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하수구처럼 여겨지는 등 혐오공간과 다름없었다. 쓰레기 투기와 불법 경작이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공단과 택지의 경계를 보여줄 뿐 시민들은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던 곳이다. 바로 ‘승기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자연형 하천으로의 재탄생을 기리는 승기천 준공행사가 8월3일로 최종 확정됐다. 지난 해 나진포천, 굴포천에 이어 나온 세 번째 ‘작품’이다. 물론 한계도 있고, 반성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관 주도에서 탈피, 시민과 전문가 등이 합세한 만큼 잘해도 못해도 결국 우리의 몫이다.

외형적으로 자연형 하천을 만드는 게 끝이 아니다. 하천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완공된 승기천과 준공 초읽기에 들어선 공촌천을 둘러보며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따져보자.



▲철새를 맞을 준비가 됐습니다 = “먹고 살기도 힘들고 바쁜데, 철새가 웬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도 생태계의 일부인지라 그들이 살 수 없으면 곧 우리도 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승기천의 모토는 바로 ‘도심 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이다. 자연과의 공존이 첫 번째 과제다.

승기천과 산책로가 연결된 남동유수지에 저어새라는 귀중한 손님이 먼저 왔다. 물떼새류, 도요류, 갈매기류 등 봄이나 겨울이면 이같은 철새들이 합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하천의 생명은 물. 만수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물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현재 1일 5만t을 승기천에 내보내고 있는데 하수처리장이 증설되면 7만5천t까지 유향을 확대할 계획이다. 재활용된 물이라 다소 찜찜한 측면도 있지만 붕어나 잉어 등 토종물고기가 살기에 충분하고 물을 지속적으로 유입하면 더 이상의 악취도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축하행사도 준비했다. 승기2교∼산학교까지 자전거를 타고 승기천을 둘러보는 한편 동시에 걸어보기 체험을 실시한다. 미꾸라지, 붕어, 잉어 등 물고기를 방사할 예정이다. 승기천 시점부에서 어린이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승기천과 관련한 각종 사진전이 진행된다. 특히 공사 이전과 이후는 물론 승기천 네트워크의 활동상 등을 소개, 과거를 반추하며 미래의 승기천 모습을 그려본다는 취지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민들이 인천에서 ‘하천문화’를 영유하고 자발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세대인 아이들이 하천에 오가는 어종이나 하천 주변의 다양한 식생을 맞이하면서 감성을 키울 수 있을 때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부서간 협의가 더 중요하다 = 승기천과 공촌천은 ‘설계 따로 시공 따로’ 현상이 빚어졌다.

인천시종합건설본부는 지난 6월 승기천 상류부 방면 승기2교 인근의 하천 폭을 확장하고 친수이용구역 일부의 통수단면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종건에서 설계까지 했건만 준공을 앞두고 달리한 것이다.

최근엔 공촌천의 하천제방 포장을 놓고 당초 시가 설계였던 황토포장에서 종건은 칼라아스콘포장으로 바꿀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앞서 준공된 굴포천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각종 계획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를 둘러싸고 관련 부서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론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기도 했다. 종건은 ‘하천의 치수와 전문성’을 내세우고 있고, 시는 ‘하천의 친환경성’을, 그리고 하천살리기추진단은 ‘협의와 절차’를 중요시하는 입장이다.

계획이야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협의를 거쳤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연형하천 사업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민·관이 함께하는 추진체계를 구축하면서 시작됐다. 누구 하나 자기 목소리만 가지고 독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하천 사업은 단순한 토목공사가 아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추진키로 결정한 만큼 하천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민관 관이 토론이나 협의를 벌이는 것 자체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하천이 살면 도시가 산다

최혜자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사무국장

인천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도시, 대규모 개발사업, 세계도시축전, 갯벌과 인천앞바다, 섬, 인천항, 뿌연 하늘, 수많은 공장의 굴뚝에서 쏟아지는 시커먼 연기, 자동차에서 뿜어지는 매연, 미세먼지, 타도시보다 높은 암발생률, 오염된 하천 등을 떠올린다.

토박이들보다는 타지역 출신들이 많이 살고 있어 지역에 대한 응집률이 낮고, 평생을 살고 싶기 보다는 좀 더 나은 여건이 되면 떠나고 싶은 곳이 인천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인천의 삶의 질은 척박했다. 그중에서도 인천의 하천은 수질오염과 건천화, 그에 따른 악취로 하천이라는 본래 이름은 잊혀지고 하수구로 시민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졌다.

하천은 녹지를 비롯한 생태계의 연결고리로서의 역할과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회, 경제 전반적인 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떠나고 싶은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로 경제력을 포함하여 취약했던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2003년 승기천변에서 개최된 제11회 세계 물의 날 기념식 후 펼쳐진 하천정화활동을 펼치면서 인천하천 오염의 심각성이 제기, 썩어가는 인천의 하천을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다는 문제의식 속에 하천을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그 수요자인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공감대에서 2003년 5월 인천시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푸르고 깨끗한 하천만들기’ 종합계획>을 통해 5개 하천을 맑고 푸른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조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을 구성하었다.

인천의 대표적 오염하천이었던 승기천이 2004년부터 시작된 실시설계와 자연형하천조성사업을 통해 시민들 품으로 되돌아간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니 참으로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진행되어왔다. 경직된 사고, 일방적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데 익숙한 시공부서와 사고의 자유로움과 업무처리 방식의 다름, 행정절차에 대해 알지 못했던 민간영역과의 협력관계 구축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하천에 대한 설계시 인천 하천의 특성에 대한 고려없이 타지역 하천을 그대로 인천하천에 적용하려고 하는 설계사와 형식적인 공청회를 통한 일방적 사업추진 방식과, 공학적인 개념으로 하천사업을 추진하고자하는 종합건설본부와 환경적인 개념을 포함한 하천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민간영역과의 갈등은 사용하는 용어의 차이에서부터 요소요소에 존재, 단어의 선택, 문구수정, 원칙설정 등에 장시간을 소요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종종 발생했다.

하천살리기에 참여하는 주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천살리기를 통해 생태적으로 건강환 하천환경 조성과 이를 통한 시민의 삶의 질 향상과 내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발전시키기 위함이었다. 지역주민들을 포함한 이해가 다른 주체들간에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힘이 드는 일이지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하천살리기 사업이기에 힘든 만큼 보람도 큰 사업이다. 승기천을 위해 수고한 모든 행정 담당자와 시공사 추진단과 네트워크 관계자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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