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국제도시 인근에서 저어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명품도시 인천을 알리는 축하객일까? 11공구를 매립할 계획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인천시는 그다지 심기가 편치 않은 분위기가 엿보인다. 저어새 발견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7년 3~10월 수십마리의 저어새가 송도갯벌에서 관찰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또 다시 송도 인근에서 저어새가 관찰됐고, 귀중한 손님은 남동유수지 인공섬에 자리잡았다. 최근 환경단체 회원들은 물론 시민, 외국의 전문가, 언론 등이 몰린다.

매립 논란이 일고 있는 11공구와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이 한창인 승기천 사이에 남동유수지가 있다. 역시 개발에 따른 환경파괴 논란이 첨예하다.

# 승기천과 남동유수지는 ‘하나’

승기천의 모토는 ‘도심속에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이다. 농산물센터와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승기천 상류부와 달리 하류쪽으로 갈수록 호젓함이 느껴진다. 자전거를 탄 시민과 산책객들이 몰릴 때면 번잡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조수호안의 갯버들을 비롯해 벌노랑이, 패랭이 등 각종 초화류는 새떼들을 반긴다. 그들의 지저귐을 귀에 담으면서 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크나 큰 호사다.

인천시는 승기천을 남동유수지와 묶겠다는 구상이다. 악취로 악명이 높으면서도 최근 저어새가 산란함에 따라 관심지로 대두됐다. 남동유수지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한 시는 우선 동막교에서 해안도로까지 674m 길이의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승기천을 따라 흐르는 물을 남동유수지로 보내면서 수질 개선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남동유수지가 어떻게 변모할지가 승기천의 성공 여부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남동유수지는 어떻게

시는 오는 3일 ‘남동유수지 친환경 조성을 위한 타당성 용역 최종 보고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승기천은 물론 송도 북측 유수지 개발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저어새를 의식이라도 한 듯 ‘철새가 날아들고 자연의 아름다움이 살아있는 공간’이 목표다.

각각 제1유수지(61만3천800㎡)와 제2유수지(13만2천㎡)의 정비 방향도 세웠다. 1유수지는 조류 서식처, 수변생태공원구역, 생태유수지 구역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기존 모래섬도 확장하고, 새를 볼 수 있는 관찰시설과 차례림 등을 식재한다. 자세한 결과는 조만간 공개될 테지만 저어새를 모니터하고 있는 환경단체 측은 1유수지 만큼은 인위적인 것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반응이다.

1유수지를 철새에게 양보했다면 2유수지는 시민들의 생활체육시설로 만들 계획이다. 매립 등을 통해 지상엔 인라인스케이트장, 배드민턴장, 미니축구장, 농구장 등을 들여놓는다. 이렇게 되면 남동산단과 연수구의 주요 악취 발생지였던 남동유수지는 승기천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명소로 부각될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 넘어야 할 과제

계획은 번듯할지 모르지만 우선 예산이 문제다. 유수지의 퇴적오니를 준설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시는 최근 사업비의 50% 정도인 115억원을 환경부에 요청했지만 부정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돈이 부족해 자칫 부분 준설로 가닥을 잡을 경우 수질 개선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약 378만8천t에 달하는 유수지 물은 BOD 50ppb을 넘어선다. 제일 안 좋다고 하는 5등급(10ppm)의 5배가 넘는다.

유수지의 물을 내보내는 갑문과의 표고차도 해소해야 한다. 갑문이 유수지 바닥보다 약 50∼70㎝ 가량 높다보니 갑문을 열어도 물이 다 나가지 않는다. 승기천에서 보낸 물이 최종도착지인 남동유수지에 고일 수밖에 없다.

유수지 인공섬에 둥지를 튼 저어새는 송도11공구에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새끼들은 승기천 하류에서 먹이 대신 쓰레기를 부리에 담고 있다. 친수공간으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질 개선과 정화 활동이 우선시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보툴리늄균 해소책도 필요

지난 해 송도국제도시 인근 외암도 유수지에서 철새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조류 인플루엔자(AI)였을까, 환경단체 측은 물론 시 역시 화들짝 놀랐다. 전문기관의 확인 결과 수질과 토양 오염에 따른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늄(Clostridium Botilinum)이란 세균이 이상 증식했던 것이다.

보툴리늄균은 토양에 상존하면서 용존산소가 부족하고 유기물이 부패할 때 활동하는 혐기성 세균으로 균자체는 병원성이 없어 인체에는 해롭지 않지만 조류 등에서 독소를 생산하는 균이 증식된다고 한다. 아직 감염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유수지 일대 수질과 토양이 오염되고 기온이 상승하면 용존 산소가 부족해 보튤리즘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유수지 정비계획을 세우면서 이 부분까지 염두에 두지 않으면 또 다시 죽은 철새들의 수거 작업을 해야할 상황도 배제하지 못한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사진제공=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지금도 생존 위기… 파괴 안된다”

서식현장 감시 천막농성…생육과정 모니터링


지난 30일 오후 5시 인천의제21 도시생태분과 위원 12명은 동막역 2번 출구에 모였다. 남동유수지를 방문하기 위한 것.

이들은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환경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저어새 번식 상황 등을 전해 들었다.

환경단체 회원들이 습지위원회를 구성, 지난 달 4일부터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모니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의제 위원들 앞에 밤마다 천막을 지키고 있는 안근호 인천녹색연합 활동가가 섰다. 제일 근거리에서 지킨 이 가운데 한 사람이다.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 송도 11공구 갯벌입니다. 예정대로 매립되면 저어새는 더 이상 번식할 상황이 아닙니다.”

안씨는 남동유수지 인근 천막에서만 25일째 밤을 지샜다. 그나마 인터넷 등을 통해 저어새가 많이 소개되는 게 위안거리다. 조만간 외국에서도 전문가들이 찾을 계획이다.

하지만 안타까움이 더 많다. 최근 4호와 5호 새끼들이 나올 때가 됐는데, 잘 못자라고 죽었기 때문이다. 지난 4월22일 저어새 번식이 공식 확인됐고, 지금까지 둥지만 13개를 봤다. 8마리가 태어났는데 2마리는 죽었고, 새끼 6마리가 크고 있다.

“저어새가 둔한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들이 죽었는데도 어미 저어새가 둥지를 높이고 있습니다.”

부화에 성공한 저어새 새끼를 위해 어미 저어새가 둥지를 짓는 법이나 나는 연습을 시키는 것을 볼 때면 그 안타까움은 배가됐다.

그는 시가 수립한 남동유수지 친수계획에 대해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준설에 따른 거대한 비용을 시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말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는 11월 월동기에 떠나 4월 이전에 온다. 그 기간 동안에 넓은 공간을 다 준설할 수 있을까? 답답할 뿐이다.

인공섬 몇 개를 만든다거나 하는 계획보다는 우선 저어새가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선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도 11공구가 매립되면 저어새 먹이터가 사라질 뿐더러 남동유수지가 정비계획에 따라 저어새가 외면할 땐 인천으로선 크나 큰 손해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한편 이들이 만든 인터넷 공간인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cafe.daum.net/spoonbill-island)에 가면 그간의 모니터와 저어새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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