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 청소년 권장사이트, 한국아동단체협의회 어린이건전사이트, 엠파스 추천사이트, 소년조선일보 추천사이트, 한미르 쿨사이트, zaao 컨텐츠 품질등급 최우수상, 학부모정보감시단 추천사이트….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비교육적이고 불법적인 사이트가 난무하는 요즘, 이곳 저곳에서 추천·권장사이트로 선정돼 관심을 끄는 사이트 ‘꾸러기세상(http://www.kidclub.wo.to)’. 어린이들은 물론 부모에게도 유익한 학습자료 및 정보량이 풍부해 하루 평균 400명 이상이 들렀다 갈 정도로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다.

방대한 규모의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주체는 단체도 회사도 아닌 한 개인, 바로 인천 옥련초등학교의 서영오 교사(39·인천시 연수구 동춘1동)다.

‘인터넷’이란 말은 물론 심지어 컴퓨터를 끄는 방법조차 몰랐던 지독한 컴맹이 컴도사(?)가 되고, 전국에 이름을 알리는 사이트 운영자가 됐다.

“2001년 3월 첫 부임지인 인천 중앙초에서 5학년을 맡았어요. 개인 홈페이지를 갖는 게 아직 생소하던 시절인데 반 녀석들이 홈피가 이렇다 저렇다 하며 얘기를 해요. 당황했죠. 아이들과 약속을 했어요. 3개월이내에 선생님이 홈피를 만들테니까 우리 함께 그곳을 활용하자 하구요.”

어렵사리 배워 홈페이지를 열기는 했지만 정보량이 부족, 자료업데이트를 위해 매일 2시간이상 투자하는 생활이 5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교직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하루 수 시간을 꼬박 홈피관리에 쓴다는 것은 결코 만만찮은 일. 그러나 어린 제자들부터 학부모, 네티즌들까지 부지런히 방문을 하며 정보를 퍼가고, 사연을 남기고 상담을 청해오니 그들을 위해서라도 문을 닫을 수가 없다.

“인천 토박이입니다. 고교를 마치고 대학은 못갔어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죠. 전국 건설현장을 누빈 세월이 10여년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을 배우고, 사회를 보는 눈을 길렀던 시기입니다.”

97년 인천교대 입학. 까마득한 후배들과 공부하며 세상이 너무 바뀐 것을 절절히 느껴야 했다.

노트북이란 것이 뭔지, 인터넷은 무얼 하는 것인지, 컴퓨터 수강신청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바이러스에 걸리면 컴퓨터를 못쓰게 된다는 후배의 말을 듣고, 실습실의 고압 에어세척기로 노트북을 청소해 균을 죽이려했던 사람이 나’라며 그는 박장대소했다.

말 못할 속앓이를 하며 학과공부에 필요한 컴퓨터 실력을 익히느라 무진 애를 썼던 서 교사. 첫 부임지에서 들은 어린 제자들의 ‘홈피’ 소리에 새로운 의욕이 발동해 오늘의 ‘꾸러기세상’이 탄생했다.

홈피 운영 뿐 아니라 수업방식, 생활도 독특하다.

갓 입학한 꼬마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1학년 교실이지만 그곳엔 통기타와 서라운드 음향시설을 갖춘 오디오세트가 놓여있다.

어린 제자들이 더운 여름날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낌새를 보이면 그는 ‘잠시 책 덮고 우리 노래부르자’하고는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가르친다.

눈망울이 똘망똘망 신나는 녀석들. 다음 수업은 일사천리다.

아침이면 제자들은 맑은 공기속에서 대금소리며, 클래식을 듣는다.

서 교사가 천장을 뜯어가며 설치한 사방 벽의 스피커에서 제대로 울려나오는 음향의 아름다움…. 그는 교사생활 5년동안 각 제자들의 1년 생활을 손수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찍어 책자로, CD로 만들어 나눠줬다.

방학동안 꼬박 품을 들여야하고, 사비도 드는 일이지만 사랑스런 제자들을 위해 하는 일이니 기쁘다.

“나중에 아이들에게 작은 추억이 되겠지요.”

서 교사는 사이클선수들이 입는 타이트한 운동복에 헬멧을 쓰고 매일 자전거 출퇴근을 한다.

건강에도 좋고, 환경에도 도움되니 1석2조다. 인천 태생인데도 정작 인천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자책감에 그는 퇴근 후 매일 인천 곳곳을 누비며 사진기록을 남기고, 고서를 공부해왔다,

‘인천 개화기 풍속도’라는 책은 그래서 탄생했다.

“저는 정말 열심히 사는 선생님들에 비하면 특별한 게 없어요. 제가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있는 것이나마 아이들과 공유하고 그들에게 주고 싶을 뿐입니다. 하하”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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