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엔 강(江)이 없다. 기껏해야 길이 10㎞에 불과한 30여 개의 하천이 있을 뿐이었다. 한때 이 하천에서도 멱을 감거나 고기를 잡는 등 놀이와 여가문화 공간이 됐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오염이 심화됐고 건천화에 따라 눈쌀을 찌푸르리 곳이 바로 인천의 하천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하천 정비를 요구하는 민원이 곳곳에서 제기됐고 일부는 ‘복개’라는 조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강은 아닐지언정 인천의 하천은 거부할 수 없는 지역의 자산인 셈. 친환경 생태하천 복원을 요구하는 욕구가 나날이 증대되기 시작했고, 민과 관이 만나 하천살리기 추진체계를 꾸렸다. 바로 ‘인천시하천살리기추진단’으로 이젠 하천 담론의 베이스캠프가 됐다. 인천이 전국적인 행사인 ‘한국 강의 날’ 대회(2009.8.20∼22)를 유치한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강을 살려라!

한국의 물 정책은 1990년대를 분기점으로 볼 수 있다.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하천복개, 댐개발, 광역상수도 개발, 치수사업, 하구둑 사업 등이 진행됐다면 90년부터는 치수보다는 수질관리 차원으로 정책이 변화했다. 수질오염사고가 빈번한 데 따라 정부는 우선 물관리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역관리개념이 도입됐고 강(하천)을 둘러싼 거버넌스나 NGO가 속속들이 구성됐다. 곳곳에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다.

각 지역의 단체들은 2001년 일본에서 열린 강의날 대회에 참가하면서 마냥 일본이 부러웠다. 지역 차원에서의 운동모델을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단체들도 모이자’고 뜻을 모았다. 각자 하천보전 사례를 갖고 한 자리에 모여 경험과 정보를 논의하는 등 하천 운동의 모델을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해서 전국에서 총 45개 단체가 ‘유역보전을 위한 강살리기 네트워크’로 모였다. 인천에서도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 굴포천살리기시민모임, 인천의제21 등 세 곳에서 이름을 올렸다.

▲강네트워크가 꾸려지다

일본처럼 한국도 ‘한국 강의날 대회’를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 방문 1년 만이었다. 2002년 양평에서 제1회 대회를 열었다. 전국의 하천이 한 자리에 모인 것. 사례, 경험, 정보 교류를 본격화했다. 또 관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모아졌다.

강의날 대회와 별도로 강네트워크는 전국의 하천을 순회하며 워크숍도 진행했다. 영산강, 낙동강, 섬진강 등 대유역 중심으로 교류회나 워크숍을 통해 또 다시 하천전문가들이 모여들었다.

이 밖에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하는 등 물 문제를 놓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동북아 연대 조직도 마련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전문성이 더욱 강화했다. 하천을 꾸준히 둘러보는 한편 수자원장기종합계획도 모니터할 수 있을 정도로 눈이 높아졌다. 유역보전을 위한 물 정책 포럼을 개최하는 등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강의 날을 유치한 인천

강네트워크를 통해 인천의 하천도 지속적으로 소개됐다. 굴포천, 승기천, 장수천, 공촌천, 나진포천 등 총 5개 하천(길이 24.35㎞)이 자연형 하천으로 추진되는 과정이 거론된 것. 강 한 곳 없는 인천이 제8회 강의 날을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인천시도 31곳의 지방하천을 모두 자연형 생태 하천으로 조성하겠다는 인천하천마스터플랜을 만들기도 하는 등 탄력을 받았다.

이 대회는 환경부가 PM사업으로 선정할 만큼 인지도도 이미 검증됐다. 각종 개발사업 일변도의 인천에 다시 한번 하천을 비롯한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천하천살리기추진단은 최근 강의 날 조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시 정무부시장으로 재임할 때 하천살리기추진단을 지낸 홍일표 국회의원이 조직위원장을 맡았고, 홍종일 정무부시장과 김진한 하천살리기추진단장이 각각 관과 민의 대표격으로 집행위원장에 참여한다. 특히 이번 강의 날 행사는 인천세계도시축전 기간과 맞물리는 만큼 자연스럽게 국제적 행사가 됐다.

▲어떤 프로그램이 열리나

이번 대회는 오는 8월20∼22일 송도컨벤시아와 인하대를 비롯해 각 하천 일대에서 열릴 계획으로 전국에서 5천여명이 참가하게 된다. 주요 프로그램으로 우선 메인으로 꼽히는 강살리기 콘테스트가 있다.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이들의 축제답게 우선 전국의 풀뿌리 운동단체들이 참여, 각지의 하천보전사례를 발표하는 등 경험을 교류한다.

