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회 때마다 선수들과 함께 링에 오르다 보면 가끔씩 내가 너무 오래했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복싱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린 지난달 28일 전라남도 완도농어민체육문화센터. 사각의 링에서 가쁜 호흡을 몰아쉬며 투혼을 불사르는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심판들 중엔 유독 깊은 감회에 젖는 송호철(52)씨가 있었다.

올해로 중앙심판을 시작한지 20년 째 접어든 최고참이자 이번 대회에 참가한 17명의 심판 중 유일한 인천출신이다.

지난 1978년 인천체고 복싱지도자로 첫 발을 내디딘 이후 줄곧 인천복싱을 위해 함께 울고웃다보니 이젠 웬만한 선수나 지도자들이 제자나 후배로 통한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새로 출범한 인천복싱연맹에서 부회장이라는 또 다른 직함까지 얻었다.

“예전 ‘헝그리복서’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요즘은 복싱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 때문에 부모들이 자녀들의 복싱입문을 가로막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럴 때가 제일 안타깝죠.”

불과 7~8년 전만해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던 인천복싱이 꾸준한 선수발굴과 지원으로 전국체전 2연패의 막강주먹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본 터라 이날 심판에 앞서 인천 복싱인의 한사람으로 감회가 남다르다.

하지만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 9명의 선수를 배출할 만큼 달라진 인천복싱의 위상을 현장에서 확인하면서도 한편으론 걱정도 앞선다.

인천 일반부 복싱의 기량에 비해 미래를 담보해야 할 중학교는 늘 선수부족에 시달리고 고등학교는 지도자가 모자라 훈련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인천체고의 경우도 20명의 선수를 1명의 지도자가 가르치고 있는 형편. 이러다보니 앞으로 인천복싱은 1~2년 간 다시 침체기를 맞을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게 송 부회장의 조심스런 설명이다.

여기에 전국적으로 250여명에 이르는 국내심판 중에 인천사람이 10명도 안될 만큼 타 시도에 비해 열악한 대한복싱연맹에서의 입지도 영향을 줄거라는 전망이다.

“선수가 있어도 이에 걸맞은 지도자와 행정력이 없으면 결국 스스로 힘겨운 길을 선택해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입니다.”

송 부회장은 이제는 인천 복싱도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뿌리를 더 튼튼히 하는 일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완도=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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