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가 바뀌면서 흐려지는 분단의 비극과 잊혀지는 통일의 필요성을 우리가 붙잡아야죠. 잊혀지지 않게. 우리는 한 민족이니까요.”

힘주어 이야기를 시작한 한창주(40)씨의 직업은 남쪽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통일의 필요성을 외치는 ‘통일강사’다. 정부기관에서 일정한 교육을 받고 통일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한씨는 짧지 않은 강사생활을 한 만큼 추억도 한 가득이다.

특히 몇년 전 군인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의는 지금도 그에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씨는 “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시간이었는데 군인들이 북에는 아직도 굶어죽는 사람이 많으냐는 등 북쪽의 실상을 전혀 모르고 있어 놀랐다”며 “어린 학생들이 그런 질문을 한다면 이해하겠지만 군인으로서의 긴장감이 없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래도 그는 강의를 다니며 자신이 배운 것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남쪽 생활에도 쉽게 적응하게 됐고 좀더 효과적인 내용의 강의를 고민하다보니 그 역시 공부하는 양이 부쩍 늘었다.

그런 그에게 최근 경색돼 있는 남북관계는 무척 걱정스럽다. 그는 “강의현장에서 남북관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통일강의를 추진하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학교나 기관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오래 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난 5월부터 북한이탈주민들이 인천지역 학교에서 통일강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통일교육 사업을 하고 있는 인천시교육청을 생각하면 한씨는 인천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그는 “통일이 됐을 때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서로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통일강사들이 다리역할을 할 것”이라며 “탈북자로서 통일의 씨앗이 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강사를 하고 있는 만큼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통일강사 사업에 대해 새터민자립후원회 구영모 사무처장은 “남쪽에 살고있는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특기나 전문성을 살릴 지 못해 식당을 비롯한 단순직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통일강사는 그들에게 전문성을 갖춘 일자리인 동시에 통일의 매개체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인천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통일교육 사업이 정착돼 이탈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인천시민들에게는 올바른 통일 인식확립이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홍신영기자 cubshong@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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