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간 자동차부품 열처리업를 해온 검단신도시내 A기업 대표 조모씨는 지난 10일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했다. 경기 침체에다가 충남 이전 부지에 대한 은행 이자 부담으로 보험까지 해약해 자금을 메워왔지만 이달 들어 자금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시작하겠다던 토지 보상이 미뤄지면서 조 대표는 지금까지 밤잠 한번 제대로 자 본적이 없다.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최근 들어서는 혈압이 자주 오르고 얼굴이 붉어지는 이상증세까지 생겼다.

조 대표는 “지난해 8월 그해 12월이면 보상을 시작하겠다는 인천시와 한국토지공사의 계획에 따라 공장을 이전하려 은행 융자로 대체 부지를 구입했지만 자금 사정이 너무 좋지 않다”며 “기업 소유 공장부지도 맘대로 처분하지 못해 이자를 갚기 위해 또다시 은행빚을 져야 하는 신세”라고 하소연했다.

요즘 검단신도시 내 기업 대표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안부를 묻는 것조차 심기를 건드리지 않을까 ‘말조심’하는 것은 필수. 낮술을 먹는 횟수도 늘어가고 화병까지 호소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삼삼오오 모여 나누는 이야기라곤 토지 보상이 언제 진행될까 하는 말뿐이다.

검단신도시 지역 내 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놓였다. 검단신도시 개발계획에 묶여 자가공장 부지를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그해 12월에 토지 보상에 착수하겠다던 인천시와 한국토지공사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해당지역 B사는 매달 은행 이자만도 3천만원이다. 보상계획에 맞춰 인근 지역에 이전부지를 엔화대출로 확보했던 이 회사 역시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계획 수립은커녕, 최신 설비를 구입해 놓고도 설치하지 못해 생산에도 애를 먹고 있다.

급기야 기계제작업체 C사는 최근 보상가 지급이 늦어지면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자가공장 부지를 처분하지 못해 원청업체의 부도어음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검단신도시 내 자가공장을 소유한 기업들은 처분할 재산이 있어도 아무런 대책 없이 회사가 문을 닫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했다.

황영철 검단신도시 기업대책연합회 위원장은 “시에 어려움을 하소연해도 돈이 없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니 법으로 해결하라는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며 “지금까지 아무런 반발없이 시의 계획에 따라 사업일정을 맞춰 온 기업인들에게 이건 해도 너무한 처사”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은경기자 lotto@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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