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인천시 남구 연학초등학교 앞에서 거리질서 봉사를 하는 이상복(58)씨는 인터뷰 요청에 자랑할 일이 아니라며 연신 손사래를 쳤다.
현재 해병대 남구전우회 수석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 씨는 월남전에 참전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후 국가의 지원에 보답하기 위해 거리에 나서게 됐다.
“국가에서 저희 가족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줬어요. 자녀들도 모두 대학까지 마칠 수 있게 도와줬고요. 그게 너무 감사해서 어떻게 보답할 지 고민하다 거리질서 봉사에 나선 것뿐입니다.”
이 씨는 매일 아침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남구 학익동 연학초교 앞 왕복 2차선 횡단보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차선이 좁아 그리 위험해 보이지 않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횡단보도가 언덕이다 보니 차들이 속도를 내는 경우도 있고, 학생들을 못 보기도 해요. ‘도로가 좁으니까 그냥 가도 되겠지’하고 생각하는 비양심적인 사람들도 간혹 있고요. 호루라기를 불어도 쌩쌩 달리는 것을 보면 아찔한 생각마저 듭니다.”
이 씨는 몇 해 전부턴 매달 주안3동사무소를 찾아 소외계층에게 전달해달라며 위장약과 파스를 놓고 가고, 남구자원봉사센터에도 등록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열정적인 봉사에 감동을 받은 동네 사람들이 감사 편지와 정성스런 선물을 전해주는 등 동네에 팬이 생겼을 정도다.
이 씨는 지난 1979년부터 인천항운노조에서 일을 하다 2007년 회사 구조조정 때 명예퇴직을 했다. 직업의 특성상 배가 들어오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늦은 오전이나 오후에 출근할 때가 많았고 쉬는 날도 많아 봉사활동을 하기가 가능했다. 하지만 고된 일 때문에 왼쪽 고관절이 많이 상했고, 병원에서 인공 고관절을 심는 수술을 권유했지만 회복 기간 동안 거리질서를 못할 것 같아 선뜻 수술대에도 오르지 못하고 있다.
“수년 전 심한 감기로 열흘 동안 앓아누워 거리질서를 못 나왔을 때 한 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친 적이 있었어요. 그 학생만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인지 막상 수술을 하려고 하니 학생들 걱정이 더욱 앞서네요. 제가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습니다. 봉사보다 더 값어치 있는 보람은 없는 것 같아요.” 조자영기자 idjycho@i-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