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 같은 전통예술이 발전해야 인천의 문화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겠죠.”

인천시 무형문화재 제14호 단청장 기능보유자 정성길(53)씨는 단청예술 35년의 명장이다. 그런 그가 오는 4일 학생들과 외국인들에게 단청을 알리고 교육하기 위해 중구 역사·문화의 거리에서 최초의 단청박물관인 ‘혜명단청박물관’ 문을 연다.

박물관에는 그가 20년 간 모은 단청·불화·복장물 등 2천여점의 수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박물관에서는 대웅전용머리조각·연봉형두공첨자 등의 유명단청부터 직접 작업한 단청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관람객들이 직접 단청을 그릴 수 있는 코너도 함께 마련돼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체험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성길 관장은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한국의 전통예술인 단청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오래 전부터 박물관 설립을 계획했다. 이렇다보니 개관을 앞둔 그의 소회는 남다르다.

“박물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전국 각지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단청들을 엄선해 전시했기 때문에 작품의 질 만큼은 자부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단청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와 함께 인천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길 바래요.”

그는 어린시절 영종도 용종사의 단청을 보고 한 눈에 사로잡힌 이후 성인이 되서도 그 아름다움을 잊지 못해 붓을 들었다. 10년 간 스승인 국가중요문화재 혜각 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본격적으로 입문해 전국적으로 활동하며 수많은 단청을 작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난해 백령도 심청각과 제주도 월정사의 단청을 작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 관장은 이렇게 단청과 반평생을 함께했지만 단청을 보고 첫 눈에 반했던 소년의 마음처럼 지금도 단청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

“가끔 제가 작업한 단청을 볼 때면 제 혼과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벅차요. 좋은 단청은 장인의 이러한 마음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제 소박한 꿈은 평생 좋은 단청을 완성하기 위해 제 혼과 정성을 쏟는 것입니다.” 정씨의 단청에 대한 애정은 이래서 더욱 특별해 보인다. 이원구기자 jjlwk@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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