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교회 목사를 역임한 박종렬(62) 목사는 인천에서 오랜 기간 동안 빈민운동을 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운동과 풀뿌리운동까지 이어나갔다는 평이다.

특히 박 목사는 빈민운동을 통해 주거권 확보운동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그는 70년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는 등 민주, 인권, 통일의 원로를 자임하고 있는 박형규 목사의 아들이다.

주민, 빈민, 풀뿌리, 화해와 상생 등이 박 목사 삶의 키워드라는 평가가 따라붙고, 최근에는 대안 경제나 대안적 삶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그의 활동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중앙에서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회장), (사)주거복지연대(공동대표), 주거권연합(대표), 비폭력평화물결(대표) 등 활동을 했다면 인천에서는 인천참여자치연대와 인천시민연대의 대표를 역임했고, 현재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상임대표)과 함께걷는 길벗회(이사장), 인천남북평화포럼(대표) 등에 참여하고 있다.

빈민선교를 하던 그는 1985년 인천시 동구 송림6동에 조그만 집을 사서 ‘사랑방교회’를 열면서 인천과의 연을 본격화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인류학을 전공(67학번)한 그의 인생은 내내 ‘현장과 주민 속으로’ 였다. 그 자신도 학생운동에 관여했지만 이념적이란 한계를 많이 느꼈던 그다. 대학 다닐 때 ‘3선 개헌 반대’를 주장했지만 오히려 대중들은 3선과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했다. 일종의 페이퍼 민주주의의 한계였다. 그가 주민들과 결합하는 등 현장에 나서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난 달 27일 오후 인천시 남구 숭의동,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함께걷는 길벗회’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가난한 사람에 대한 사회복지가 최대 관심사였던 만큼 사회복지협의체인 (사)함께걷는 길벗회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또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상임대표로 있습니다. 최근엔 사회갈등포럼에도 관여하고 있고, 오는 6월5일 서울에서 창립대회를 할 계획입니다.

- 사회갈등포럼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에는 ‘독재는 악이고 민주화운동은 선’이라고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상충되는 시대입니다. 우리사회가 선진화나 민주화가 되기 위해선 대립이나 갈등을 넘어선 합리적인 조정과 합의가 필요합니다. 시민운동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 부친이신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가 최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정권과 검찰의 합법적 살인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위의식을 버리고 서민과 소통을 하려고 했습니다. 독재를 단호하게 거부하는 한편 지역분권에 대해 관심을 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에 대해선 영구임대주택 20만호를 추진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 때보다 못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히려 아파트와 땅값만 올라가고 말았습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런 측면에서 진보적인 세대와 연대하고 힘을 모아 제도적인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현 정부도 균형을 잡지 못하고 있을뿐더러 남북통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갈 길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 인천으로 눈을 돌려보게습니다. 시민사회계가 분열돼 있고, 지역에 어른이나 원로도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인천의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송도, 청라 등 경제자유구역이 국제도시로서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시민사회와 주민들간 협의가 빠져있습니다. 인천이 21세기 동북아 중심도시로 가기 위해선 노동자와 서민들의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합니다. 결코 부자만 사는 사회는 없습니다. 송도에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아파트가 필요합니다. 가난한 사람들도 투기꾼이 다 됐습니다. 돈을 벌고 부자되는 것에만 매몰돼 있습니다. 제가 송림동 일원 재개발 지역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2년 동안 싸워서 조합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 재개발 관련 조합활동까지요.

▲송림6동의 비대위 대표를 맡은 적 있습니다. (웃음) 건설사와 협상은 물론 조합투표도 했습니다. 이를 테면 33평 기준으로 분양가가 2억1천900만원 선이었는데 조합원에게는 1억2천600만원 정도에 입주했습니다. 거의 1억원 정도 차이나는데 무엇보다 조합원들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돈 안 먹었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합장을 맡았다면 누가 봐도 오해할 수 있고, 비판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2년 동안 지내면서 주민들과 함께 교육을 많이 했다는 점입니다.

