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가 내리는 이른 아침, 작은 아들로부터 화급한 음성의 전화가 왔다.

승용차를 몰고 사거리에서 유턴 후 3차선으로 진입하는 찰라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 온 오토바이가 조수석 문짝을 들이받았다고 한다.

전화 도중, 운전자가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교통사고 현장을 떠나려 한다기에 앞을 가로 막으라고 일렀다.

당황하면 사고 상황을 제대로 진술할 수 없을 것 같아 관할 경찰서로 달려가니 예상대로 상대방 오토바이 운전자는 오히려 작은 아들이 신호를 위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매일 통학을 하는 코스이고, 방금 신호가 끊겨 정지선에서 세 번째 순서로 대기하고 있다가 유턴과 좌회전 동시 신호를 받고 출발했기에 신호를 위반할 수 없다고 설명하자 이번엔 자신이 황색신호에서 조금 빨리 출발했다고 말을 바꾼다.

담당경찰관이 ‘황색신호도 신호 위반’이라고 설명해도 상대방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쌍방 과실을 주장한다.

진술서에 ‘면허증이 없다며 신분도 확인시켜주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나려 했다’는 내용을 추가시키자 그는 공무원 신분증을 내보이며 몸이 아파 병원에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상대방의 이륜자동차는 번호판이 없는 무적 차량이어서 보험조차도 들어 있지 않은 상태다.

결국 오토바이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작은 아들은 사고 관할 경찰서에 도착해 조서 작성을 마칠 때까지 오전 내내 병원실습 수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주행 중 이륜자동차만 발견하면 바짝 긴장을 한다.

며칠 전, 남동경찰서 행정발전위원회 행정분과 소위원회에 참석을 했다.

회의 안건 중엔 정지선 지키기 운동 재개 등 교통질서 확립에 관한 사항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나는 승용차 보다 이륜자동차의 정지선 지키기가 우선돼야 한다며 강력한 단속을 요청했다.

그것은 생계형 서민 오토바이 운전자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아니다.

교통신호를 위반하며 곡예 운전과 난폭 운전을 일삼는 폭주족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도로를 주행하다보면 신호 대기 중인 차량 사이를 운전하다가 흠집을 낸 후 도주하거나 불법으로 횡단보도를 달리다가 백미러로 보행자를 치고 달아나는 오토바이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교통신호가 안 바뀌었는데도 슬금슬금 정지선을 벗어나 사거리 한 가운데까지 진입한 후 갑자기 가로질러 달리는 용감한(?)오토바이 운전자를 지켜볼 땐 오히려 내 자신이 공포의 전율에 빠져들게 된다.

얼마 전엔 파란 신호를 받은 택시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막 출발하는 순간 난데없이 나타난 오토바이가 택시 옆 문짝을 들이받는 광경을 목격했다.

안전장구인 헬멧도 쓰지 않은 채 굉음과 함께 도로 한 복판으로 튕겨나가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부상 상태는 내 경험에 비춰 알만하다.

20여년 전, 한 밤중에 좁은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 적이 있었다.

뒤차를 추월시키려 인도가 없는 도로의 가로수 쪽으로 붙어 달리다가 그만 나무 가지에 부딪쳐 차도쪽으로 넘어진 후 30여미터를 미끄러져 나갔다.

그 사고로 헬멧은 아스팔트에 닳아 구멍이 났고 오른쪽 광대뼈가 드러날 정도로 얼굴이 패였으며 우측 어깨뼈도 골절되었다.

또한 사고 당시 충격으로 몇 시간 동안 깨어나지 못했으며 그 후 수시로 혼수상태에 빠지곤 했다.

그 때, 만에 하나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벌써 저승사자의 객이 되었을 것이다.

네 바퀴 차량은 ‘달리는 흉기’이지만 오토바이는 두 바퀴로 달리는 ‘불안정한 차량’이기에 사고가 나면 우선 운전자가 치명적인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륜자동차 운전자들은 소중한 자신의 생명과 가족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교통질서를 준수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 피해자에게 교통사고로 인한 물적. 정신적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당국은 평소 이륜자동차 운전자의 교통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교통신호 위반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

대인. 대물 책임보험 가입 여부도 수시로 점검해 미가입시 과태료 30만 원을 예외 없이 부과시켜야 한다.

정지선을 지키는 것은 생명선을 지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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