또 이 자리는 전국 5개강의 문제점과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단순한 대회 경연이 아닌 문화행사를 포함한 지역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주최 측은 기대하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됐다. ‘제6회 인천청소년 하천체험캠프’와 ‘아시아·태평양 어린이 물포럼’이 바로 그것. 한일 청소년들이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인천하천을 탐방하게 된다.

인천 도심하천의 역사를 반추할 수 있는 생태·경관·문화가 담긴 사진공모전도 진행되고 연계행사로 일본 강의 날 대회 우수사례발표, 한국환경교육한마당(KEEN) 등이 준비됐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인천의 하천과 강의 날 대회

홍일표 국회의원

인천의 하천이 되살아나고 있다. 악취와 오염으로 하수구 수준으로 전락해서 버려지고, 죽어가던 하천이 물색이 투명하고 물고기가 뛰노는 하천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생태환경이 더욱 좋아지면 사람과 철새가 공존하고, 반딧불이 켜지면서 문화와 이야기가 있는 하천으로까지 진화할 것이다.

인천의 하천은 시민들의 소중한 자산이다. 물길이 짧고 수량이 부족해도 31개의 하천이 실핏줄처럼 동네를 가로질러 흐른다. 강이 없는 인천에서 이들 하천은 생태계에 있는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이고 일부러 찾지 않아도 주민들 곁을 흘러 평화와 안식, 사색을 제공하는 정서적 모태이다.

그러나 몇 해 전만 해도 인천의 주요 하천은 대부분 본래 모습을 잃고 있었다. 공촌천과 승기천은 청라지구와 남동산단의 매립으로 물길이 바뀌었고, 굴포천도 김포·부평평야에 물을 대기 위해 선형을 바꿨다. 거의 모든 물줄기의 목이 조여졌고, 역사와 문화가 심각하게 단절되고, 왜곡돼 있었다.

여기에다 개발과 효율, 속도와 긴장을 강조하던 산업화와 도시화의 부정적 유산이 가장 짙게 밴 것이 임해공업도시로 성장한 인천의 하천이었다. 오염물질 유입은 수질악화로 남았고 자정능력이 상실돼 수서생물이 살 수 없는 하천으로 변했었다.

우리나라의 하천보전운동은 1978년 ‘낙동강 하구둑 건설반대운동’이 효시로 40년의 역사가 있지만 인천의 하천을 문화와 역사,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물길로 다시 재탄생시키는 일에 착수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1999년부터 일부 환경운동가를 중심으로 불이 지펴졌던 인천의 하천살리기 운동은 2003년 전국 최초로 하천살리기 조례가 제정되고 민·관 파트너십을 토대로 한 인천시 하천살리기 추진단이 구성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불과 10년 만에 굴포천, 승기천, 공촌천, 장수천, 나진포천 등 인천의 주요 5개 하천이 자연생태형 하천으로 시민 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하천살리기는 단순히 물길과 생태계의 복원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물의 공존을 통해 생활과 문화 그리고 삶과 휴식이 있는 도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 인천은 신도시와 구도심 개발, 산업구조 재편이란 시대의 흐름 속에서 도시재생이란 압력을 받고 있다. 이 때 핵심 키워드가 바로 인천에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하천을 살리는 것이다. 50·6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로 정체되고, 단절된 하천을 회복시켜서 문화와 역사, 사람과 이야기가 있는 물길로 다시 재탄생시키는 것이 도시재생 프로젝트의 핵심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천의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하천살리기 운동은 NGO들 사이에서도 모범사례로 손꼽혀, 매년 열리는 한국 강의 날 대회에서 각종 상을 수상했다. 강의 날 대회는 NGO들이 연대를 통해 강살리기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 같은 연대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하천보전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본을 배우는 교육의 장과 환경축제의 한마당으로 마련한 것이다.

8회 째를 맞는 올해 강의 날 대회는 8월20일부터 22일까지 3일 간 인천시에서 열린다. 필자는 2007년 인천시 정무부시장 재직시, 인천시 하천살리기 추진단 공동대표를 맡아서 하천보전운동의 일선에서 활동한 경력 때문에 이번에 인천 강의 날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2002년 양평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열린 강의 날 대회는 그 동안 도림천, 온천천, 학장천, 동막천 등 이름마저 생소한 전국 각지의 하천살리기 운동을 소개하고 정보와 경험을 교류해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널리 알려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인천을 비롯한 전국의 하천들이 조명을 받겠지만 무엇보다도 하천살리기가 지역발전과 녹색성장의 토대가 되고,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해서 물과 사람을 공존하게하고, 문화와 역사를 만드는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청계천 복원이나 한강르네상스만 아는 서울 중심적 사고에서 지방의 이름 없는 소하천 살리기도 못지 않게 중요해서 주민들의 참여가 쇄도하고 지원과 격려로 지속적 발전의 역량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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