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계양구 주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생태하천을 꿈꾸며 자발적으로 서부간선수로 정화활동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수로를 중심으로 아파트가 속속들이 자리하는 한편 아시안게임 체육시설도 예정된 마당에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느냐는 불만이다. 이제는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의 약속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떤 연유에서 주민들이 뭉치기 시작했는지 서부간선수로에 대한 행정의 계획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 언제까지 핑퐁게임인가

서부간선수로는 경기도 김포군 고촌면 신곡양수장에서 부평구 삼산동까지 총연장 15.24㎞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인천구간은 약 9㎞ 정도 되는데, 부평구 삼산동에서 계양구 동양동 일원까지 4㎞가 논란으로 떠올랐다. 이 구간은 논이 주거지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청계천이 복원되고 인천에서 자연형하천이 조성되면서 주민들도 이 농수로를 생태하천으로 변모시킬 것을 요구했다. 농수로 기능이 떨어지는데다 고인 물로 인한 악취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비만 하면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높았다.

그러나 수로의 소유와 관리권이 인천시에 있지 않다는 게 문제가 됐다. 수로 정비를 요구하는 민원을 내면 인천시와 계양구는 한국농어촌공사로 떠밀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농어촌공사도 답답하긴 매한가지. 국비를 따왔는데 농수로 기능이 상실한 곳에 예산을 붓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자연형 하천으로 변모한 굴포천을 논의할 당시 주민, 인천시, 농어촌공사 등 관계자가 모여 서부간선수로와 연계 등을 논의한 적도 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 행정은 일방통행을 고수하나

시와 구가 수로의 일부 구간에 손을 대기시작했다. 대규모 주거지로 변모한 곳을 중심으로 시 도로과는 부평구 삼산동에서 계양구 서운동까지 약 1.57㎞를 왕복2차선 도로개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생태하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넘치자 친환경 수변공간을 덧붙였다. 구는 서운동에서 용종동(계양IC)까지 1.5㎞를 친수생태공원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계획이 추진되면 서부간선수로의 생태하천화는 더욱 요원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주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했는지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우선 도로문제. 시는 도로 계획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절충했다는 입장이다. 부평구는 반대, 계양구는 찬성이 우세한 만큼 도로와 친수·생태콘셉트를 동시에 안고 가자는 것이다.

계양구주민들은 ‘언제 찬성했느냐’며 반발하고 있고, 자칫 서부간선수로 인근 주거지로 차량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구의 친수생태공원 계획도 문제다. 예산도 문제려니와 친수보다는 인공적인 공원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용역이 공개될 경우 생태하천을 주장한 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이 얼마나 담겼는지, 나머지 구간과 단절이 되는 것이 아닌지 등이 또다른 논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때

서부간선수로는 주민이나 행정 못지않게 지역의 국회의원까지 적극적으로 챙기는 형국이다. 민관기구인 시하천살리기추진단도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사공이 많아 자칫 공적 다툼 등 갈등이 야기될 수 있지만, 그만큼 합의를 이끌어 낼 여지도 많다. 예산 문제를 조율하거나 서부간선수로의 콘셉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관계자들의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천살리기추진단 최혜자 사무국장은 “주민은 주민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제 각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굴포천을 논의할 당시 서부간선수로와의 연계를 검토한 적 있는데 예산 등의 문제로 백지화됐던 만큼 합의와 토론 등 다시 논의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인 정화활동을 시작한 마당에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행정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의테이블을 통해 시와 구의 계획이나 국회의원들의 공약 등이 여론을 정확하게 수렴했는지를 우선 검토하고 합의를 통한 안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제안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환경운동이 세상을 바꾼다

송준호 인천국제고 1학년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청학환경운동본부에서 실시하는 2009년 하계봉사활동이 여름의 중턱인 지난 8월에 시행되었다. 벌써 두 번째 청학 하계 캠프에 참가하게 된 나는 가벼운 흥분을 누를 수가 없었다. 첫 번째 행사의 경험으로 자연과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몸으로 체험한 데다 많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 생활을 반성하고 환경보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을 한켠에 간직한 채 환경운동본부에서 준비한 버스에 올라탔다. 휴가철이라 약간의 교통체증이 있었지만 우리는 새로 사귄 친구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지루함을 달랠 수 있었다.

이번 하계 봉사활동의 첫 번째 목적지는 충남 태안군에 위치한 두웅습지였다. 두웅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지역이다. 람사르 습지는 생물 지리학적으로 독특하거나 희귀 동식물이 분포해 국제적 보호가치가 큰 습지로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지정한다고 한다. 국내 최대 신두리 사구에 위치한 두웅습지는 내륙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태안군 원유 유출사고의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길이 3.4㎞, 폭 200m 1.3㎞의 해안 민물 습지인 두웅습지는 호수 밑바닥 사구 형성 때 바람에 날려 온 가는 모래가 쌓여 있는 특이한 지형을 간직하고 있다. 두웅습지에는 보호종인 금개구리, 맹꽁이 등 14종의 양서류와 식물 311종, 곤충 110종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우리는 두웅습지의 생태계를 직접 조사하고 체험하며 세계적인 자연유산인 람사르습지를 지키고 보호해야 할 책임을 절감했다. 만약 두웅습지가 원유 유출의 직접 피해를 입었다면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자연의 신비를 잃었을 것이다. 다시는 재생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두웅습지를 뒤로하고 마검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태안 원유 유출사고 이후 청학환경운동본부는 태안군과 인연을 맺고 태안지역 해수욕장의 정화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울창한 송림, 고운 모래로 만들어진 백사장 등 자연의 혜택에 감탄하며 다시 한 번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저녁에 환경단체 회원은 방범 및 방역활동에 나섰다. 다음날, 이른 아침에는 단체로 해수욕장 청소에 나섰다. 지난밤에 피서객들이 사용한 폭죽이나 술병 등 쓰레기를 치웠다.

이러한 정화활동을 통해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우리는 승기천 준공식에 참석했다. 물의 소중함과 수질개선 노력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라졌던 물고기와 철새가 돌아오는 하천살리기는 시민의식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했다. 깨끗한 물에 물고기가 노닐고 새가 날아든다면 우리 인간의 삶의 질이 그만큼 높아지게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수련원에서 해단식을 마치며 가슴 뿌듯한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조그만 노력이 모여 살기 좋은 세상으로, 환경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의식의 전환에 큰 기회를 제공해 준 청학환경운동본부에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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