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빅맥지수’가 있다면 한국엔 ‘자장면지수’가 있다.

1960년 한 그릇에 15원 하던 자장면 값은 5년이 지난 후 두 배가 넘는 33원으로 올랐고 그로부터 다시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무려 100배가 넘는 3천500원에 이르고 있다.

40년 전 80㎏ 쌀 한 가마가 3천500원이었으니 지금 자장면 한 그릇 값을 들고 40년 전으로 돌아가면 쌀 한 가마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소비자 물가가 40년 전에 비해 28.5배가 올랐고 그 당시 시내버스 요금이 5원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자장면의 가치는 40년 전에 비해 소비자물가에 비해서는 3배 이상 높게 평가되고 있고 대중교통 요금보다는 덜 오른 셈이다.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돼 있는 맥도널드 빅맥 햄버거 가격으로 세계 물가와 구매력을 평가할 수 있다는 이론인 ‘빅맥지수’가 있다면 한국에서는 ‘자장면지수’가 생기는 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임대료나 임금 등이 다르면 햄버거 원가가 국가마다 차이가 나게 되므로 단순히 빅맥 가격을 비교해 환율 수준을 판단하는 것은 유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오히려 요즘 국내에서는 ‘카페라테지수’나 ‘삼성애니콜지수’를 만들어 보자는 논의도 활발하지만 한국인의 정서로 보나 대중적인 측면으로 보더라도 자장면 만한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하는 얘기다.

그만큼 자장면이 우리 외식문화의 중심에 서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국내에서 하루에 팔리는 자장면은 어림잡아 700만 그릇. 여기에 하루에 백만개 이상이 팔리는 인스턴트 자장까지 합치면 한국사람 다섯명 중 한 명은 매일 자장면을 먹는다.

이런 자장면 가격을 중심으로 경제적 가치를 비교하고 분석할 만큼 자장면에 대한 생각을 바꿔본다면 단순히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자장면’을 넘어서 ‘기회의 자장면’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날이 빨리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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