일부 조합장이 감옥을 가기도 하고 자살을 하는 등 이와 관련한 불미스러웠던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조합장이 이익을 챙기려는 가치관 때문에 불신이 야기됐는데, 조합장은 공공의 이익을 나누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택공사의 경우 아예 분양아파트를 지어선 안된다고 봅니다. 대신 사회적 주택만 건설해 공공성을 높여야 합니다.

- 지역사회에 환경을 비롯한 각종 개발과 관련된 갈등이 일고 있습니다.

▲인천은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전쟁을 통해 많은 피해를 봤습니다. 근대화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통해서 위성도시역할을 맡았습니다. (배다리 산업도로 논란과 관련) 문화적인 것이 관광 명소로 부각될 수 있습니다. 배다리를 월미도와 연계해 문화적 공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인천시가 양보하면 시도 좋고, 시민도 좋을 것입니다.

경인운하나 계양산 논란에는 지역주민이 빠져있습니다. 시민사회계보다는 주민이 나서야 됩니다. 시민사회계는 개발에 대한 조사, 분석 등을 하거나 대화나 교섭을 할 수 있게 하는 게 역할입니다. 앞장서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계양산의 경우 주민들은 개발이 되길 원합니다. 이해관계자들이 서로 양보를 해서 어떻게 잘 만드느냐가 문제입니다. 롯데도 양보하고 시민단체도 양보할 수 있습니다. 지자체도 이 같은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 인천참여자치연대나 마을사람들 등 박 목사님이 관여하신 단체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시죠.

▲인천참여자치연대로 활동할 때는 제법 인천에서 많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은 활동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이유는 주민들을 주최로 만들면서 지역에 대한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머리만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라 직접 부대껴야 한다는 것이죠. 이 운동은 오히려 새마을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습니다.(웃음)

인천은 노동운동이 발달된 측면이 있지만 지역운동에 대한 마인드는 약합니다.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자기 중심적 이해관계에 치우친 측면이 있습니다. 마을사람들이 이슈나 비판, 감시기능이 소홀하기도 하고 활동이 미미했는데 그래서 요즘은 교수나 전문가 등 아이디어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위원회도 만들고 있습니다.

- 대안적 삶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서구사회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 갈등의 역사로 점철됐지만 사회적 자본주의 형태로 복지와 자본주의가 결합돼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은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한 사람은 기본적으로 돌봐주는(care) 등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가치관과 마인드가 우리 사회에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남북통일이 되기 위해선 북한의 사회주의를 이해해야 합니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나눠져 있지만 개인의 성취욕구나 더불어 사는 것 등 결국 하나의 삶입니다. 우리 사회가 갈등을 겪으면서 모범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인천이 동북아 중심도시로서 자본주의가 견고해짐과 동시에 ‘더불어 사는 시스템’을 만드는 모범적인 도시로 나가야 합니다. 인천이 평화, 자유, 복지가 결합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대담=양순열 사회부장·정리=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사진=김성중기자 jung@i-today.co.kr

# 함께걷는 길벗회는

인천시 남구 숭의동에 있는 함께걷는 길벗회는 장애아동 및 청소년 재활교육기관이다.

길벗회는 모태는 장애인 생활공동체인 섬김의 집(1994)을 시작으로 이들을 돕는 길벗회 자원봉사대가 꾸려지면서 지역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까지 도맡는 등 장애우 운동 단체로 성장하게 됐다.

# 박종렬 목사는

1947년생. 서울대 인류학과 졸업

-전국 : 전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회장, 전 (사)주거복지연대 공동대표, 주거권연합 대표, 비폭력평화물결 대표

-인천 : 희망을 만드는 마을사람들 상임대표, (사)함께걷는길벗회 이사장, 인천남북평화포럼 대표, 전 인천참여자치연대 상임대표, 인천시민연대 전 공동대표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