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운영해 온 장애인시설의 인권침해 고발현장의 중심에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지소(이하권익연구소)가 있다.

예산을 지원하는 관에 치우쳐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인권침해와 비리로 얼룩진 장애인시설을 겨눈 권익연구소의 칼날은 날카롭다. 지난달 한 장애인시설 실태를 낱낱이 고발한 뒤 권익연구소를 향해 박수와 응원이 쏟아졌지만 반대로 문제확산을 막는 ‘보이지 않는’ 압력도 적지않았다.

오히려 시설문제를 이쯤에서 덮었으면 하는 장애인복지계를 대할 때면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러나 권익연구소 이광세 사무국장은 “비리시설을 고발하고 나머지 개인운영신고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도 끝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이라며 “장애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기구인 만큼 우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직률이 높았던 권익연구소에서 7년 째 일을 하며 ‘최장기 근로자’가 된 이 국장은 “지난달 강화군의 선교원에서 생활하는 생활인과 관리자가 연구소를 찾아와 시설에 대한 제보를 한 것이 발단이 됐다. 현장에서 본 시설은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9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해 온 시설에는 상한 음식과 악취가 진동했고, 장애인들 중에는 쇠사슬에 묶여 통증을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눈에서 진물이 흘러 치료가 시급한 이도 있었다. 장애인들을 전원시키고 시설장을 고발하는 등 후속조치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권익연구소는 곧바로 나머지 개인운영신고시설 실태조사에 나섰다.

이 국장은 “장애인시설 중 개인신고시설 9곳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난달 21일부터 31일까지 장애인 단체들과 연대해 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벌였으며 분석과정을 거쳐 이달말 결과발표와 함께 대책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가질 것”이라며 “그나마 상황이 양호한 2~3곳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례나 횡령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시설마다 적게는 5명 이하부터 15~16명의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었는데 시설을 운영하는 이들의 의식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시설을 그대로 방치해 둔 채 실태파악조차 안한 행정기관의 태도에 팀원들도 놀라며 분개했다”고 강조했다.

조사과정에서 시설 편을 들며 항의하는 생활인들의 가족들을 만났을 때 이 국장은 마음이 착찹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가정형편 때문에 법인시설에 보낼 수 없는 등의 어려운 상황은 이해하지만 직접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을 생각한다면 문제를 정확히 확인한 뒤 적법한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 뽑기로 마음먹은 칼이기에 그는 제대로 휘둘러 볼 생각이다. 이 국장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반드시 밝혀지고 바로 잡아야하는 일인 만큼 조사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고 내년부터 권익연구소 내 인권센터를 통해 지속적인 실태조사 활동을 벌일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홍신영기자 cubsh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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