 점에서 도대체 ‘하모니로’나 ‘해돋이로’ 등이 인천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인천을 세계에 알리는데 어떤 효과가 있는지 답답한 마음을 금하기 어렵다. 크기와 높이와 넓이를 고려한 외형에만 집착해서는 국제도시는커녕 사이비 명품도시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인천의 문화적 색깔과 이미지가 반영된 도시 개발이 행해지기 위해서는 인천 역사에 대한 시간적인 때와 흔적이 필요하다. 인천만의 개성과 희소성을 갖추고 자긍심과 역사성이 묻어나는 바탕 위에서만 비로소 국제적인 도시 건설도 가능하다. 문화와 도시다운 도시는 자동차가 다니는 넓은 도로가 아닌 사람이 다니는 좁은 골목길에서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에 주목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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