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IP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플라이트93' '월드 트레이드 센터' 배급하는 이민수 사장

'플라이트93'과 '월드 트레이드 센터'는 우연찮게도 UIP코리아'가 모두 배급하는 영화들. 'UIP코리아'는 할리우드 메이저 UIP의 한국지사. 1988년 한국시장에 진출, 첫 메이저 직배사가 됐다.

그동안 한국에는 할리우드의 첨병으로 인식돼 왔다. 'UIP코리아'의 이민수 사장을 만났다.

-이들 영화를 개봉한다고 했을 때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무슨 말인지 안다.(웃음) 흥행하기가 좀처럼 쉬운 작품들이 아니니까. 물론 올리버 스톤의 작품은 안 그럴 수도 있지만. 하지만 기본적으로 9.11의 상황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면, 대부분 미국적인 가치만을 강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영화도 조금 위험하다.(웃음) '플라이트 93'은 더욱 그럴 수 있다.

테러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나 펜타곤이 아니라 필라델피아의 공터 어딘가로 추락한 비행기에 대한 얘기다.

그때 그 비행기 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왜 이 비행기는 다른 곳에 추락함으로써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는가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

철저하게 사실을 기초해서. 아, 근데 이런 얘기만으로도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린다.

그거 너무 미국쪽 입장으로만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영화를 보면 생각들이 바뀔 것이다.

최소한 이 영화는 북아일랜드 독립투쟁을 그린 영화 '블러디 선데이'를 만든 폴 그린 그래스 감독의 작품이고 영국 워킹 타이틀 사의 작품이다. 편견없이 영화를 봐주었으면 좋겠다."

- UIP 코리아에 대해 지나친 오해가 많다고 생각하나?

"(웃음) 그렇다. 우리는 몸집이 큰 영화들만을 가지고 '장사'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2002년부터 우리는 조금씩 변화를 모색해 왔다.

'래빗 프루프 펜스' 같은 호주영화를 배급한 건 그 때문이다.

호주의 백호주의 때문에 빚어진 원주민들의 비극적 삶을 그린 영화였다.

그 영화, 아주 망했다.(웃음) 체 게바라의 청년시절 얘기를 그린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도 같은 맥락에서 배급을 맡았던 작품이다.

난 UIP가 돈과 흥행만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사가 아니라 한국의 많은 관객들과 세상에 대해 같은 고민을 나누는 영화사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소통시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쩌면 얼마 전 '오만과 편견'의 성공이야말로 그간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은 결과라고 생각한다.(UIP는 이 영화를 전국 15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두 달 가깝게 장기상영에 성공함으로써 전국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최근의 국내 극장 상황으로는 최대 20만명의 관객이 예상수치였다.- 편집자) 9월부터 개봉할 세편의 작품은 우리가 어떤 영화를 선호하는지, 영화에 대해 어떤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영화들이 크게 성공하기보다는 올바른 평가를 받기를 바랄 뿐이다."

- 한국의 영화시장이 올바로 가고 있는가?

"틴 에이저만을 상대로 틴 에이저급 영화들이 주로 인기를 모으는 상황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진정한 힘은 다양성에 있다.

다양한 연령층에 맞는 다양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걸 시장에서 소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노력과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한국영화시장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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