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지난 21일 수돗물공급규정 개정에 나섰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차등요금제다. 팔당 등 광역상수원수를 많이, 그리고 오래 사서쓰는 자치단체에 조금은 싼 값에 공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광역상수원수를 팔며 전국동일 요금제 적용을 굽히지 않던 수자원공사가 손을 든 셈이다. 이 바람에 인천은 내년부터 수돗물 생산예산을 연간 적게는 16억원에서 많게는 38억원을 아낄 수 있다.

이 성과 뒤에는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박영길(45)생산관리팀장의 발품과 앞선 사고가 있었다. 수돗물을 하루 100만t 생산하는 본부는 팔당원수를 40만t을 쓰고 있다. 나머지 60%는 풍납댐 원수를 쓴다.

“풍납댐에 비해 팔당원수의 가격이 워낙 비싸야 말이죠?” 본부는 팔당원수를 수자원공사에 t당 213원을 주고 사다쓰고 있다. 풍납댐(47.93원)보다 4.4배나 비싸다.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 팔당원수를 ‘가져다 쓰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죠.” 박 팀장은 강수를 띄웠다. 사실 인천은 자체 취수원을 갖고있지 않은터라, 꺼내기 쉽지않은 얘기였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인천의 취수원을 팔당과 풍납 등 한강에만 의존할 때 언젠가는 원수값이 오를 테고, 그 영향은 수도요금 인상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예견이었다.

“수자공이 팔당원수 요금인하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때는 바닷물을 수돗물로 만드는 시설을 갖출 참이었어요.”

그에게는 해수담수화시설이라는 복안이 있었다. 물이 부족한 중동의 이스라엘이나 아랍에미레이트, 바다를 끼고 있는 미국·호주·일본·싱가포르 등지에선 이미 해수담수화시설을 상용화한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기술력의 진보로 불과 5년 전만 해도 t당 1천~3천원했던 해수담수화시설의 생산단가는 최근 600원(50센트)밑으로 떨어졌다.

박 팀장은 올해 2억원을 들여 상용화를 위한 해수담수화설비 타당성용역을 줬다. 전국에서 처음이다. 선진 외국사례를 볼때 앞으로 바닷물을 이용한 물관리가 대세를 이룰 것이라는 판단때문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상용화 시설은 아니지만 부산의 경우 1천700억원을 들여 5만t규모의 해수담수화시설 설치를 추진중이다. 취수원인 낙동강에 바닷물이 올라오면서 수돗물로 사용하기가 자꾸 어려워지기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5년 전 일인데, 초당 4m정도의 바람 부는 강화도에 풍력발전설비를 세우자고 할때 바람의 세기가 약해 ‘경제성이 없다’고 해서 사업추진을 포기한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 기술은 2m정도만 바람이 불어도 경제성이 있는 풍력발전기술이 개발됐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정확히 읽어내고 그에 맞게 사고의 틀을 깨지 않으면 앞서 갈 수 없다는 것이 박 팀장이 일하는 스타일이다.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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