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초등 교육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인천 창영초교(교장·이광로)의 졸업생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오래된 학교 폐건물을 박물관으로 만들려는 뜻깊은 활동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이 학교 동창회 임원과 학부모 10여명은 21일 인천시의회를 찾아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의 얼굴이자, 시 지정문화재 16호인 본관 건물을 교육사적 박물관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다.

지난 1924년에 지어진 2층 목조건물(2천367평)의 본관 교사(校舍)는 지난 학기까지 학생들의 수업이 진행됐지만 여름방학이 끝나는 오는 24일부터 새로 지어진 신축 건물로 이전, 기존 건물은 텅빈 채 방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날 시의회를 찾은 학부모 장선남(47)씨는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창영초교는 그 자체로도 교육사적 가치가 충분하다”며 “시 지정문화재인 학교 건물을 박물관으로 꾸밀 수 있다면 어린 학생들이 더 큰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동창회 임원과 학부모들은 새롭게 꾸밀 박물관에 인천 3.1만세운동 발상지인 학교 교사 건물을 소개하고 100년 역사가 묻어나는 각종 소장품들을 10년 단위로 묶어 전시할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이 지역 출신의 정종섭 의원(53·동구2)도 “시 지정문화재인 만큼 시 예산을 지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박물관 건립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힘을 보테겠다”고 말했다.

1907년 인천 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한 창영초교는 3.1운동과 6.25 전쟁 등 역사적 흔적이 교내 곳곳에 남아 있으며, 졸업생 가운데는 자신의 몸으로 수류탄을 덮어 많은 부하의 생명을 구하고 순국한 강재구 소령과 미술사학자 고유섭 등이 있다.

시는 지난 1992년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학교 본관 건물에 대해 인천시 지방유형문화재 16호로 지정해 놓고 있다.

지건태기자 jus216@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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