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인천지역 대형마트와 공공기관 등 13곳에 설치해 운영 중인 식품기부함이 시민들의 외면 속에 썰렁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기부함 안에 쓰레기가 들어 있는 곳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식품기부함은 경기침체로 기부식품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식품기부량은 감소하고 있어 마련된 방안으로 일반인의 왕래가 잦고 접근성이 쉬운 장소에 설치됐다. 주민들이 식품이나 생필품을 기부함에 넣어두면 푸드뱅크 운영자가 수거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하는 체계다.

빈곤계층의 결식 문제를 나눔의 문화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푸드뱅크와 푸드마켓이 한 단계 더 진화한 게 식품기부함이다. 도심 곳곳에 거점을 만들어 식품기부를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텅텅 비어 있는 식품기부함이 우리 사회의 빈곤한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확인시켜 주는 징표인 것 같아 안타깝다. 잘 보이지 않는 한쪽 구석에 설치돼 있어 시민들 대부분이 식품기부함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 일쑤라니 가장 큰 원인은 홍보 부족 탓일 것이다.

세계적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캐나다 회장인 데이브 토이센은 ‘나눔’이라는 책을 통해 삶에 대한 한 줄기 기대마저 짓밟힌 참혹한 구호현장에서 쓰러진 이들을 다시 일으키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놀라운 힘은 바로 희망의 씨앗, 나눔의 마음이라고 설파한다. 과거 지구촌 최빈국의 하나였던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시민의 일원으로 수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돕는 선진후원국이 됐다. 기부란 단어가 어느덧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든 기부를 원하는 잠재적 기부자들도 늘어가고 있다. 나눔의 문화가 다양한 형태로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 기부의 문화를 올바르게 정착시켜 기부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적기다.

점점 추워져 가는 날씨에 식품기부함에 정성껏 사랑을 담아 자그마한 온기를 보태는 것도 한 가지 좋은 나눔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이나 기업이 기부한 식품에 대해서는 전액 실비로 인정돼 세제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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