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인간의 욕심이 도를 넘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인천녹색연합 안근호(32) 활동가는 당시 송도 갯벌 인근 외암도 유수지와 남동유수지에서 집단 폐사한 새떼를 직접 목격한 이다. 최소 2천500여 마리의 새가 죽었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폐사 원인은 혐기성 세균인 보툴리즘균에 의한 호흡곤란과 마비로 밝혀졌다. 하지만 안씨는 더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바라본다. 갯벌에서 휴식을 취해야 할 새들이 매립으로 터전을 잃었고, 더렵혀진 유수지에 모여들면서 이같은 사태가 야기됐다는 것.

그는 당시 200여 마리의 새를 구해 방사하면서 생명의 고귀함이란 걸 실감했다고 한다. 최근 송도갯벌에서 11공구 매립 반대 기자회견과 퍼포먼스, 인천순례 등에 열정적으로 나선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큰 현안은 선배들이 맡아도 새 살리기 만큼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같았다.

안씨는 인천 시민·환경단체계의 ‘뉴페이스’다. 지난 해 3월31일 연안보전부 활동가로 인천녹색연합과 연을 맺었고, 1년도 채 안돼 11공구 매립 반대의 최일선에 나선 것이다. 오는 18일 예정된 중앙정부의 매립심사가 어떻게 결론이 나올지 모른다. 인천이란 곳이 워낙 개발논리가 앞서다보니 그 자신도 힘에 부친다고 인정하고 있다.

어떻게 인천과 연을 맺었을까? 서울에서 나고 자란 안씨는 지난 2000년 인천 검단으로 왔다. ‘전세살이는 이제 그만하자’는 이유 하나밖에 없었다. 이력도 다양하다. 20대 초반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딴 그는 잘나가는 음식점에서 4∼5년 간 일하면서 돈도 어느 정도 만졌다고 한다.

‘이게 아닌데…’ 연극판으로 눈을 돌렸다. 유명한 연출가 이윤택 선생을 찾아 밀양으로 갔다.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공연을 하다가 또 방향을 틀었다. 더 의미있고 공익적인 일을 찾아나섰고, 우선 자기가 살고 있는 인천을 둘러봤던 것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인천은 잠 자는 곳에 불과했다. 때마침 인천녹색연합에서 신입 활동가를 모집했던 터였다.

시민단체라면 참여연대밖에 몰랐었다고 한다. 녹색에 들어와보니 각종 현안이 많았고, 인천은 그야말로 환경갈등의 총집합소 같았다. 활동가로서의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지역에 대한 애정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다.

녹색연합은 이름 대신 별칭으로 회원들을 주로 부른다. 유종반 대표가 초록지렁이, 장정구 사무처장이 나무꾼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안씨는? ‘농부’로 불린다. “농부는 자연에 순응하면서 삶을 살아갑니다. 또 정직하기도 하고 뿌린 만큼 살아갑니다.”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김창문기자 asyou218@i-today.co.kr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