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세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아서 밀러의 ‘시련’입니다. 특히 ‘시련’은 대학 졸업작품으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요. 극 전반에 흐르는 광기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갈구가 숨을 쉬지 못하게 만들죠. 주인공의 실제 나이인 30대 중반이 되면 꼭 한번 다시 해보겠다 다짐을 했습니다. 그 행운을 드디어 만난 겁니다.”

인천시립극단 9월 정기공연 작품으로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의 또 다른 대표작 ‘시련’이 낙점됐다.

이종훈 신임 예술감독의 데뷔 무대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감독은 특별히 극단 내부 공개오디션을 거쳐 주연배역을 정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행운을 거머쥔 이가 김현준씨(35)다.

“주인공 존 프록터라는 인물은 심연의 목소리를 토로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연기자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입니다. 오디션 전에 감독님이 작품분석을 숙제로 내주셨어요. 이 작품으로 대학 졸업논문을 썼거든요. 밤을 꼬박 새며 다시 들여다봤는데 당시 열정이 새로새록 되살아났습니다.”

배역에 대해 욕심이 크다고 말한다.

“평범한 인물이 죽음에 이르면서 분출되는 에너지가 강해요. 막마다 오장육부에서 끌어낸 소리를 내야합니다. 한편으로는 냉랭한 관계라는 느낌을 표현하려면 잔잔하게 가야합니다. 최대한 완벽하게 소화해내야죠.”

그가 시립극단에 온 지 올해로 10년을 꽉 채웠다.

그동안 배역 운도 따랐다.

이승규 감독 시절 간판급 레퍼토리 ‘실수연발’ ‘노미오와 주리애’ ‘유랑극단’ ‘등신불’을 거쳐 박은희 감독의 ‘벚꽃 동산’, 전임 정진감독 연출작 ‘혈맥’에 이르기까지 당당히 주연배우로 무대에 섰다.

“국내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연출가로 명망이 높던 이승규 감독께 배워보자 해서 인천에 왔습니다. 당시 경쟁이 치열했지요. 연기란 어떤 것인지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최근엔 극단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어요. 내 스스로도 국·공립단체의 상대적인 안락함에 젖어 나태해졌다는 반성이 듭니다.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전환점이 바로 지금 입니다.”

작품선정이 시기적으로 늦었다.

공연까지 확보된 총 연습기간이 2개월이었다.

“단원들 모두 작품이 잘돼야 한다는 욕심이 커서 문제 없습니다. 어느 때보다 의욕이 넘쳐요.”

연기자로서 장점을 묻자 스스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말이 돌아온다.

“연기자는 물론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부족한 점을 냉철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제가 집중력은 강하지만 자연스러움이 부족하거든요. 이를 극복하려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아직도 노력중이죠.”

마무리는 관객을 향한 당부다.

“10년동안 연기생활의 결정체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목숨 걸고 합니다. 모처럼만에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국내 어느 극단이 올린 작품보다 잘 할 자신 있습니다.

”김경수기자 ks@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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