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있다.

올해 나이 67세를 맞은 유정일씨는 지난해 처음으로 미용 가위를 잡았다. 젊은이들도 힘들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미용사의 길을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유씨는 지난해 6개월 과정의 기초과정을 마치고 현재 인천 남구 도화2동 인하직업전문학교에서 연구반 과정을 밟고 있다.

“미용은 이전부터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분야인데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미용사 자격증을 갖게 되면 제 또래 노인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습니다. 노인들의 머리를 아름답게 해주면 저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노인복지사자격증을 획득하며 노인봉사활동에 매진해온 그가 돌연 미용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좀 더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는 노인들을 주요 공략대상으로 잡고 커트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다.

“미용은 그 자체가 남을 위한 배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직접 머리를 만지는 미용사 자신의 기분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니까요. 상대방의 기분을 이해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젊은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을 아는 것은 필수. 처음 잡아 보는 가위에 손이 베이는 것도 여러번이었지만 최신 스타일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했죠. 다양한 책을 읽고 TV를 보면 연예인들의 머리 모양을 꼼꼼하게 살피곤 했죠. 그 덕에 젊은이들이 나오는 TV프로그램은 자주 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항상 즐겁게 살자는 마음가짐입니다.”

유씨는 현재 연구반에서 반장을 맡고 있다. 같은 반 젊은 친구들과 달리 하루도 빠짐없이 30분 먼저 일찍 나와 미리 배울 것은 물론 주위 사람들은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기고 또 챙긴다. 사실 그 역시 가족들과 떨어져 노인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보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하루하루 봉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30~40년 동안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살아갈 겁니다. 많은 노인들이 아름다운 머리를 보며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제가 보내는 하루는 너무 시간이 빨리 흘러갑니다. 아직도 해야 할일이 너무나 많은데 말이죠.”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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