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문화관 휴게실 이용료 징수 논란<본보 8월11일자 4면 보도>과 관련, 문화계 전문가들은 부족한 예산 문제와 전문인력 부재에 따른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제가 비단 한중문화관에 국한된 것이 아닌, 지역내 대부분의 문화 관련 공공 시설에 내재한 것이라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화계 전문가들은 공공 공연 시설에서 ‘영화’만 상영하거나, 단순 대관만 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을 여기에서 찾고 있다.

인천문화재단이 올 초 발간한 ‘2005 인천문화백서’에 따르면 지난한해 한중문화관은 30건의 공연 실적을 보였다.

이 중 영화 상영은 절반이 넘는 16건이었다.

더구나 상영된 영화들의 면면도 한·중 문화교류란 당초 설립취지와는 무관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체험형 과학전시’ 또한 한중문화관의 성격과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중문화관 관계자는 “문화관의 수익사업으로 유치했다”고 해명하면서도, 그에 따른 문제점 노출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다른 공공 공연시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천문화백서’를 살펴보면, 계양구에 있는 인천청소년수련관 대공연장은 ‘극장인지 공연장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지난한해 동안 상영한 영화편수만 무려 150여편에 이른다.

청소년동아리축제와 백일장, 중창경연대회, 시낭송회 등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다.

강화청소년수련관도 스타크래프트 대회와 여름방학교류캠프 등을 일부 행사를 제외하곤 1년내내 영화만 상영했다.

계양문화회관 대공연장도 72건의 공연 실적 중 9건(50일)이 영화 상영이었고, 서구문화회관도 41일간(16건) 영화를 틀었다.

이 두 곳은 영화를 틀지 않을 경우에는 학교나 학원, 단체 등에서 하는 행사에 장소를 제공하는 단순 대관 위주로 운영할 뿐, 문화회관이 기획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이들이 상영하는 영화는 비디오나, DVD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일색이었다. 대부분 무료였지만, 일부 시설의 경우에는 입장료까지 받는 경우도 있었다.

남구 학산문화원이 운영하고 있는 학산소극장에서도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지만, 운용 방안이 다른 곳과 판이하게 달랐다.

‘하품영화제’란 이름으로 영화를 보고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시중에서 찾아보기 힘든 고전·예술 영화나, 작품성은 좋으나 대중성이 떨어진, 또는 인천과 관련된 영화를 선정해 본다.

최근에는 지역내 한 극장과 연계해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운용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문화계 전문가들은 학산문화원에 ‘하품영화제’를 운용할 수 있는 담당자가 있기 때문으로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인천문화재단 이현식 사무처장은 “예산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전문성이 없다보니 대부분의 공공 공연 시설이 영화만 상영하거나, 단순 대관 업무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 청소년 수련원(청소년 회관 포함)의 경우, 시설관리와 사무·행정, 청소년지도사 등 총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수련원에서 다양한 청소년 수련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과 달리, 공연 기획 등을 맡는 인력이 없어 대공연장은 영화 상영만 한다는 것이다.

이 사무처장은 경기도의 경우를 예로 들며 “각 기초단체의 문화회관들이 모여 한 작품을 사와 지역을 돌며 공연하는 등 부족한 예산을 극복하는 방법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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