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녹색성장포럼 채재우(66) 녹색에너지분과위원장은 일곱달 전 정년으로 인하대학교 강단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인천을 버리지 않았다. 아니 버릴 수 없었다. 6·25전쟁 통에 도망치듯 황해도 연백을 빠져나온 그에게 ‘오늘의 나’가 있기까지 인천은 말없이 받아주었다. 인천은 그래서 채 위원장에게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인천을 향해 그를 옭아맨 것은 본능이었다. 수구초심(首邱初心). ‘그리 많지 않은 여생, 인천에 무언가를 남겨야 한다.’ 자연인 채 위원장은 그 꿈 앞에 모든 것을 바치기로 했다. 아니 모두 버리기로 했다. ‘버리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그는 명예와 자리, 욕심을 떨쳐버리고 청년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갈 작정이다.

그가 1973년 독일의 벤츠자동차 공장도시 슈투트가르트 대학서 에너지환경을 배우던 유학시절 때이었다. 독일의 검은 숲 ‘슈바르츠발트’(햇빛이 들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숲)가 대기오염과 산성비로 죽어가고 있었다. 검은 숲의 나무를 베어낸 뒤 원자력발전소 건설도 추진되고 있었다.

검은 숲을 끼고있는 도시 ‘프라이부르크’시와 시민, 기업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시에 독일 최초로 환경보전국을 신설하고, 기업과 태양에너지와 폐기물매립지 메탄가스를 이용한 발전·시스템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로 태양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솔라 하우스’를 보급했다.

시민들은 자전거 이용으로 자동차의 교통분담률을 줄였다. 160㎞의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고, 도심지에 자동차 진입을 막았다. 재활용으로 쓰레기배출 제로에 도전했다. 20여년의 노력 끝에 프라이브르크는 독일의 환경수도로 거듭났다.

“내 역할은 독일서 본 에너지활용기술을 인천에 접목시키는 겁니다. 이것이 인천이 가져 가야할 미래상입니다.” 채 위원장이 사비를 들이면서까지 강화군에 들락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축분뇨가 많이 나오는 강화는 바이오가스로 자족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행정기관을 설득할 경우 충분히 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다.

그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하는 것도 그가 풀어내야할 몫이다. 이미 전국을 다니며 바이오 가스와 자원화 업체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전국 폐수처리업체 48%가 모여있는 인천은 인천만의 특화된 재생에너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어요.”세계인들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인천을 찾는 환경수도, 인천. 그가 꿈꾸는 인천의 미래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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