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 해안동 1가 일대(10-1번지)의 근대건축군이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인천아트플랫폼으로 새롭게 단장하여 모습을 드러냈다. 10월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현재는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내일 4월3일 오후 2시, 인천문화재단은 예술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이드가 함께 하는 현장 답사를 진행한다. 참가희망자는 당일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하면 된다. 참가비 무료.



책상에 갓 도착한 우편물이 놓여 있다. DSH가 보내온 소포다.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건축역사학회 3월 학술발표회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최근에 끝낸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인천지점(이하 ‘인천우선회사’)의 기록화조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이전 명칭, 중구미술문화공간, 이하 ‘아트플랫폼’)의 리모델링 작업과 별도로 등록문화재로 등재된 이 건물에 대한 기록작업을 문화재청으로부터 발주 받아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천우선회사가 국내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근대건축물임을 확인하게 되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전까지 등기부등본상으로는 건축시기를 확인할 수 없었는데 아트플랫폼 조성사업의 보수공사 도중 건물 내 트러스의 왕대공에 설치되어 있던 상량판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상량판에 기록된 내용에 의하면 건축연대가 1888년 9월에서 12월 사이로 추정된다고 했다.

인천우선회사 기록화조사보고서(이하 ‘보고서’)는 인천우선회사의 실측 자료를 담고 있었다. 보고서는 이 건물이 특별한 양식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를 활용성과 실용성이 우선시되는 사무소건축이라는 용도에 기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시기별로 이 건물이 변형되어온 과정을 적시하고 있다는 점이며 그 중 현격한 변형이 가까운 과거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전면 출입구 부분의 철근콘크리트 지붕을 얹은 포치 설치와 1980년대의 외벽면 타일부착의 사례가 그렇다. 특히 외벽면 타일부착의 경우에 대해서 보고서의 연혁 부분을 담당한 손장원(재능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부연설명하고 있다.

건물전면부에 밝은 노란색의 스크래치타일이 부착되어있는데 이 타일은 인천우선회사 이외에도 인천중구청(구 인천부 청사), 조선일보 인천지국 등에서도 사용되었다. 타일부착이 전면에만 이루어지고, 측면이나 후면에는 기존 벽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주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1984년 전국체전이 인천에서 개최될 때 도시미관사업의 일환으로 이 일대 건축물들에 대해 도로와 면하고 있는 입면을 새로 마감공사를 하도록 행정지도가 이루어졌으며,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이 때 동일한 타일로 마감공사를 다발적으로 하게 되었고 이 같은 사례는 인천 선린동 공화춘에서도 확인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이 타일이 구 인천부 청사에 사용된 타일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1930년대 타일로 추정하고 이것의 건축연대 또한 비슷한 시기로 보아왔으나 1933년 건축된 구 인천부 청사의 당시 사진에는 타일마감이 확인되지 않고 있고 반면 1970년대에 증축된 3층 부분과 좌우 별동에 동일한 타일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보고서’ 연혁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

아트플랫폼의 자료관으로 쓰임새가 바뀌게 되는 인천우선회사의 내부공간은 현재 전면 수정되었다. DSH는 그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본격적인 기록화 조사 작업의 수행시점에 앞서 리모델링을 위한 철거공사가 일부 단행되었던 점이 특히 그러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공사업체가 자체적으로 기록을 남겨놓은 바람에 연구수행자로서 큰 위기를 모면하기는 했지만 전체 과업의 일정에 맞춰 내부 시설에 변형을 가하게 됨으로써 원 건물의 보존가치를 깊이 있게 성찰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한 학자적 자성이 아닐 수 없다.

금번 보고서가 의례적인 기록화작업의 수준에서 머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앞서의 내용에서 드러났듯 차제에 이 건물의 외형적인 큰 변형을 바로잡을 필요성이 대두되었다는 점을 주목했으면 한다. 주출입구 부분의 포치의 철거로 전면 파사드를 되살리고 아트플랫폼 전체 단지의 주요 외장재로 드러나 있는 빨간 벽돌의 입면적 특성을 훼방하는 현재의 노란색 타일을 벗기고 벽돌 입면의 원형을 되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등록문화재(248호)로서 지정 당시의 성립기준을 되돌아보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인천우선회사의 건축형태적 특성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아트플랫폼은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주축으로 창작스튜디오와 전시장 및 다목적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시민들에게 다가설 예정이다.(제30화 참조) 아트플랫폼의 총괄건축가(MA)를 역임한 황순우(바인건축) 소장은 아트플랫폼이 개별적인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도시에 대한 이야기며, 도시전체의 변화를 기대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거기에 한 마디 덧붙인다면 아트플랫폼을 이제 막 건축행위를 끝낸 건축군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이제로부터 다시 개별 건물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을 궁구하며, 건물이 지닌 시간성의 발견에 대한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계속) 전진삼(격월간 건축리포트 ‘와이드’ 발행인, 건축비평가, 광운대 겸임교수)

등 장 인 물

DSH(실명: 한동수):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1984)하고 동대학원에서 공학석사학위를 마쳤다. 다시 국립대만대학교에서 공학석사학위(1994)를, 중국 청화대학교에서 공학박사 학위(1998)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건축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동아시아건축역사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저로 <동양미술사>(2007, 시공사), 번역서로 <중국의 고대건축>(2004, 혜안), <중국고전건축의 원리>(2000, 시공사) 등 다수의 (공)역서를 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