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통권 환수는 국익의 문제

이철기(동국대 교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둘러싼 논란이 본질을 벗어난 채 정치쟁점화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전직 국방장관을 비롯한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붕괴로 이어진다는 등의 허무맹랑한 주장을 펴면서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자극해 여론을 선동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

작전통제권 환수는 이 정부에서 갑자기 불거지거나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1987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작전통제권 환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고, 1990년부터 추진된 3단계 주한미군 감축안에 따라 1단계로 1994년에 평시작전통제권을 환수 하고 2000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기로 한미간에 합의했었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투자해 국방력과 정보능력을 강화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10여년전에는 가능했는데 지금의 상황에서는 아직도 시기상조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게다가 당시에 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했던 장본인들인 전직 국방장관들이 앞장서 환수를 반대하고 있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을사보호조약 이래 1세기이상 자기군대에 대한 완전한 통수권도 없는 것은 어떤 이유와 변명을 대건 주권국가로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주권 회복이라는 단순히 자존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문제이다.

우리군을 미래지향적으로 개편하고, 통일이나 주변국의 잠재적 안보위협과 같은 미래상황에 대비해 우리의 안보정책과 군사전략을 능동적으로 수립하기 위해서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필요하다.

북한체제 붕괴나 북한내 정변 발생과 같은 북한 유사시, 전시에 해당하는 ‘데프콘 3’가 발동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우리군의 작전통제권이 연합사령관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면, 미국의 허락 없이 우리군대를 북한지역에 주둔시키거나 북한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행할 수 없게 되고, 북한의 장래와 민족의 운명은 우리의 의사와 상관없이 미국의 의도와 정책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론자들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주한미군철수와 한미동맹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가 한미간에 추진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의 군사전략적 필요성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 추진중인 GPR(전세계주둔미군 재배치계획)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편과 무관치 않다.

한미연합사체제에 얽매여서는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한반도 밖에서 군사작전을 하는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합사체제의 개편과 전시작전통제권의 이양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의 시기상조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우리의 정보능력 부족을 제기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정보능력을 과소평가하고 미국에 대한 정보 의존성을 지나치게 과장해온 면이 없지 않다.

‘까막눈’에 가까운 북한과 비교할 필요도 없지만, 우리도 이미 북한의 군사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상당 수준의 정보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신호정보를 수집하는 백두사업과 고해상도 영상정보를 수집하는 금강사업을 통해 상당 수준의 정보능력을 확보한 상태이다.

백두사업은 백두산에 이르는 지역까지 신호정보를 감청할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얼마전 발사한 다목적 위성 ‘아리랑 2호’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첩보위성 성능을 능가한다.

사단 이하 연대 단위까지 C4I(지휘통제체제)를 완비하고, 군단급까지 UAV(무인정찰기)를 보유할 계획이다.

이 정도의 정보화된 군대는 미국 밖에 없으며,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의 환수는 수십년간의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부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돼 왔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장래를 구상하고 결정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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