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현(61) 검단신도시주민대책위원장은 인천시 서구 검단에서 육십평생을 살았다. 그래서 버릴 수도, 떠날 수도 없는 곳이 검단이다. 그는 검단 일만큼은 만사 제쳐두고 독하게 나서는 이유다. 뼈를 묻어야할 곳이기에….

세계 최대 규모인 수도권매립지가 막 들어서던 1992년쯤이었다. 인천·서울·경기의 온갖 쓰레기들이 마구잡이로 매립지에 들어오던 시절이었다. 매립지로 이어지는 도로는 수거차량에서 새어나온 음식물쓰레기 침출수로 흥건했다. 비가오면 매립지의 침출수가 처리시설를 넘겨 쏟아지는 바람에 온 동네에 악취가 진동했다.

수도권매립지 주민대책위원회 음식물쓰레기처리방안 소위원회위원장이었던 이씨는 들고 일어났다.

물기를 짜지 않고 매립지에 그냥 들어오는 수거차량을 막았다. 쓰레기 무게에 눌려 파손된 매립지 1공구 침출수 배관을 새로 깔 것을 주문했다. 2000년 음식물쓰레기 직반입 금지라는 성과를 일궈냈다. 지금의 매립지관리공사(당시 매립지관리조합)는 침출수 배관을 다시 깔았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수백억원씩 나온 주민지원사업비를 규모있게 쓰도록 유도를 못했던 점이다. 주민 개별적으로 사업비를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사업에 쓰도록 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검단주민들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2006년 12월 검단신도시 주민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지역 원로들이 ‘위원장 자리를 맡으라’는 무언의 압력도 없지 않은 터였다.

“당시 검단은 신도시개발 예정구역으로 개발행위가 제한돼 있었어요, 게다가 토지보상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가가 형편없이 낮게 평가된 상태이었죠.” 이 위원장은 국회를 들락거리며 양도세 감면혜택 폭을 넓혀줄 것을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통사정했다. 또 주민들을 이해시켜 2008년 표준지가를 30%정도 올렸다. 보상 때 주민들의 세금폭탄을 막고 토지보상을 더 많이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

“언제라도 통합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조건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5~6개로 나눠진 주민대책위를 이제는 합쳐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다만 여기에는 사리사욕이 아닌 검단 전체의 이익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채권보상이 아니라 전액 현금보상이 이뤄질 때는 미련없이 위원장 자리를 내놓을 작정입니다” 검단을 위한 그의 마지막 선택이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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