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하는 해외 투자 유치가 영 신통치 않다. 지금까지 유치한 실적이 초라한 데다가 올해 계획한 유치 목표도 세계 금융 위기 여파로 인해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자칫 유치 계획만 난무한 채 실제 실적은 별로 없는 ‘속빈 강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올해 계획한 투자유치 목표액은 FDI 기준으로 기존 사업의 투자 유치, 신규 투자 유치를 포함해 총 4억1천만 달러 수준이다. 이 같은 목표액은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이 시작된 이후 지난 5년간 올린 투자 유치 금액과 맞먹는 액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난해 말까지 FDI 기준으로 4억8천660만 달러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경제청은 올해 유치 목표치를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이 본 궤도에 접어들어 투자 유치가 활기를 띠고 있어, 실제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잡힌 외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산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재 불안한 세계 경제 여건에다 지금까지 투자 유치 상황을 보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하기가 녹록치 않아 보인다.

당장 올해 목표액 가운데 3월 말 현재 외국인 기업의 직접 투자 실적이 5건 5천930만 달러로 유치 목표액의 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마무리단계에 있는 기존 사업인 인천대교 건설사업에 에이멕이 250만 달러를 들여왔고, 네덜란드계 백신 제조개발업체인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가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인 송도랜드마크시티 조성사업에 150만 달러, 독일 전장업체인 헬라일렉트로닉스가 송도 자동차부품 제조시설 및 연구소 건립에 2천만 달러, 인하대가 미 유타대 약대와 약물전달시스템 및 신의료기술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소 설립에 10만 달러를 끌어들인 것이 전부다.

앞으로도 잉글우드 홀딩스 등 중동계 투자자본이 영종브로드웨이 복합문화단지 조성사업에 5억 달러를 투자하고 리틀노르웨이가 송도 9공구 아암물류단지에 5천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자체가 초기 단계인데다 아직도 기반시설이 미비해 예정대로 연내 예정된 금액이 모두 들어올 수 있을지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경제청이 정한 목표액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경제청이 세계 경기 흐름을 무시한 채 유치 금액을 높게 잡아 놓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경우,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투자 유치 환경이 완전히 개선되지 않은 점도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청과 연구기관들은 각종 행정 규제에다 길고 복잡한 행정절차로 인해 외국인 투자 유치가 여전히 활성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규제 개선방안도 신속하게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세제 혜택도 외국인 기업 입장에서는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 금융위기 여파로 기존 투자자들마저 추가 투자를 기피하고, 금융권의 대출이 막히면서 이미 투자 계획이 확정된 대규모 개발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청라지구내 월드트레이트센터(WTC) 조성사업이 투자자 모집이 안돼 무산됐고, 이미 착공에 들어간 송도국제업무단지내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사업비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송도 랜드마크시티 내 151층짜리 쌍둥이빌딩 ‘인천타워’도 지난해 6월 기공식까지 가졌으나 사업비 조달이 막혀 여지껏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개발이 본격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유치가 계속 지지부진할 경우, 경제자유구역은 본래 목표를 상실한 채 단순히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베드타운이나 아파트지구에 그칠 가능성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붐이 다시 살아날 경우, 투자 유치가 주거기능의 개발사업에만 집중되면서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국내용 신도시 정도로 전락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