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제3~4대 인천시교육감을 지낸 나근형(羅根炯·70) 전 교육감은 지난 15일 이임식을 끝으로 8년 간의 임기를 마쳤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인천 교육계를 이끌던 나 전 교육감을 이임식 이틀 뒤인 지난 17일 인천신문사에서 만났다.

“45년 간 교육계에 몸 담으면서 길게 쉬어본적이 없었다. 이틀 간 편하게 쉬었다.” 나 전 교육감은 임기를 마친 소감을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 전 교육감은 “임기동안 사람 됨됨이 교육에 집중했고, 신·구도심권의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성과도 있었고 부족한 점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나 전 교육감은 “8년 간 교육감을 하면서 각종 사업을 벌여놓은 만큼 마무리도 짓고 싶고. 건강에도 자신이 있다”며 3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나근형 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교육감 임기동안 이뤄낸 성과는.

▲교육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고 계량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지만 사람 됨됨이를 갖추고 능력있는 사람을 기르기 위해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인성교육의 근본은 ‘효’라고 생각한다. 어른을 공경하는 풍토를 만들었다.

구도심권 내 학교시설을 개선해 신도심권과 교육 환경 격차를 완화했다. 인천기계공고와 인천과학고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출전해 수상한 것도 자랑스럽다.

영어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원어민 교사들을 대체하기 위해 우리 교사들의 역량도 키웠다. 물론 외국 문화를 배우고 외국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데 원어민 교사들이 필요하지만 200여명의 우수한 영어 교사들을 양성한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시범 단계로 결과를 못보고 물러나 아쉽다.

-각종 지표에서 인천지역의 학력 수준은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학력 수준을 비롯해 아쉬웠던 점은.

▲인천은 서울과 경기도와 경쟁해야 한다. 인천의 학력 수준은 수도권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고 인천지역의 학력 수준이 결코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하위권이라고 매도 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전국적으로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학력 수준이 떨어지지 않을 만큼 학력은 끌어올려야 한다. 억지로 공부시킨다고 학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인천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실에서 특목고 설립이 늦어져 아쉽다. 지난 정부가 정권 말기에 특목고 설립을 허락하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인천예술고 이전 등을 임기 중에 마무리 짓지 못한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교육감으로 취임할 당시와 비교하면 인천 교육은 발전했다. 교육 가족들이 열심히 일해준 결과라고 본다.

-임기동안 특정 지역과 특정 학교 출신을 중용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인천고 출신을 중용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일반직이나 기술직은 인천기계공고 출신이 더 많다. 지금 기성세대 중에 인천고와 인천기계공고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인천시도 비슷하다. 인천고나 강화 출신 교육계 인사가 많다. 인원 수가 많고 우연의 일치가 겹친 것이다.

인천고를 나왔기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역차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인천고 출신을 인사에서 배제하기도 했다. 교육감 부임초부터 강화나 인천고 출신 한 명을 곁에 둘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늘 생각하고 인사를 해왔다.

현재 지역교육장 5명 가운데 인천고 출신이 1명, 강화 출신이 1명이다. 인천고 출신 교육장이 곧 그만두지만 후임으로 인천고 출신은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강화나 인천고 출신을 쓰더라도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으면 괜찮지만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교육청 인사를 앞두고 다각적으로 제안서를 받아 인사에 반영했고, 교장 인사의 경우 경력과 학력이 비슷하다면 해당 학교 부장교사들의 투표로 뽑기도 했다. 지역교육장 인사도 후보들의 제안서를 받아서 이름을 가리고 국·과장들의 투표로 뽑았다. 그렇다보니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지목했던 사람이 투표에서 뽑히지 않는 경우도 생겼다.

-앞으로의 계획과 3선 도전 의사는.

▲교육감 선거는 훌륭한 사람이 많이 나와서 서로 겨뤄 시민들의 지지를 누가 많이 얻어내는가 하는 문제다. 교육감을 8년 간 하면서 ‘할 만큼 했다’와 ‘이왕 일을 벌여놨으니 마무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교육감 임기 중에는 조심스러웠지만 물러난 지금은 3선에 도전할 생각이다. 나이는 문제가 안된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보다 5살이나 젊고 다른 후보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이차도 크지 않다. 건강에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사전 선거운동 우려 때문에 선거운동에는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앞으로 어학과 컴퓨터 공부에 집중하고, 시간이 있다면 인생 경영 분야를 공부하겠다.

쉬는 동안 여행계획은 없지만 생일을 앞두고 집사람과 국내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자식들과 지인들이 생일이라고 넥타이 하나라도 사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교육감 때도 생일 전후로 여행을 다녔었다.

-교육가족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고 올바르게 교육할 수 있는 사람은 학생들을 사랑하는 교사라고 본다. 학생들을 내 자식처럼 대하고 ‘우리의 미래’라고 말로만이 아닌 진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예전 제고에서 평교사를 할 때 교련용 소총 60정 가운데 1정이 없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학교에 원한을 가진 학생들이 한 소행이라고 단정 짓고, 퇴학 당한 학생 20명을 조사했다. 이들 학생 가운데 다른 학교에 진학한 학생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폐인이 된 것을 보고, 학생들을 퇴학시키는 것이 옳은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당시 사회복지계 인사에게 물었더니 퇴학은 잘못된 것이라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사회에 진출해 저지르는 폐해를 메우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올바른 사람 한 명을 길러내는 비용보다 많다”고 했다. 학생들을 잘 길러내는게 교사의 역할인 것이다.

그동안 시민들은 교육에 대해 관심도 쏟고 많이 아껴줬다. 하지만 일부지역 주민들의 님비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목고를 세운다고 지역 학생들이 진학하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와 땅값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문계고도 마찬가지다. 특목고 설립 문제로 지역간 다툼이 있는 것도 잘못됐다. 학교 설립 문제가 개인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 시민들이 학생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지 잘 판단했으면 한다.

대담=양순열 사회부장 syyang@i-today.co.kr

정리=이환직기자 slamhj@i-today.co.kr

*나근형 前 교육감은

1939년 8월8일 인천 강화군 불은면 출생.

◇학력

불은초등학교

강화중학교

인천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졸업

◇경력

1964.3 김포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1988.3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1991.3 부원중학교 교장

1993.9 인천시교육청 중등장학과장

1996.3 인천시교육청 중등교육국장

1998.3 인일여자고등학교 교장

1999.9 시교육청 교육국장

2001.7 민선 제3대 교육감 당선

2005.7 민선 제4대 교육감 당선

2009.7 민선 제4대 교육감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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