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대로변 시장역 오거리 가각(街角)부분에 위치한 한 채의 오피스빌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529-15번지. 지하 7층, 지상 15층 규모로 블루계열 칼라 유리면과 알루미늄 커튼월로 외장을 두르고 있는 이 빌딩은 주변 건물을 압도하는 세련된 병풍 느낌의 장중함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사무소건축이다. 36,216.03㎡(1만평)가 넘는 연면적의 볼륨과 광로에 면하여 팔을 뻗고 있는 듯한 파사드가 그 자체로 위압적일 수 있지만 이 빌딩은 규칙적으로 세장하게 면을 나눈 커튼월과 가각 부분의 여러 겹으로 접은 입면을 통해 가로에 순응케 함으로써 도시경관의 친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5년 5월 준공.



오피스빌딩에 적용되는 외장칼라는 해당 기업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중요한 매체다. 이 빌딩의 경우에서도 대한생명기업의 투명성을 강조하기 위해 블루칼라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JGP는 그의 건축스승 김종성의 문하에서 사무소건축의 ABC를 수련했다. 그의 디자인수법은 김종성이 미스(Mies)를 통해 학습한 사무소건축의 번안 작업과 연계된다.

오피스빌딩 디자인의 핵심은 단연 입면을 구성하는 룰(rule)을 찾아내는 일에 있다. 이 빌딩에 적용된 커튼월 나누기의 기본모듈은 층고 3.9m, 기둥간격 7.8m를 5개로 나누어서 기본모듈로 삼았다. 창문의 개폐방식은 고층건물에 주로 적용하는 프로젝트인(안쪽으로 당겨 여는 창)으로 하고 있는데 JGP는 이를 두고 하나의 창문 폭이 1.5m를 넘으면 자체 무게가 너무 무거워져 기술적으로 많은 하자가 발생하므로 그것을 유지하려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또한 안쪽 천장에서의 전등의 모듈도 커튼월 사이에 배치하여 야간에 불을 켰을 때 실의 깊이를 느낄 수 있도록 가급적 기본 베이(bay) 안에서 홀수로 나누었다고 했다.

그 외에 오피스빌딩의 설계 시 건축가가 특히 중시하는 부분이 있을 법하다.

“오피스답게 평면의 효율성과 가변성 부여로 기능의 극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피스에서 평면은 곧 기능이고 입면은 표현 그 자체이다. 요사이 저널에 등장하는 대개의 오피스 입면디자인이 스킨 부분에서 많은 변화가 채집되는데 근대건축에서 표피 혹은 스킨은 내·외부 공간의 경계를 의미했지만 현대건축에서의 오피스의 스킨 또는 표피, 즉 입면은 현대건축의 개념을 표현할 수 있는 적극적인 하나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조와 표피의 결합, 미디어를 입은 표피 등 다양한 표현방법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표피보다 공간에 관심이 많다. 현재는 구조체와 스킨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등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이 건물은 애초에 다른 설계사무소의 디자인으로 허가를 받고 지하층 공사까지 진행된 상태에서 이전 설계안에 대하여 불신이 컸던 건축주가 다시 3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명현상설계를 벌였고, JGP가 이끄는 설계사무소가 당선되면서 시작된 것이다. 지하층 골조를 인정한 채 새로이 기능실과 입면디자인 등을 수행했어야 하는 바람에 설계진행단계에서 고충도 적지 않았다고.

대체로 완성도가 높은 오피스빌딩이지만 주출입구 부분의 2개층 높이의 로비공간을 빼고는 지상층 전체가 임대수익공간의 확보에만 치중된 느낌이 적지 않다. 그런 연유로 겉으로 드러난 빌딩의 면성은 자칫 경직된 표정으로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원래의 설계 의도는 1층 로비에 자연적인 요소를 도입한 조경개념을 확장하여 입면계획에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하였다. 여러 겹으로 접혀있는 건물 북축면 코너 부분에 3개층마다 휴게공간 용도의 녹지공간을 두어 옥상조경공간까지 자연적인 요소를 유도하려고 하였다. 그게 가능했다면 입면의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건축주와의 협의과정에서 관리의 편의성, 공간의 효용성 등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현상설계 당시 제안하였던 원안이 실종되었는데 그 점은 지금도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빌딩은 주변에 산재한 대부분의 사무소건축에서 보여지는 저급한 수준의 디자인과 대비되면서 도시경관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보행자의 눈높이 부분에 걸쳐 있는 1~2층의 전면 파사드를 투명 유리커튼월과 필로티 구조의 아케이드로 구성하여 건물 외부의 동선을 풍요롭게 하였고, 또한 건물 내로 공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인하는 수법을 통해서 보행 친화적인 하부공간의 접근성을 완성시키고 있는데 이는 대지 안의 공지 개념을 긍정적으로 활용한 사례로써도 이후 이 가로변에 신축될 고층건축에 유효한 가로경관지침으로 권유될만한 것이기도 하다.

전진삼·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인, 건축비평가, 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JGP(실명: 박종기) : 1960년생.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축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로서 한국현대건축에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진수를 전수한 김종성 선생이 이끌던 서울건축에 입사하여 건축실무를 익혔다. 이후 일신건축, 홍산건축을 거쳐 현재의 (주)이웨스건축으로 독립, 대표로 재직 중이다.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역임했고, 부산파라다이스호텔 및 제주고려호텔 현상설계와 한국이동통신본사사옥 신축, 해운대 우동 콘도미니엄 설계, 세운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설계, 인천 송도유원지개발 계획설계 등 다수의 작업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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