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보다 실이 많았다.’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 장외룡 감독은 팀의 ‘1년 농사’를 좌우할 전지훈련에 대해 매우 불만족스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달 22일부터 중국 남단에 위치한 고산도시 쿤밍(昆明)에서 올 시즌 K리그 정상 도전을 위해 인천 선수들 모두 구슬땀을 흘렸지만 정작 모든 훈련을 진두지휘 한 장 감독의 평가는 70점을 넘지 못했다.

장 감독은 훈련기간 선수들의 부상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만족스럽지 못한 현지 운동장 사정과 해발 1천900m의 고산지대가 주는 오버트레이닝 요건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또한 훈련기간 이곳 쿤밍에서 아시아 프로팀 간의 대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그조차도 취소돼 충분한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장 감독에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신인 선수 중 즉시 전력감으로 손꼽았던 김한원과 이강협의 부상과 지난해 팀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맡았던 ‘탱크’ 전재호의 공백은 장 감독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했다.

훈련 중 김한원은 오른쪽 발목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수술이 불가피하고, 이강협도 오른쪽 정강이가 골절되고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입어 올 시즌을 출장이 불투명해졌다.

전재호 역시 오른쪽 어깨가 탈골 돼 수술대에 올라야 하는 형편이어서 시즌 전반기 출장이 불가능해졌다.

여기에 팀의 간판격인 서동원이 FA(자유계약)로 다른 팀 이적이 확실시 되고 있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또 지난시즌 팀의 주축을 이뤘던 이정수, 황연석 등이 빠지고, 용병 셀미르 역시 임대기간이 끝나 사실상 팀 전력은 지난해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이제 남은 선수로 ‘베스트 11’을 꼽는다면 최전방 포워드에 방승환과 이준영, 이근호, 라돈치치, 그리고 미드필드에 김치우, 노종건, 아기치, 최효진, 수비에 임중용, 김학철, 이상헌, 이요한 정도다.





[장외룡 감독 숙소에 붙어있는 선수 포지션별 구상도]

9일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인천 전훈지를 찾은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의 용병 보벤(27.사진)을 영입한다고 해도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에 시간이 많지 않다.

보벤은 파르티잔에서 지난 2004~2005 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전문 골잡이다.

“K리그는 장기 레이스다. 그 만큼 전지훈련의 성과는 중요하다. 감독으로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지만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 올리려 노력했다.
감독으로서 그동안 선수들이 흘린 땀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매일 선수들의 훈련 성과를 꼼꼼히 분석,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데이터로 축적해 둔 장 감독은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는 듯 자신의 모자에 ‘Goal is AFC'라는 문구를 새로 추가해 적었다. 아시아챔피언리그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다.

즉, 다시 말해 올 시즌 장 감독의 목표는 정상이다.





[아침 식사를 일찍 마친 장 감독이 숙소에서 전날 훈련 성과를 분석하며 선수 개개인과의 면담을 준비하고 있다.]

장 감독은 “감독으로서 좋은 선수가 탐날 수 있겠지만 좋은 선수를 만드는 것이 우선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라며, “나에게 최고의 선수는 현재 푸른색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인천 의 선수들”이라고 덧붙였다.

쿤밍에서의 잇따른 악재의 원인은 이곳 쿤밍이 고산지대이고, 운동장의 지반 대부분이 암석이어서 선수들이 훈련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 외에도 훈련기간 연봉협상이 이뤄졌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직 연봉협상을 끝내지 못한 인천은 신인을 제외한 주전 선수 가운데 노종건과 이요한, 장경진 외에 단 한명의 선수와도 연봉 재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전후기 통합 1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선수들의 기대치를 채워줄 만큼 시민구단인 인천의 재정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구단 측은 지난해 성적에 대해서는 이미 선수 개개인에게 성과급으로 지급된 만큼, 올 시즌 연봉 협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구단 김석현 사무국장은 “선수 개개인의 팀 공헌도와 공격 포인트, 출장 횟수 등을 고려한 적당한 연봉을 이미 구단에서 제시한 만큼 협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팀의 고참급 선수들은 구단의 이 같은 입장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팀의 맡형 김학철이 이곳 쿤밍에서의 구단과 두 번의 연봉 협상을 가졌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고, 주장인 임중용과 고참 이상헌 역시 전훈을 끝내고 다시 구단과 연봉을 협상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 구단 측은 지난해 팀 공헌도가 없었던 여승원과 라경호 등에게 전훈 성과를 놓고 방출도 할 수 있다고 엄포해 연봉 협상에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구단 측은 지난해 고액 연봉을 받던 황연석과 이정수 등이 이적해 올 시즌 선수 전체의 연봉은 대략 5% 정도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래도 최고 2억원 이상의 연봉자가 없는 점을 감안할 때 타 구단에 비해 인천 선수 연봉은 전체 13개 구단 가운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편 인천은 오는 17일 귀국해 23일부터 시작되는 통영컵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쿤밍=시민리포터 엄인흠, 정리 지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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