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인천세계도시축전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있다. 8월7일, 드디어 80일 간의 세계도시축전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에 앞서 오늘 오후 2시, 송도컨벤시아 프리미어볼룸 A에서는 이틀간의 프로그램으로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가 개막전 행사의 메인이벤트로 개최된다.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의 첫날 행사(8월6일)는 ‘기성시가지 도시재생’을 주제로 건설교통 R&D 혁신로드맵 VC-10 과제인, 도시재생사업단이 주관하며, 둘째 날(8월7일)은 ‘워터프론트 도시재생’을 주제로 (사)대한건축학회와 (주)무영종합건축사사무소(회장·안길원)가 공동주관하는 행사로 진행된다.

이 컨퍼런스는 국내외 건축과 도시의 재생관련 학자들과 정치인 및 공무원 등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다. 특히 인천을 중심으로 한 도시재생의 핵심전략과 기본방향을 집중 논의하게 되는 의미 있는 행사로 주목된다.

‘기성시가지 도시재생’의 주제 하에 열리는 첫 날 행사는 ‘창조적 도시재생’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의 소주제로 나뉘어 국내외 학자 6인의 발표가 이어지는데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사회통합적 근린재생, 뉴욕 버팔로시’(발표자: Robert G. Shibley, 뉴욕주립대 교수)에 관한 내용이다. 도시재생에 있어서의 민주적 합의구조의 절차와 실천방안에 대한 선진 사례를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예상된다.

나이아가라 폭포로 유명한 미국 버팔로 시는 티프트 자연보전지역으로 명성이 높은 곳이다. 도심에서 약 5㎞ 떨어진 해안에 위치한 이곳은 시민들에게 산책과 낚시, 사진 찍기의 명소로 또한 학생과 일반인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은 콘크리트와 포장도로로 뒤덮인 도시 속의 ‘오아시스’로 일컬어지는 이 자연습지가, 한때 산업폐기물의 매립지였다는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70년대 초만 해도 이곳은 일부 새 애호가들만이 찾아올 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극성 악취와 연기가 피어오르는 쓰레기매립장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나이아가라 강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하면서 그곳에 묻혀 있던 막대한 양의 폐기물을 티프트 지역으로 옮겨오기로 시가 결정하면서 이곳을 사랑하던 자연보호주의자들의 활동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원봉사자와 청소년들을 포함한 시민단체의 노력과 의회·정부당국의 협조가 큰 힘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경운동가와 시민단체의 대표들로 구성된 위원회는 쓰레기를 묻은 뒤 그 위에 야구장 등 위락시설을 건설하려던 시의 계획에 저항하며 대안을 내놓는다. 폐기물을 과거의 매립지와 훼손이 가장 심한 공업용지에만 묻어 차단하고 나머지 습지는 복원해 자연보전지구로 만든다는 안이었다. 시는 이 독특한 계획을 승인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산업폐기물과 자연생태계의 조화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83년 4월 일부 유해폐기물이 호숫가에서 발견되면서 보전지역이 한때 폐쇄되기도 했다. 잘못 버려진 폐기물의 회수와 토양과 물고기 등 생물에 대한 광범한 독성조사에 착수했고 안전하다는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6개월 동안 취해졌던 폐쇄 조처는 오히려 사람들이 이 보전지역을 더욱 아끼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한겨레신문, 2006년 1월4일 <도시에 자연을> 기획시리즈에서 요약인용)

버팔로 시 티프트 자연보전지역의 사례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의 의견에 귀 기울여 산업폐기물로 황폐화 된 땅의 복원 프로그램을 구축한 시정부의 과단성과 그에 앞서 도시 내 공원으로서의 습지 보전의 중요성을 알려온 환경전문가들이 일반 시민과의 결속력으로 일궈낸 시민행동의 결과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렇듯 세계 각 도시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도시재생 사업의 배후에는 시민사회와의 공조라는 일관된 형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만큼 시민의 의식이 높아졌고, 정보에 밝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시민사회와 대립각을 세운 채 추진되는 도시개발방식에 유연성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서 시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통상의 도시재생 국제컨퍼런스는 세계 각처에서의 교훈되는 실증사례를 중심으로 주제 발표하고, 논의하는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적인 지역의 현안을 토론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연구자와 실무자 간의 정보교환의 장이다. 더 이상의 송도갯벌 매립불가를 외쳐온 지역 환경운동가와 시민들의 주장이나, 배다리 산업도로건설반대와 전면 지하화를 주장하는 시민모임의 목소리 등이 공명되는 자리로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그렇더라도 도시재생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로서 지역주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워터프론트 도시재생’의 주제 하에 열리는 둘째 날 행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영국 도크랜드, 네덜란드, 싱가포르, 일본 요코하마, 한국 인천의 사례 중심으로 한 재생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된다.

특히 이 날은 ‘인천 내항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중심으로 김용하(인천발전연구원)박사와 김경배(인하대)교수의 발표가 예정되어있어 당해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어지는 종합토론에서 보다 심화된 인천항 워터프론트 개발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본문 전체사진: 상상디자인 제공) <계속>

전진삼(건축비평가, 격월간 건축리포트<와이드> 발행인, 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안길원 : 1944년 생. 인천고를 졸업하고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대한주택공사에서 10년 간 근무한 뒤 1985년 지금의 무영건축을 설립, 국내 굴지의 설계사무소로 키워냈다. 최근 모 회사인 무영건축과 감리업체인 무영아멕스, 도시계획 및 조경업체인 무영ENC, 컴퓨터그래픽설계업체인 맥엠티, 중국현지업체인 TMI등 5개 회사로 구성한 무영아트그룹으로 사세를 확장, 국내외에서 맹활약해오고 있다.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인천타워 151, 세운상가 4구역 국제현상설계, 인천가정오거리 도시개발사업, 판교테크노밸리 등의 설계에 참여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