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소장·김예동)가 인천 송도경제자유구역내 송도테크노파크에 둥지를 튼지 4개월여가 지났다.

국내 하나밖에 없는 극지전문연구기관의 입주는 BT(생명공학), IT(정보기술) 중심의 경제자유구역에 새로운 첨단과학분야 메카가 탄생했다는 큰 의미를 갖는다.

김예동 소장은 9일, 이전 후 처음으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인천시와 적극적인 업무협력, 인천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기여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떠나는 북극체험단 학생(중·고생 6명) 중 특별히 1명을 인천의 학생으로 추천받은 것도 지역을 배려한 조치였다고 덧붙였다.

남·북극 등 극지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극지연구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는 점에서 극지연구소의 인천 입지는 지역의 과학영재 및 인재 육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소가 인천으로 이전하게 된 계기는.

▲한국해양연구원(안산시 상록구 사동)내 극지연구본부로 있다가 2004년 4월 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로 승격, 독립했다.

연구소는 국내 최초의 쇄빙선 건조사업과 2012년으로 예정된 남극대륙기지 건설 등 굵직한 대형 연구기반 조성 사업을 수행해 왔는데, 이를 수행할 특수연구실험실 및 장비, 우수한 연구 인력을 배치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따라서 극지연구소는 2004년부터 공항과 항만이 인접해 지리적 여건이 뛰어난 인천경제자유구역내 이전을 추진했고, 2005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MOU를 체결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수도권정비위원회는 2005년 12월 극지연구소의 청사 이전을 승인했고, 공공기술연구회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이전이 최종 확정됐다.

남극과 북극을 자주 오가려면 우선 공항이 가까워야 하고, 쇄빙선이 건조되면 항만이 인접해 있어야 하는데 인천은 물류교통중심지로서 두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아주 잘 왔다는 생각을 한다.

2008년이나 2009년에 극지연구소를 완전히 독립법인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인데, 그 이후에도 연구소가 인천에 계속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입주로 거는 기대는.

▲연구소가 들어선 송도는 국제학술연구단지, RFID(무선식별시스템)·USN(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공유기반시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u-IT 클러스터, 바이오메디컬 허브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IT·BT의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허브 전략의 핵심지역이다.

이런 지역으로 이전함으로써 범부처적으로 추진중인 쇄빙선 건조 및 남극 대륙기지 건설 사업과 송도테크노파크 등의 인프라를 활용한 산·학·연 간 극지 공동 연구가 더욱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학·연 협력 활성화를 언급했는데 인천대 인하대 등 지역 대학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한 적은 있는가.

▲인천으로 이주하기 전부터 두 대학과는 공동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연구소의 연구원 중 인하대 출신이 특히 많아 인천의 대학들과는 낯설지 않다.(웃음)

인천대 생물학과, 인하대 해양학과 등 연구소 연구활동과 연관있는 학과와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공동작업을 할 것이다.

-국내 유일의 극지연구기관이 인천에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국가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이지만, 인천지역을 위해서도 특별히 갖고 있는 구상이 있는지.

▲극지체험관(과학관)을 송도에 짓고 싶다.

극지박물관, 아쿠아리움, 교육관 등을 갖춘 체험관은 극지를 가상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국내 하나밖에 없는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다.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이같은 건의를 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정부에서 건물을 지어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체험관이 지역내에 있다면 청소년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만큼 우리의 미래인 극지에 더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극지를 연구하고 있는 세계 20개국은 연구소가 입지한 도시를 묶는 연합체를 두고 있다.

따라서 인천시가 극지연구시티로 등록되며, 연말쯤 발간될 회원국간 브로셔에도 인천소개 글이 영문으로 실린다.

송도에 들어설 컨벤션센터에 세계 각국의 극지전문과학자 1천여 명이 참석하는 국제회의를 유치하려는 구상도 있다.

이런 것들이 인천을 세계 무대에 더 많이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의 각급 학교에서 요청이 있다면 언제든 연구원들이 찾아가 무궁무진하고 흥미진진한 극지 세계를 소개할 의향도 있다.

인천시의 과학영재프로그램에도 참여해 극지 기후변화에서부터 고층 대기물리, 빙하, 고해양, 해양생태계, 극한지 생물자원 등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연구 성과를 전수해줄 수도 있다.

-88년 남극에 세종기지가 세워진지 20년이 되도록 우리는 극지연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쇄빙연구선조차 없다.

건조계획은 얼마나 진행됐는가.

▲올해 말부터 건조가 시작될 것이다.

2008년 말이면 완공된다.

쇄빙연구선을 갖는 것은 우리나라 극지 연구의 새 장을 여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극지에서 쇄빙연구선은 신발과 같다.

두터운 얼음을 깨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쇄빙연구선이 없어 우리는 그동안 세종기지 주변 수백m 내에서만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종합적인 해양연구 장비를 탑재한데다 대륙기지 수송 지원능력을 갖춘 쇄빙연구선이 생기면 남극 제2대륙기지 건설이라는 더 큰 계획도 이룰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쇄빙연구선의 모항을 인천항으로 하겠다는 구상이다.

북항 등 새 항만이 건설되면 인천내항의 여유가 생기는 만큼 한 곳에 쇄빙연구선이 정박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제안할 생각이다.

극지를 오가는 경우 외에 항만에 정박해 있으므로, 쇄빙선을 학생 등 시민들에게 유익한 관람 소재로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2002년에는 북극에 우리의 다산기지가 문을 열었다.

앞서 언급하셨듯 남극에도 제2기지가 생긴다.

일반인들은 왜 ‘극지연구’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가 의문을 갖기도 한다.

▲극지는 지구 기후변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곳이자, 우주로 열린 지구의 창이다.

46억년 전 지구의 탄생비밀을 풀 수 있는 지구역사 기록보존소이고, 생존 드라마의 무대이기도 하다.

또한 극지는 미래 인류가 살아나갈 자원이 묻혀있는 보물창고다.

세계 주요국들은 극지의 중요성을 일찍 인식하고 자국의 이익과 인류공영이라는 명제를 내세우며 서로 앞서기 위해 각축을 벌여왔다.

극지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받고 기득권을 확보하려면 활발한 연구 및 국제적 입지를 넓히는데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처럼 남·북극이 갖는 정치경제적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으므로, 우리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의미에서 극지연구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손미경기자 mimi4169@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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