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건축으로 보는 근대 인천의 도시 풍경, 보존과 활용방안은?

한국근대건축을 연구하는 지도급 학자들이 대거 인천을 찾는다. 9월17일 오후 2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는 <건축으로 보는 도시 인천>이라는 주제로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과 인천건축재단(대표 ·구영민 인하대 교수)의 공동주최로 제6회 학술대회가 개최된다. 인천근대의 풍경을 중심으로 재조명하는 이 날의 행사는 중국과 일본, 한국 해안도시의 근대 건축의 상황 및 그 시대 건축유산의 보존과 활용방안 등에 걸쳐 폭넓은 논의가 전개될 것이라 기대된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김정동(목원대 건축과)교수는 중국 칭다오를 거점으로 한 근대의 상황을 전달하면서 칭다오가 독일의 조차지가 되면서 밀려들어온 독일인 건축가들에 의해 건립된 다수의 건축물들을 주목한다. 오늘날까지 당시의 건물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는 칭다오시의 풍경을 통해서 이 도시만의 독특한 경관이 지니는 가치를 조명한다. 칭다오를 중국내 작은 ‘독일 도시’로 탈바꿈시킨 독일인들은 시내 관상산 주변에 총독부, 병영, 별장, 야전병원, 천주교회 등을 세우면서 네오바로크와 네오로마네스크식 건축문화를 이입시킨 것이다.

문제는 칭다오시민들의 의식. 그들 다수는 식민지 시대의 볼썽사나운 유산으로서 칭다오 내 독일풍 건축을 바라보는 것이기 보다 동양에 뿌리내린 근대의 풍경도시로서 칭다오를 자랑스러워 한다는 점이다. 이어서 김 교수는 응봉산 정상에 존재했던 존스턴별장(인천각)의 건축가 로드 케겔의 중심활동무대이기도 했던 칭다오를 주목하며, 상대적으로 인천의 근대건축유산이 무지와 이데올로기에 갇혀 지리멸렬하게 현재에 이르게 된 배경을 직시한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 사이에 지역 내 식자들 간 논쟁의 중심에 서있던 존스턴별장의 복원에 대하여도 우려를 표명한다.

“우리는 근대 건축물들을 마구 헐어내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손도 안 대고 관광 상품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 인천이 도시화하면서 근(近)과거를 지워버릴 때 그들은 오히려 그것을 존치시켰고, 오늘은 관광 도시화시키고 있다. 인천은 이제 와서 없어진 것을 ‘과잉해서’ 새로 만들기보다 있는 것을 잘 보존해 진정성을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김정동)

제2주제 발표자로 나서는 강동진(경성대 도시공학과)교수는 근대건축물 재활용의 실천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이끌어나간다. 강 교수는 최근 국내·외에서 소개되고 있는 근대 역사 환경 재활용과 관련된 성공 사례들의 공통점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재활용 사례들은 성공으로 가기 위한 분명한 ‘계기적 사건’을 가지고 있는데, 그 사건이 제도의 도입일 수도 있고, 관리조직의 탄생, 특정 건축물의 재생, 시민운동의 출발, 공공의 창의적 역할 등 사안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둘째, 공공·지역주민·기업 등 근대 역사 환경의 ‘재활용 관련 주체들의 상호보완적 노력과 역할’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말한다. 자칫 갈등 구조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화합 또는 보완적 관계로의 전환 여부가 근대 역사 환경 활용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은 이러한 계기적 사건과 관련 주체들의 헌신적 노력을 기반으로 하는 ‘재활용의 창의적인 전개과정’에서 찾는다. 해당 근대 역사 환경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한 탁월한 건축적 재해석 및 리모델링의 추진,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위주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적용과 활성화, 관련인 모두의 마음을 조화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적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 공통점들 이면에는 해당 지역의 근대 역사 환경을 지키고 남기기 위한 지역민들의 노력과 이를 ‘도시 자원’으로 인식하고 창의적인 발상을 유도하는 공공의 역할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 주변에서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었던 근대 역사 환경들을 스스로 너무 많이 해체시켜 버렸다. 이 과정 속에서 ‘문화재 vs 비문화재’라는 극단적 판단만이 우리에게 남게 되었다. 근대 역사 환경의 개체수를 늘려야 한다. 근대 역사 환경을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게 하기에는 기존 문화재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에서도 등록문화재를 통해 그 개체수를 늘려가고는 있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비문화재이지만 근대기의 생활과 생산, 그리고 자연과 관련된 환경까지도 근대 역사 환경의 범역에 포함시켜야 한다.”(강동진)

그밖에 제1주제 발표자인 손장원(재능대) 교수는 ‘인천근대건축의 특성과 흐름’이라는 제목 하에 서울 중심적 사고로 외면당해온 인천 내의 개항기 이래 일제강점 하에 걸쳐 있는 근대건축물의 의의를 건물의 용도별로 일별하여 되새긴다. 제3주제 발표자인 김종헌(배재대)교수는 교통로에 착안한 인천의 지정학적 중심성에 주목하여 개항장 도시로서의 제물포항과 경인선 철도 및 21세기 세계의 창으로 일컬어지는 인천국제공항에 이르는 관문도시로서 인천의 교통사적 의의를 재론한다. 또한 제4주제 발표 시간에는 인천건축재단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여 만든 인천근대의 풍경을 담은 영상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 날의 백미는 전체 발제자가 함께 참여하는 종합토론 자리라 할 수 있는데 구영민 교수의 사회로 김상열(인천시립박물관) 학예관, 안창모(경기대건축대학원) 교수, 한동수(한양대) 교수 및 필자가 참여하여 도시재생과 연관된 근대건축 보존의 방법론과 실천방안 등을 모색하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인천 배다리 주민들이 벼랑 끝까지 내몰린 역사문화마을로서의 배다리의 보존 방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탁견을 경청할 수 있으리라 기대가 된다.<계속>

전진삼(건축비평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인, 광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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