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고등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는 인천지역 학교들이 7차 교육과정을 제대로 준비한 덕분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서 고등학교의 서열화와 학력 만능주의를 우려, 학교별로 주요 대학 진학생 수를 밝히지 못하도록 지시해 어느 고등학교가 서울대에 몇 명을 진학시켰는지는 파악하지는 않고 있습니다.”-인천시교육청 중등교육과장

“인천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새로운 사실은 아닙니다. 학생 비율을 감안, 경기도 지역 몇몇 특정 시와 비교해 보면 인천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이 결코 높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단순히 합격자 수를 보지 말고 무슨 과에 합격했는지를 분석하면 실망이 더욱 클 것입니다.”-경기도 부천지역 특목고 전문 학원 관계자

서울대와 인천시교육청, 각 학교 및 학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인천지역 고등학교에서 169명이 서울대에 합격한 데 이어 2005년 160명, 2006년에 173명의 서울대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러나 이들 자료를 만든 시점이 서로 다르고 서울대측은 추가 합격자들의 출신학교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아 학교별로 정확히 서울대 합격자 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나온 자료 중에 서울대 측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소속한 야당의 모 의원에게 제출한 ‘2005~2006학년도 서울대학교 출신고별 현황’을 통해 나름대로 인천학생들의 학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모 중앙신문이 서울대에 1명이상 합격자를 낸 학교를 등수까지 정해 발표한 바도 있지만 정부가 특정 학교 합격자를 밝히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면서 서울대는 학교 ID를 번호로 정해 광역시의 경우 구까지만 밝히고 수시·정시·농어촌으로 나눠 합격자 수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2006년 1차 등록 기준으로 서울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합격시킨 학교는 남구에 있는 321번으로 10명이었다.

교육계는 이 학교가 인천고등학교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고는 2005년에는 8명, 2004년에는 14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9명을 합격시켰던 세일고는 8명(343번)으로 줄었고 같은 해 9명의 합격자를 냈던 연수여고는 2006에 5명(351번)의 합격자밖에 배출하지 못했다.

반면 2005년에 5명을 합격시켰던 연수고가 9명(350번)으로 일취월장했고 2004~2005년에 서울대생을 한 명도 내지 못했던 동산고는 2006년에 7명(335번)을 입학시키는 이변(?)을 연출했다.

인천남고는 7명(333번)으로 2005년 6명을 넘어섰다.

인천과학고(357번)는 자연계에서만 6명 모두를 수시로 합격시켰으나 2005년 8명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대원외국어고 49명, 명덕외국어고 30명, 한영외국어고 24명, 대일외국어고 17명, 대전외국어고 16명 등 외국어고가 무더기로 서울대에 입학생을 내는 데 비해 인천외국어고는 2005년 1명, 2006년에는 그나마 한 명도 서울대에 진학시키지 못해 외국어 고등학교란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같은 해 서울대에 가장 많은 학생을 진학시킨 학교는 서울예술고로 무려 87명에 달했으며 이어 서울과학고가 50명이었다.

경기도의 안산동산고 20명, 안양고 12명, 과천외국어고, 안양외국어고, 수원 수성고 각 10명씩을 진학시킨 것과 비교해도 인천에는 확실한 명문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구의 경우 2006년에 19명과 18명을 서울대에 진학시킨 학교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인천을 대표할 특목고가 없는 것이 전체적으로 서울대 입학 학생 수를 줄이는 원인 중 하나인 것으로 해석됐다.

인천 지역에 서울대 입학을 보장해 줄 고등학교가 없자 인천지역 최상위권 중학생 200~300명이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등의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진학, 인천 출신 명문대 생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사립인 인천외국어고를 대신할 공립 외국어고 신설을 추진하는 한편 제2 과학고도 새로 만들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계 일각에서는 서울대 등 속칭 명문대 진학 학생 수가 지역 학생의 전체 학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며 또 다른 귀족학교가 될 우려가 있는 특목고 설립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이 무조건 서울대에 진학하기보다 취업이 보장되는 주요 대학의 의대나 한의대, 약대 등에 진학하는 추세라며 서울대 진학이 자랑이던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학원을 중심으로 한 교육계는 서울대를 많이 진학시킨 고등학교가 기타 학교에도 많은 학생을 입학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서울대가 발표한 자료가 무의미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김기준기자 gjkim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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