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6시 인천을 출발한 일행이 동해 묵호항에 도착한 때는 오전 9시40분. 곧바로 오른 쾌속선이 물보라는 일으키며 출항했다.

안개가 조금 끼었을 뿐 날씨는 맑았고, 바다도 잔잔했다.?

빠르지만, 조용하게 바다를 달려 2시20분만에 도착한 곳이 울릉도 도동항. 날이 궂으면 한달 보름을 바다위에서 보냈다는 옛 어부들의 이야기는 이젠 전설로 기억될 뿐이다.

지증왕 13년 신라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면서 육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울릉도. 지금은 여름철 성수기 때면 하루 3천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는다.?

사람들에 휩쓸려 관광차에 올라 도동항을 벗어나자마자 내내 오르막이다.

엔진 소리 요란하게 구불구불 오르막길을 달리던 관광버스 기사 왈, “지금 8자 도로를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팔자 핍니다.”?
그러더니 연신 울릉도 자랑이 이어진다.

숙소까지 10여분간, 일행들 모두 맛보기 입담에 ‘아~’하며 탄성을 자아내고 웃음이 이어진다.?

짐을 부리고, 간단한 식사로 점심을 해결한 뒤 울릉도 육로 관광에 나섰다.

관광가이드를 겸한 운전기사들의 입담에 절로 흥이난다.?

울릉도 곳곳 사연이 없는 게 없다.

신라 장군 이사부가 우산국을 정벌하러 나서며 나무로 사자상을 만들어 보여주니(사자바위), 우산국왕이 더 이상 싸울 의지를 잃고 투구를 벗어놓았다(투구봉)는 사연이나, 어미 거북이 새끼 거북을 등에 업고 있는 ‘거북바위’에는 원래 거북이가 아홉 마리였는데 여섯 마리가 바다로 돌아가 지금은 세 마리 뿐이라는 둥, 날이 궂거나 비가 오면 들고 있는 두 팔을 내린다는 곰바위 이야기가 관광객을 미소짓게한다.

다만 태풍과 장맛비 피해로 도로 곳곳이 패이고 쓸려 안타까움을 주었다.?

울릉도 사람들의 운전실력은 거의 곡예 수준에 가깝다.

그렇다고 위험하거나 험악하지 않다.

오히려 안전하고, 차분하다.

“울릉도에서 운전하려면 면허증이 두 개가 있어야하는데, 하나는 운전면허증이고 다른 하나는 곡예사 자격증”이란 말이 농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르고 내리고 꺾이고 펴지고 하는 도로 사정에 운전실력도 그에 맞춰진 것이 아닌가 한다.?

통구미 터널을 제외한 모든 길에 신호등 하나 없고, ‘이 길은 내 길이다’하고 그어놓은 육지의 노란 중앙선이 없어도 오가는 차량의 흐름이 끊기지 않았다.

간혹 공사 등의 이유로 외지에서 들어온 운전자들의 양보를 모르는 막무가내식 운전에 혀를 찰 뿐이었다.?

자연에 따르는 울릉도 사람들의 심성은 청룡열차 수준의 산길을 타고 도착한 나리분지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넓은 평지라고야 울릉도에선 하나뿐인 나리분지엔 겨울이면 지붕을 덮을 만큼 많은 눈이 내린단다.

그런 탓에 집집마다 포크레인이나 불도저를 두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예전에는 겨울이 되면 집집마다 새끼줄로 연결했다고 하는데, 눈이와 길이 막히면 양쪽에서 새끼줄을 돌려 굴을 파 오고 갔다고 한다.?

울릉도하면 호박엿과 함께 오징어가 유명하다.

원래 울릉도 오징어가 유명한 것은 오징어 떼가 울릉도에 도착할 즈음 살이 가장 통통할 시기라 맛이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울릉도 오징어잡이 배가 멀리까지 오징어를 찾아 나서야 하는 등 시원치 않아 어민들을 우울하게 한다.

그래도 울릉도 오징어의 맛은 울릉도 사람들의 인심을 닮아 그런지 여전히 맛있다.?

도동항이 관광객을 맞는 첫 관문이라면, 저동항은 동해 어업전진기지로 많은 어선을 맞는 곳이다.

사동항 일대에서는 울릉신항 공사가 한창이다.

당초 올해까지 완공 목표라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기행 이틀째인 25일 오후 2시 울릉도에서 87㎞ 떨어진 독도로 드디어 향했다.

천연기념물 336호이자, 한반도의 맨 끝 땅 독도는 그동안 허용하지 않던 일반인들의 발길을, 최근 들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거세지면서 허용했다.

운이 좋았는지, 날씨도 맑아 ‘배를 접안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여객선 선장의 엄포는 엄포에 그쳤다.?

400명의 승객 중 미리 울릉군청에 신고한 200명이 선착장에 발을 디뎠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이라 돌 하나까지도 손을 댈 수 없는 탓에 시멘트로 진 동도측 선착장에만 머문 아쉬움이 컸지만, ‘독도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이 감격에 겨워하는 듯했다.

동도와 서도를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핸드폰을 들어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동도측에는 독도를 수호하는 경비대 건물과 50년대 미공군의 사격 훈련에 목숨을 잃은 울릉도 어민들의 혼을 달래는 위령비가 서있다.

마주보는 서도에는 촛대바위와 탕건봉, 삼형제굴이 눈에 들어왔고, 특히 절벽 아래 태극기를 높이단 유일한 독도주민 김성도씨 부부의 집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오전 독도를 찾은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김씨 집에 문패를 달아줬다. ?

그렇게 20여분 그 짧은 시간에 민족의 자존심 독도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었다.

사진·글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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