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 '시간' 역시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만저만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은 개봉 첫주 서울 5800명, 전국 1만명 선에서 그쳤다. 박스오피스 10위권 안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전작과 달리 이번 영화 '시간'만큼은 '김기덕 책임론'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영화계의 중평이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의 개봉 전에 자신 스스로, 너무 지나치게 '네가티브한 마케팅'을 벌였다.

시사회 직후 있었던 기자회견을 비롯해 각종 인터뷰와 심지어 TV 토론프로그램에까지 출연, "한국에서는 더 이상 내 영화를 개봉하지 않겠다" "한국도 내 영화를 수출하는 여러 시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한국에서 영화를 더 이상 찍지 않겠다" 등등 험한 말을 쏟아 냈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불만, 울분 등은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영화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한국에서는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평단으로부터는 늘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특히 유럽에서는 그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정도로 평단으로부터는 거의 '마에스트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흥행면에서도 비교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따라서 김기덕 감독의 불만은 한국의 평론가나 저널, 일반관객들이 왜 해외에서만큼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느냐는 것에 쏠려 있다.

실제로 김기덕 감독은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역시 로카르노영화제에서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는 등 해외에서 눈부실 정도의 성과를 거둬 왔다.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은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성과라는 점에서는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덕 감독이 최근 보인 행보는 다소 '오버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감독은 작가로서의 면모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인데 배급이나 흥행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새영화 '시간'의 실패가 김기덕 감독으로 하여금 한국에서의 영화제작을 포기하게 하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비록 그의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한다 해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의 영화를 높이 평가하고 또 사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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