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덕(63) 대한사료공업 고문. 그에게는 고문이란 회사의 직함이라는 말보다 회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인천에서는 그는 대한사료공업 직원이기보다 보다 지역 제조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는 말이다.

인천지역 중견 사업장 공장장들의 모임인 인천공장장협의회 회원으로 또 회장으로 그는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또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활동에도 참여하며 주변을 돌아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1976년 공장장 21명으로 시작한 인천공장장협의회는 이제 50개 기업 공장장들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확대됐다.

그야말로 협의회 활동 자체가 지역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될 정도다.

그는 협의회 활동 내내 지역 제조업의 위축을 우려하며 수도권 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주장했다. 제조업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한 고문의 생각이다. 그의 이런 판단은 바로 인천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다.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이 된 북쪽 진남포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전쟁 때 남쪽으로 내려왔다. 제주도와 부산, 서울을 거쳐 9살 때부터 줄곧 인천에서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자신을 키워주고 격려해 준 곳이야 말로 인천이며 인천은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고향이라고 말한다.



- 사업 현장과 인천공장장협의회장 등 일선에서 물러나신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대한사료에서 일한 38년, 그리고 인천공장장협의회에서 활동한 15년이란 세월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죠. 갑자기 모든 것을 놓아버려야 한다는 것이 사실 서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기 마련이죠. 그동안 열심히 일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아쉬움이란 욕심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앞으로 인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찾고 또 찾을 겁니다. 인천에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다면 발벗고 나설 생각입니다.

- 한 고문님은 어느새 인천공장장협의회를 대표하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활동하시면서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공장장협의회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잘나가던 시절, 공장장의 권한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권한이 약화되면서 공장장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줄다 보니 솔직한 이야기를 꺼리게 됐어요. 혹여 회사의 누가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죠. 게다가 최근 경제가 심각하게 어려워지면서 본사에서는 공장장들의 활동을 좋지 않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더군요. 공장장들의 입지가 축소된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모든 기업이 최악의 상황이었죠. 모든 기업이 IMF때 보다 더 심각했어요. 원자재 급등에 환율 상승까지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기업은 기대 쉴만한 곳을 찾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공장이전으로 회원들이 빠져나갈 때였습니다. 회원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바로 인천 경제의 미래가 밝다는 뜻인데 말이죠.

- ‘친환경 녹색성장’이 화두가 되면서 제조업은 곧 공해 업체로 취급받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언젠가 부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제조업은 죄인 아닌 죄인취급을 받게 됐습니다. 환경의 소중함을 기업들이 모르겠습니까. 제가 대한사료에 재직하는 동안에도 환경설비를 구축하는 데 많은 돈을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빵집에서 빵을 굽는 냄새가 난다고 민원을 제기하는 세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제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이런 저런 이유로 기업들이 모두 인천을 떠나게 된다면 인천 시민들의 일자리는 누가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기업이 시민들에게 한발 한발 다가가려 애쓰는 마음을 시민들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나라들처럼 어린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기업을 견학하며 애착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또 우리 기업의 생산품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봐요. 국내 설탕 시장의 70% 정도가 인천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아십니까. 기업은 시민들의 적이 아닙니다. 인천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인천입니다.

-최근 대우일렉 인천공장 매각을 둘러싸고 인천시의 도시개발 사업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가 지역 경제활성화를 외면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만과 공항을 끼고 있는 인천은 기업하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그러나 최근 도시개발로 제조업들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인천은 기업을 하고 싶은 도시라기보다 상황이 허락하면 떠나고 싶은 도시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기업 하나가 나가면 곧바로 주거시설이 들어서죠. 또 공장 바로 옆에는 주거시설이 들어섭니다.

기업유치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구도심 개발과 내항개발 등 지역 곳곳에 있는 기업들이 내몰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게다가 인천에 남아 있으려는 기업도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인천에 있는 대기업들의 경우 지역 연고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그만큼 인천에 대한 애정도 크다고 할 수 없죠. 기업들은 이익을 추구합니다. 인천보다 조건이 좋은 지역이 있다면 이전한다는 뜻이죠. 이제부터라도 인천에서는 기업을 고려한 균형있는 도시개발이 진행돼야 합니다.

울산과 거제도는 모두 현지 기업들로 인해 경제력이 높은 지역이 됐습니다. 제조업 밀집 지역은 정리하기보다 정비해주고 그 외 지역은 쾌적한 주거지역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일자리와 쾌적한 주거지, 쉴 수 있는 관광자원이 공존하는 인천을 모두가 고민해 주었으면 합니다.

-고문님께서 생각하시는 인천은 어떤 곳입니까.

▲인천은 정체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곧 가능성입니다. 한국전쟁 이후 인천에는 북쪽 피난민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많이 몰렸습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사람들이 인천을 찾아 온 것은 먹고 살만한 일자리들이 있었다는 뜻이죠. 이것이 바로 인천의 정체성입니다. 오랫동안 서울의 위성도시로 취급받아 왔지만 최근 인천은 국내외에서 급격히 성장한 도시가 됐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인천은 얼마나 발전한 도시이냐를 떠나 그저 마음 편한 그런 곳입니다. 한마디로 정이 많은 도시랄까요. 다시 태어나도 인천을 선택할 겁니다. 저는 항상 인천인이고 앞으로도 그렇습니다.

-인천의 미래 모습을 어떻게 예상합니까.

▲서울의 위성도시로만 취급받았던 인천에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인천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도시로 확실하게 자리 잡게 됐죠.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자유구역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각종 언론매체에서 앞다투어 인천을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두 곳 모두 애초의 목적대로 인천과 한국의 경제를 끌어나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역경제계 원로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으신지요. 혹 정치에 대한 관심은.

▲그 동안 출마해 보라는 권유도 있긴 있었죠. 또 과장 시절에는 직접 출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운동은 없었죠. 각별한 지인의 부탁으로 선거에 나선적도 있었지만 매일 출근해 업무를 보느라 선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참 우스운 일이죠. 사실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인천에 대한 애정과 저의 경력이 활용될 수 있는 일이라면 마다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요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의 노하우가 발휘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랍니다. 정치를 제외하고 말이죠.

글=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한광덕 대한사료공업 고문은

-1946년 12월 진남포 출생

학 력

인천 신흥초, 동인천중, 동인천고 졸업

경 력

1998년 동인천고 총동문회장.

1998년 제16회 인천상공대상 수상

2000년 성린재활원 후원회 이사

2001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상임의원

2001년 상공의날 표창

2002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회 부회장

2004년 인천공장장협의회 회장

2004년 농림부 장관 표창

2005년 국무총리 표창

2008년 제30회 인천시민상 수상

2009년 북경 중산대학 고문 위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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